"생존 아닌 자멸" 강관 업계, 건설사 저가 수주 지양 목소리 커져

- 일부 배관재 백관 유통 업계, 한계원가 이하 건설사 입찰에 조관사들 우려 목소리 - 최저가 입찰의 그림자···강관 제조 업계 "한계원가 이하 저가 수주, 다 죽는다" 

2025-06-27     이명화 선임기자
◇강관

국내 강관 업계가 건설사 저가 수주 경쟁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일부 강관 유통 업체들이 조관사의 한계원가를 밑도는 수준으로 입찰에 나서는 등 비정상적 행태가 빈번해지자, 업계의 시장 공멸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강관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강관 유통 업체 A사가 특정 프로젝트 입찰에서 조관사의 한계원가를 크게 밑도는 금액으로 낙찰을 받아 파장을 일으켰다. 일시적인 점유율 확보나 물량 선점이 목적이지만, 이 같은 전략은 업계 전체의 가격 질서를 무너뜨리고, 시장을 왜곡하는 단초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관 제조 업계 A사 관계자는 "실수요처에서 복수 납품처 간 경쟁을 유도하면서 낙찰 가격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라며 "비단 이런 행태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러한 비정상적 저가 수주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만연될 경우, 시장 구조를 흔들고 결국 강관 제조사·유통사 모두에게 손해를 입히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강관 제조사들은 일감 축소로 인한 생산 감축과 이로 인한 고정비 부담 증가, 도금라인 증설로 업계 간 공급 과잉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급감, 중국산 저가 공세, 미국의 고율 관세 등 대내외적 어려움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일부 강관 유통 업체들의 저가 수주는 국내 배관재 업계에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관 제조 업계 B사 관계자는 "일부 유통 업체들이 마이너스 손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주에 나서고 있다"라며 "이는 단기적인 생존 전략일 뿐,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붕괴시키는 구조적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현재 강관 제조사들은 누적된 원가 부담 속에서 적자 판매가 만연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유통 업체들의 건설사에 대한 강관 납품시 조관사의 한계원가 대비 터무니없이 낮은 단가의 수주가 반복되면서, 이는 결국 강관 산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에 업계는 △강관 공급 단가의 현실화 △무리한 예측 수주의 근절 △지속적인 원가 절감과 기술 혁신 등 전방위적인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강관 제조 업계 C사 관계자는 "지금처럼 '수주만을 위한 저가 수주'를 반복한다면, 모두가 공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저가 경쟁이 아닌 품질·신뢰·책임 중심의 지속 가능한 시장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세아제강이 경영 정상화의 절박함을 반영하듯 8월 1일부터 배관재 흑·백관에 대한 할인율 6~7% 공문을 발송한 것을 기점으로, 하반기 강관 내수 시장 정상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