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더 이상 고철이 아니다”, 철 스크랩 명칭 변경 논의 본격화
- '스크랩'은 그만… “귀중한 철강 원료에 걸맞은 명칭 필요” - 일본 업계 공식 제안… 산업 위상 변화 반영한 이미지 개선 추진
일본 철 스크랩 업계에서 ‘스크랩’이라는 용어를 바꿔야 한다는 공식 제안이 나왔다. 철강 원료로서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부정적인 어감을 줄이고 산업 이미지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일본철리사이클공업회는 전국대회에서 명칭 변경 검토에 착수하기로 했다.
일본철리사이클공업회가 철 스크랩에 대한 새로운 명칭 검토에 나선다. 지난 5일 삿포로에서 열린 제50회 정기총회 및 제35회 전국대회에서, 기타니 회장은 “우리가 출하하는 상품에 대해 더 이상 ‘스크랩’이라는 용어가 적절하지 않다”며 명칭 변경을 제안했다.
기타니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철 스크랩 업계는 지금 큰 전환점에 있다. 앞으로 스크랩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귀중하고 중요한 철 원료로서, 그 가치를 더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이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카본뉴트럴과 그린스틸 흐름 속에서 철 스크랩은 반드시 필요한 제강 원료가 됐다”며 산업 위상 변화에 발맞춘 용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명칭 변경 필요성에 대해 네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현 명칭이 발상 형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우리 업계가 사용하는 ‘철 스크랩’은 본래 ‘쓸모없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중에서 수거한 원자재는 그렇다 치더라도, 야드에서 가공과 선별을 거쳐 제강사로 출하되는 제품은 분명히 유용한 ‘제철 원료’다. 그런 제품까지 ‘스크랩’이라 부르는 건 업계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사회적 인식 변화다. 대량 소비사회가 발전하면서 일반 대중은 ‘스크랩’이라는 단어에 ‘쓰레기’, ‘버리는 것’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고, 이는 업계 이미지 저하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실제 일본철리사이클공업회도 1991년 ‘일본고철공업회’에서 지금의 명칭으로 개칭한 바 있다. 기타니 회장은 “당시에도 부정적 인식을 없애고자 용어를 바꾼 건 매우 선진적인 판단이었다”고 평가했다.
셋째는 국제적인 흐름이다.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요국들은 ‘steel scrap’ 대신 ‘recycled steel’ 또는 ‘secondary raw material’ 등 긍정적인 어감을 주는 용어를 쓰는 추세이며, 중국도 ‘재생강철원료’라는 명칭을 도입해 철 스크랩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명칭이 산업 정책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넷째는 제품 품질 고도화다. 기타니 회장은 “앞으로는 제강사들이 철 원료의 성분과 품질까지 정밀하게 관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정제되고 성분까지 관리된 제품을 여전히 ‘스크랩’이라고 부르는 건 적절하지 않다. 이는 품질 보증이 가능한 ‘제품’에 가까우며, 더 이상 ‘쓰레기’의 범주에 포함시켜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일본철리사이클공업회는 우선 각 지역 지부를 통해 명칭 변경에 대한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변경 여부와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기타니 회장은 “시간을 들여 신중히 검토하되, 업계 전체의 이미지 향상과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 철강업계에서도 ‘고철’이라는 표현이 여전히 통용되고 있으나, 철 스크랩이 친환경·재생자원으로서 가치가 부각되면서 명칭이 바뀌었으면 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일본의 이번 논의가 국내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