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스틸 인수] 일본제철과 미국 산업정책의 절묘한 결합

- 일본제철의 US 스틸 인수는 사실상 일본제철의 전략적 승리

2025-06-26     한성호 자문위원

2025년 6월 18일, 일본제철은 미국의 대표 철강기업인 US 스틸을 완전 자회사로 공식화했다. 이는 2023년 12월 일본제철이 141억 달러 규모의 인수를 발표한 이후 1년 반여 간 미국 내 정치적·산업적 논란을 뚫고 성사된 것이다. 미국 대선 국면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진영 모두가 반대를 표명한 가운데, 이 인수는 국가안보협정(NSA) 체결과 '황금주(Golden Share)' 발행이라는 절충적 장치를 통해 마침내 실현됐다. 겉으로 보기에는 미국 측의 경영 통제를 위한 장치가 강조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일본제철의 글로벌 전략과 미국 산업정책이 절묘하게 맞물린 상호보완적 거래라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이슈페이퍼는 총 3회로 구성된다. 1회에서는 인수 발표부터 최종 성사까지의 경위를 다루며, 인수 성사가 사실상 일본제철의 전략적 기획대로 진행되었음을 살핀다. 2회에서는 미국 산업정책 측면에서 일본제철의 미국 진출이 필요했던 구조적 배경을 분석하고, 3회에서는 일본제철이 인수에 뛰어든 경영 전략과 시장 확대 등의 필요성과 외형상 많은 비용을 감수하고 그 거래를 꼭 성사시켜했던 절박성에 대해 짚어본다. 

미국의 정치 변동 과정에서의 최종의 인수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경위 (제1회)

일본제철의 US Steel 인수 전격 발표

일본제철은 2023년 12월 13일, US Steel을 141억 달러에 인수하겠다는 것을 전격 발표하였다. 이 인수 발표의 보도자료 내용에서는 “인수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춘 최고의 철강회사가 되기 위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는 인수 목적을 제시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글로벌 생산 능력 확대 및 통합 생산 체제 강화, 글로벌 사업 다각화 및 입지 강화, 기술 및 제조 역량 결합 및 고객 서비스 향상, 탈탄소화 및 지속 가능한 사회 기여, 기업 가치 및 주주 가치 증대라는 목표들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제철 보도자료. 2023.12.18

미국 내 부정적 여론과 바이든 대통령의 인수 불허 정책 발표

이러한 일본제철의 인수 계획 발표에 대해 미국 내에서는 기존 주주(당시 주가보다도 높은 가격으로 인수, 39.33$→55$)와 지역주민 및 일자리 우려자들은 일부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던 데 비해 전반적으로는 부정적인 여론이 강했다. 노동조합은 기존 노동계약 보장 여부에 강한 의구심을 가지며 포식적 인수라고 비판하면서 오히려 미국 기업이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 대선 과정에서 양당의 후보자들 모두 일본제철에 의한 인수건에 대해 국가안보나 자국산업 보호의 측면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일본제철은 인수계획을 발표한 이후 2024년 3월 14일에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에게 자발적으로 심사신청서를 제출하였고, 이에 대해 CFIUS는 국가안보 우려 등의 이유로 이 건은 합의 권고없는 대통령 결정 대상으로 대통령이 최종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거의 끝인 2025년 1월 3일에 ‘일본제철에 의한 US Steel 인수 제안에 관하여’라는 행정명령을 통해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해당 인수를 불허하는 정책 방침을 발표하였다.

일본제철의 대응과 트럼프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

일본제철은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불허 방침에 대하여 즉각적이고 다각적인 대응 활동을 했다. 우선 법적인 대응으로 행정명령이 정당한 심사가 없는 등 절차상 공정하지 않았다며 무효 소송을 미국 연방법원에 제기했다(2025. 1. 6). 그리고 일본제철은 트럼프ㆍ이시바 정상회담(2025.2.7.) 등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새로운 협상 준비를 모색해 왔다. 그 외에도 일본제철은 2025년 2월과 3월에 소비자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 해당 소송을 기각해 달라는 요청을 법정에 제출하는 등 인수를 달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펼쳐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명명한 2025년 4월 2일, 행정명령을 통해 무역적자 타파 및 미국 제조업 회복을 이유로 모든 수입품에 대한 기본 10% 관세와 함께 특정 국가들에 대한 추가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로 인해 미국 주식, 채권, 달러가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후 트럼프는 정책기조 전환, 법적 갈등의 행정부 주도의 전환, 경제안정 및 일본제철의 보완책 제시 그리고 노동계 여론 변화 등을 배경으로 CFIUS에게 해당 인수건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하게 되었다(2025년 4월 7일). 이 재검토는 국가 안보 리스크를 재평가하고, 일본제철과 US 스틸이 제시한 보완 조치들이 충분한지 검토하는 것이었다.

각종 언론자료 종합

트럼프, 기존의 행정명령을 수정하는 새로운 행정명령 승인 발표

2025년 5월 21일에 CFIUS 재검토 내용이 대통령에게 제출되었고, 이후 2025년 6월 13일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기초로 하여 기존의 인수거래를 금지한다는 바이든의 행정명령의 내용을 수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승인 발표하였다. 이 새로운 행정명령에는 일본제철이 국가안보협정(NSA)를 체결하는 경우 이 거래를 통해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이 적절히 완화될 수 있다는 내용이 수정 내용으로 추가되었다. 이것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인수를 허용한 것이라는 해석되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5월 23일에 자신의 Truce Social 계정에 일본제철과의 계획된 파트너십을 언급함으로써 인수에 대한 긍정적 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 그리고 2025년 6월 3일에 트럼프는 대통령 선언문을 통해 50%의 관세부과를 발표하였는데, 이것은 실제 일본제철과의 실질적 합의에 힘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일본제철과 US Steel 공동 보도자료 발표

일본제철과 US 스틸은 행정명령을 기다렸다는 듯이 행정명령 발표 다음날인 2015년 6월 14일에 트럼프 대통령이 두 회사의 역사적 파트너십을 승인했고, 미국 정부와 국가안보협정을 체결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다. 보도자료에서는 구체적으로는 황금주의 발행, 2028년까지 최소 110억 달러의 추가투자 약속, 미국 내 시설 및 고용 유지, 미국인 이사진ㆍ경영진 구성, 자회사의 무역자율성 보장이라는 내용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미국 법무부를 포함하여 모든 규제 심사를 통과했고, 국가안보협정 조건 충족을 기반으로 필요한 모든 규제 승인 획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일본제철의 US 스틸 완전 자회사화 선언

마침내 일본제철은 2025년 6월 18일에 US 스틸의 완전 자회사화를 공식적으로 확정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다. 여기에서 인수 완료 및 거래 규모, 황금주 발행, 110억 달러 이상의 투자 약속, 본사·고용·미국 시민 경영진 유지, 독립 감독위원회 설치, 무역 관련 독립 권한 보장, 조직 규모 및 글로벌 입지 강화를 공식화하였다.

일본제철 보도자료. 2025.6.18.

이러한 인수발표에서 인수 공식화의 과정에서 보는 것처럼 일본제철의 US 스틸 인수는 미국내 정치적 반대와 규제 장벽에 대해 일본제철의 다각적이고 치밀한 전략적 대응과 다음 회에서 언급할 미국 산업정책 요구와 일본제철 필요성의 상호보완적 결합을 통해 일본제철이 주도적으로 얻어낸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음회 연재 내용)
미국의 철강 산업정책과 일본제출의 미국 진출 의미(제2 회)
일본제철의 미국시장 진출 절박성(제 3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