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동차업계 출혈경쟁에 철강업계에도 '불똥'

- 車업계 10% 넘는 강판 인하 요구…지급 지연까지 - '최저가 낙찰’으로 바뀐 조달 방식…고급강판 가치 무력화 - “CISA·정부 당국 ‘공정 경쟁 질서 확립’ 목소리 높여” - “중국 車 생산능력 4,500만대…내수는 3,000만대 미만”

2025-06-13     김은주 기자
자료: 비야디(BYD)

중국 자동차업계가 공급과잉과 출혈경쟁으로 ‘치킨게임’ 양상에 접어들면서, 철강사와의 자동차강판 가격 협상에서도 무리하게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자동차업계는 극단적인 원가 절감을 추진하며 철강사에 지속적으로 가격 인하 압박을 가해왔다. 지난해부터 일부 업체는 철강사에 10%가 넘는 가격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강판은 철강 고급재 중 하나로 철강사들의 핵심 제품이지만, 팔아도 수익성이 거의 남지 않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업계는 가격 인하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일부 업체는 납품 대금 지급을 수개월 늦추거나, 기업 어음을 활용해 결제하면서 ‘지급 유예 기간’을 늘려 철강사들의 자금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국 내 자동차 브랜드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자동차강판 조달 방식도 과거와 달라졌다. 과거에는 철강사들이 자동차 업체들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했지만, 최근 일부 업체가 기존 협상 방식을 입찰 방식(최저가 낙찰)으로 전환하면서 철강사 간 출혈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자동차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철강사들의 품질 개발 의지가 위축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업체들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최근 중국강철공업협회(CISA)는 “(자동차업계의) 가격 전쟁은 기업의 정상적인 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정을 위협하며, 산업 발전을 악순환으로 몰아넣는다”고 경고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관계자도 “자동차업계의 '내부 경쟁'에 대한 정비 강도를 높이고, 관련 부처와 협력해 부정경쟁 행위에 대한 법 집행을 강화하며, 필요한 감독 조치를 취해 공정하고 질서 있는 시장 환경을 단호히 수호하고, 소비자의 근본적 이익을 확실히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업계의 출혈경쟁은 공급과잉에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생산능력은 4,500만 대에 달했지만, 실제 국내 수요는 3,000만 대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에는 성장가도를 달리던 전기차업계마저 공급과잉과 과도한 할인 경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급기야 중국 당국이 업계 대표들을 소집해 무리한 가격 경쟁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CISA에 따르면, 2024년 주요 철강사들의 자동차강판 생산량은 약 4,000만 톤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아연도금재 등 냉연계열 자동차강판은 약 2,900만 톤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