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특별좌담] 중국 전문가에게 묻다...“중국 철강산업, 어떻게 보세요?”
- ‘중국 시장 동향과 한국 철강산업의 과제’ 주제로 열려 - 中 부동산 침체·무역갈등 이슈 속 감산은 제한적 - 탈탄소·스마트팩토리·고부가 전략...‘질적 전환’ 가속 - 철강산업 패러다임 변화… 韓, 산업정책 재설계 시급
우리는 과연 중국 철강산업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더 이상 과거처럼 저가재 중심으로 생산하던 중국이 아니다. 최근 중국 철강산업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글로벌 무역 갈등 등 대내외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산업구조 고도화와 질적 전환을 가속화하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탈탄소 정책, 스마트팩토리 확대,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은 한국 철강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중국 철강시장 동향과 한국 철강산업의 과제’라는 주제 아래 유승록 S&S철강산업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심층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포스코경영연구원 심상형 연구위원, 동국제강 마케팅실 박언수 실장, 현대제철 판재마케팅실 윤영식 팀장, 스틸앤스틸 서정헌 회장과 김홍식 대표 그리고 스틸데일리 중국 담당 김은주 기자가 함께 자리해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스틸데일리 주최 좌담회의 주요 내용으로, 중국 철강 시장의 현재 동향과 미래 전망, 그리고 이로 인한 한국 철강 산업의 과제 및 정책 방향에 대해 다룹니다. 참석자들은 중국 철강 산업이 저가 생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및 친환경 생산으로 질적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탈탄소 정책과 스마트 팩토리 확대 등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합니다. 또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 추진력과 이에 대비한 한국의 산업 정책 재설계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내 시장 보호와 해외 기술 협력의 중요성을 논의합니다. 해당 팟캐스트는 Google NotebookLM의 AI 오디오 오버뷰로 제작되었습니다.
다음은 좌담회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Q. 최근 중국 철강시장의 동향은 어떻게 보는가
김은주 스틸데일리 기자> 중국 철강시장은 올해 들어서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하이 지역 기준으로 5월 말 현재 시중 유통가격은 연초 대비 약 7% 하락한 상태다. 이러한 가격 약세는 대내외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발 무역전쟁 여파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으며, 대내적으로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수요가 저조한 상황이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이 재개되면서 긴장이 다소 완화됐지만,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 조강 생산 통제, 수출 다변화, 고급강 확대 등 다양한 정책으로 철강산업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김홍식 S&S 대표> 코로나 이후 중국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지난해보다 거리나 공사 현장 분위기는 오히려 나아졌다는 느낌이었지만, 현지에서는 앞으로 1~2년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속적인 경기부양을 강조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새로운 대규모 정책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신형 인프라 투자는 과거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성격이 달라 철강 소비가 예전처럼 급격히 늘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Q. 하반기 중국 철강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김은주 스틸데일리 기자> 하반기 중국 경기는 상반기보다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상반기는 미국의 고율 관세 발효 전 '밀어내기 수출' 효과로 경기 방어에 성공했지만, 하반기부터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와 부동산 침체, 내수 부진이 본격화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4분기에는 연간 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해 대규모 부양책이 발표될 수도 있어 내수 부양책 수준에 따라 철강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중국 경제는 'U자형' 흐름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심상형 포스리 연구위원>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잡았지만 IMF와 세계은행은 4%대 중후반을 전망하고 있다.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완화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소비 진작, 설비 투자 확대, 무이자 대출 지원 등 다양한 조치로 1분기 성장률은 5.4%를 기록했다. 수출도 회복세를 보이며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다만, 미중 무역갈등이 여전히 변수다. 3월 수출 급증 이후 4월에는 생산과 소비가 둔화됐고, 5월부터 90일간 관세 유예가 합의되면서 2분기까지는 회복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하반기는 미중 협상 추이에 따라 등락이 예상되지만, 정부의 적극적 부양 의지가 성장률을 어느 정도는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
박언수 동국제강 실장> 중앙정부는 재정 여력이 있지만 지방정부는 코로나 기간 동안 재정이 상당히 소진돼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 국영기업들은 설비투자를 통해 경기를 떠받치고 있으나 중소 협력업체들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철강·부동산은 여전히 부진한 반면 서비스업·물류·로봇·전기차 등 첨단 산업은 비교적 호조를 보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산업구조 전환에 따라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하지만, 단기적으로는 4~5%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 등 원자재 수입 측면에서는 중국 경기 둔화가 원가 절감에는 유리하게 작용하나, 수입 증가가 과도할 경우 국내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
윤영식 현대제철 팀장> 1분기 5.4% 성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을 의식해 중국이 선제적으로 수출 물량을 확대한 결과로 보인다. 미중 무역협상도 미국 뜻대로만 흘러가긴 어려우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정치적 기반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무역갈등이 장기화되기보단 현 수준에서 일부 강화되는 정도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철강 내수는 중국 시황과 약 2~3주 시차를 두고 민감하게 연동되고 있다. 중국 철강경기가 회복되려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야 하나, 정부가 과거처럼 대규모 부동산 부양에 나서긴 쉽지 않다. 대신 반도체, AI, 로봇 등 첨단 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 철강경기의 단기 회복은 쉽지 않으며 저성장·저수익 구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홍식 S&S 대표> 중국 정부의 전체 투자 규모는 소폭 증가했지만, 부동산개발 투자가 크게 줄어 체감경기는 여전히 부진하다. 반면 제조업 고기술 산업 투자는 8% 늘었고, SOC 부문에서는 항공운송 13.4%, 수자원관리 39.1%, 에너지 인프라 25.4% 등 일부 분야가 성장하고 있다. 과거처럼 농촌 도시화나 대규모 아파트 건설 중심의 철강 수요 증가는 이미 끝난 것으로 판단된다.
Q. 중국의 감산과 설비 폐쇄 정책 실효성은
김홍식 S&S 대표> 현재 중국 철강 시장의 감산은 과거와 양상이 다르다. 전체 철강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건설경기 부진으로 자연 감산이 이뤄지고 있다보니, 과거처럼 한꺼번에 1억 8,000만 톤을 셧다운하는 식의 강제 감산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신 에너지효율등급 등 환경·효율 기준을 활용해 감산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소형로, 노후설비, 봉형강류 위주의 감산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심상형 포스리 연구위원> 중국 정부가 직접적인 감산이나 설비 폐쇄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철강 수요가 약 5천만 톤 줄었지만 생산량 감소는 2천만 톤에 그쳤다. 정부는 일정 수준의 생산량 유지를 용인할 수밖에 없다. 대형 설비들은 그동안 설비 개선 및 교체를 통해 환경 기준을 맞출 수 있도록 조정돼 왔는데, 현재 약 8억 5천만 톤 규모가 환경 기준을 충족해 강제 폐쇄 명분이 없다.
영세업체 일부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남아 있지만, 고용과 지방재정 부담으로 인해 강제 폐쇄는 쉽지 않다. 중국강철공업협회는 2025년 생산량을 9억 5천만 톤으로 전망했지만, 이는 자연스러운 수요 감소를 전제로 한 수치일 뿐 정부 주도의 감산을 의미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연간 수요는 8억 톤 내외, 비관적일 경우 6억 5천만 톤까지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구조조정은 시장 원리에 따라 점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윤영식 현대제철 팀장> 중국 정부는 강한 통제력을 보유하고 있어 실질적인 감산은 정부 의지가 없는 한 자율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과거에도 감산을 약속하면서 소규모 고로에서 전기로 등으로 설비전환 등을 통해 생산을 유지한 사례가 반복됐다. 최근 언급되는 5천만 톤 감축 전망 역시 수요 감소와 일부 소규모 업체 구조조정에 따른 자연감산일 가능성이 크다.
김은주 스틸데일리 기자>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내수 침체 여파로 중국은 감산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미 각 성(省)별로 조강 감산 할당량이 내려간 상태이며, 6월 중으로 구체적인 감산 계획안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감산 규모로 실제 시행 수준에 따라 철강 수급과 가격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Q. 중국산 철강 제품의 품질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박언수 동국제강 실장> 단압밀 특성상 다양한 회사 제품을 압연하기 때문에 제품 간 비교가 비교적 용이하다. 반제품 기준으로 보면 대형 열연코일 등에서는 중국산이 한국이나 일본 제품에 비해 품질이 다소 낮아 약 80~90%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일반 판재류나 일부 후판류에서는 품질이 상당히 향상돼 일부 제품은 포스코, 일본 NSC 제품과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윤영식 현대제철 팀장> 바오스틸 등 주요 중국 철강사들의 전반적인 기술 수준은 상당히 높아졌다. 일부 고급 제품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범용 제품 기준으로는 일본이나 한국 제품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이는 중국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한 결과다.
앞으로 아시아 등지에서도 고급재 시장에서 중국산과의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산 철강이 저가재부터 고급재까지 글로벌 시장 전반을 흔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Q. 한국과 중국 철강산업 정책 방향의 차이는 무엇인가
김은주 스틸데일리 기자> 중국의 탈탄소 정책은 정부 주도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한국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정부의 강력한 목표 설정에 따라 기업들의 탈탄소 이행도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 중심에는 바오우그룹이 있다. 바오스틸 모기업 바오우그룹은 500억 위안 규모의 탄소중립 펀드를 조성하고, 100만 톤급 수소 기반 샤프트로 시범 프로젝트를 추진하였을 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을 30% 이상 줄일 수 있는 저탄소 제철 기술인 ‘HyCROF’ 기술 개발에도 성공했다.
중국 정부 역시 탄소배출권 거래제 활성화, 공공 프로젝트 추진 시 친환경 철강 사용 의무화 등 정책을 통해 탈탄소에 앞장서는 기업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심상형 포스리 연구위원> 한국은 전통 제조업으로서 철강산업을 기존 생산체제를 최대한 유지·보호하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기존 철강업체들의 생산 기반을 유지하면서 수출과 내수 모두를 충족시키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반덤핑(AD) 등으로 시장을 방어하는 모습이다. 반면 중국은 자연스러운 양적 축소도 받아들이면서 철강산업을 전환·업그레이드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방점을 두고 있다.
중국 정부는 철강산업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선진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미 5년 전에 '인터넷 플러스' 정책을 통해 2025년까지 스마트 철강공장 50개 구축이라는 목표를 세웠으며, 탈탄소·고생산성·에너지 절감 등도 추진 중이다. 정부가 직접 지급하는 보조금은 크지 않지만 정책 방향을 제시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 전략을 유도하고 있다. AI, 스마트 공정, 물류 자동화 등을 결합해 고부가가치화를 이뤄가고 있다.
Q. 한국의 열연·후판 반덤핑 조치 이후, 수입 물량이 제3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윤영식 현대제철 팀장> 후판의 경우 제3국 이전 가능성은 낮다. 현재 수입의 90% 이상이 중국과 일본산이며, 후판은 조선 블록 설계 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생산지 변경이 쉽지 않다. 열연은 러시아, 인도, 동남아 등으로 일부 전환 가능성이 있다.
박언수 동국제강 실장> 앞서 언급했듯 열연은 다양한 공급선이 확보돼 있는 만큼 제3국 수입 가능성이 있다. 후판의 경우 조선용 블록 공장이 대부분 중국에 있고 일부 베트남에도 분포해 있으나, 경쟁력 측면에서는 여전히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본다.
김홍식 S&S 대표> 전반적으로 중국 철강사들은 한국의 중국산 후판 반덤핑 제소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후판의 경우 주력 수출품목이 선급용 제품이고, 보세창고 등을 활용해 대응하고 있어 직접적인 타격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열연 역시 시장 다변화를 통해 수출선을 조정하고 있지만, 주력 시장인 베트남에서도 중국산 열연에 대한 AD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향후 한국향 물량 확대 가능성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AD 본판정 이전까지는 물량 밀어내기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일부 강관업체들은 안산강철과 3만 톤 규모 열연 계약을 체결했으며, 롄중·사강 등도 5월 한 달간 한국 강관사와 1~2만 톤씩 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대형 중국 무역상들의 한국 유통시장 진출 가능성이다. 중국 CIMC는 이미 당진에 부지를 매입했으며, 스크랩 유통 및 철강재 유통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 유통업체 인수 가능성까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Q. 중국의 탈탄소 정책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유승록 S&S 소장> 중국은 DRI 공정에 천연가스 ·풍력을 혼합해 현재 30% 탄소저감 실증에 성공했으며, 100% 수소 대체가 가능한 컨버터블 설비까지 구축했다. 기존 고로 기반에서 단계적으로 저감을 실현하고 있어 우리보다 한층 현실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심상형 포스리 연구위원> 동의한다. 중국은 현실적인 단계별 탈탄소 정책을 추진 중이다. 샤프트로와 전기로를 통한 저탄소 생산을 시험하고 있으며, 바오스틸은 고로에서 스크랩 투입 비율 확대를 통한 탄소 저감을 확대하고 있다. 30% 스크랩 투입은 안정화됐고, 50%까지 실험 중이다. 재생에너지 비중도 일부 공장에서 30% 이상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DRI 공정 도입 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대형 국유기업들이 수소 및 재생에너지 기반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바오스틸 경우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도 7%를 넘어선 상황이다.
윤영식 현대제철 팀장> 국내 철강산업의 탈탄소 정책은 정부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주요국들이 대규모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대부분 기업에 맡겨져 있다. 기업들도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으로 인해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전기로 확대, CCU·CCS 기술 접목 등을 통해 중간 단계 저감을 추진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을 구상 중이다.
김홍식 S&S 대표> 중국 철강산업은 기존의 양적 성장 중심에서 질적 성장 중심으로 본격 전환하고 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제15차 5개년 계획을 통해 그린스틸 확대, 산업 집중도 강화, 스마트화 및 고부가가치화를 핵심 전략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그린스틸 부문에서는 에너지효율 등급이 높은 설비 비중을 확대하고, 스크랩 사용량을 현 3억 톤에서 4억5천만 톤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전기로 비중도 20%까지 높이고, 에너지효율이 높은 설비를 보유한 기업은 감산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산업 집중도도 강화된다. 상위 10대 철강사의 시장점유율을 60%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해 국유기업 중심의 대형 M&A가 추진 중이며, 권역별로 중점업체와 전문업체 체계로 정비하고 있다.
스마트화 및 고부가가치화 측면에서는 물류·공장 자동화 투자가 확대되고, 전기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강판 생산량은 올해에만 500만 톤이 증가할 것으로 파악된다. 단순한 양적 경쟁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제품 경쟁력, 기술력, 친환경 생산 역량에서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어, 한국도 이에 대한 중장기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서정헌 S&S 회장> 이런 차이는 결국 정책 설계 역량 차이에서 비롯된다. 한국 정부는 특정 대기업 중심으로 정책을 운영하다 보니 대기업 보호 논리에 묶여 있다. 반면 중국은 기업 다원화를 통해 실험과 경쟁이 병행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산업구조 개편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Q. 한국 철강산업의 미래 방향은 어디에 두어야 하나
유승록 S&S 소장> 중국과의 협력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의 R&D 투자 규모와 신기술 개발 속도는 매우 빠르다. 바오스틸이 매출 대비 7%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 놀라운데, 그 결과 AI·로봇·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신기술을 축적해 가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필요시 적극 도입하거나 협력하는 유연성이 필요한데, 우리는 아직까지 중국을 지나치게 낮춰보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중국 철강기업들은 신기술 제품 개발에서도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바오스틸은 연간 12종의 세계 최초 제품을 개발하고 있고, 지난 5년간 누적 60~70종에 달한다. 중국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구조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박언수 동국제강 실장> 무역 측면에서는 중국과의 협력에서도 신사협정을 통해 시장 질서를 유지하고, 비신사적 거래를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들은 상생 구조를 유지하며 수요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고객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규제는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어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윤영식 현대제철 팀장> 중국산 수입재로 인해 시장 질서가 어긋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무역규제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둬야 국내 철강사들이 적자를 벗어나 신제품 개발, 설비 투자 등 추가 투자를 추진할 수 있다. 수출시장 협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국내시장을 보호하는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
서정헌 S&S 회장> 정부의 산업정책이 대기업 중심으로 흐르면서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산업정책을 새롭게 재편하고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정책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보수적 관망으로는 철강산업의 장기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김홍식 S&S 대표> 한국은 구호성 정책이 많고,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복잡성과 지연이 반복된다. 여기에 정치적 혼란까지 더해지며 정부 정책, 기업 전략, 시장이 각자 따로 움직이고 있다. 이로 인해 정책의 방향성이 흔들리고 지속성이 부족한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반면 중국은 정부 주도로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속도와 성과 면에서 격차를 벌리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이 사실상 포기한 탄소중립 글로벌 표준의 주도권을 장악하려 하고 있으며, 향후 중국 표준이 세계 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 신정부 역시 특정 방향으로 치우치기보다는 산업 현실과 정부의 재정 여력을 충분히 감안한 균형 잡힌 산업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