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리포트] 철 스크랩 대세 하락장 마감했나?

"11개 분기만에 바닥이 올랐다!" 정상 시장 복귀에 유통업체 전략 수정 중

2025-05-21     손정수 연구위원

한국의 철 스크랩 가격이 장기 하락을 끝낸 것 같다.

한국의 철 스크랩 가격은 2022년 4월 71만 5,000원(이하 남부 제강사 중량A 구매가격 기준)를 고점으로 하락에 하락을 거듭했다. 등락을 하면서도 바닥은 계속 하락했고, 고점도 계속 떨어졌다. 2년 여만에 처음으로 바닥의 상승 신호가 감지됐다.

지난해 말 최저 가격은 36만 5,000원이었다. 다음 바닥은 5월 초의 37만 원으로 직전 바닥보다 5,000원 높다. 11개 분기만에 바닥이 오른 것이다. 5월 초 바닥 가격이 오른 것을 일시적인 현상으로도 볼 수 있지만 주변 여건을 고려할 때 한국의 철 스크랩 시장이 추세적 하락을 마감한 것으로 보인다.

바닥만 오른 것이 아니라 고점도 오르고 있다. 최근 가격 하락폭은 톤당 약 3만 원 정도이다. 5월 가격 상승폭은 공식적으로는 톤당 2만 원 수준이지만 계약과 특별 구매까지 고려하면 3~4만 원 올랐다. 바닥과 고점 모두 직전 보다 높은 수준이다. 아직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 차트는 대세 하락을 마감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1) 우리가 추세적 하락세가 끝났다고 보는 이유는?

- 한국산 철 스크랩의 역사적 저평가

한국과 일본의 스크랩 시장은 연동성이 매우 높다. 2017년 이후 8년간 남부 제강사의 중량A 구매 가격과 일본의 H2 내수 가격의 격차는 톤당 5만 8,000원으로 한국산이 비쌌다. 2017년~2020년은 5만 9,000원, 2021년~2024년은 5만 7,000원 높다. 그러나 2024년에는 3만 9,000원이 비쌌다. 올해는 1만 9,000원으로 격차가 줄었다. 지난 4월 중순부터는 역전돼 한국산이 더 싸다.

한국의 철 스크랩 내수가격이 국제가격 대비 역사적 저평가 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이로 인해 수출 시장도 조금씩 열리면서 국산 스크랩 가격 하락이 억제되고 있다. 수요 급감에 따른 가격 하락 압력도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 저평가로 수출이 주목을 받고 있다. 4월에만 5만 3,000톤을 기록했다. 5월에도 2만 톤 넘는 물량이 선적 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한국 스크랩 시장의 규모에 비해 크지는 않지만 수 만 톤씩 매월 수출로 나간다면 수출은 제강사의 구매 정책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가격 하락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국산 중심의 제강사 구매전략

한국은 여전히 공급부족 국가이지만 제강사는 국산 스크랩에 구매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4월까지 수입은 전년대비 -23.6%, 53만7,000톤을 기록했다. 수출은 10만 5,000톤을 기록했다. 한국철강협회 통계 자료에 따르면 3월 한국의 철 스크랩 자급도는 93.2%이다. 불황으로 자급도가 크게 상승했지만 바뀌지 않은 하나는 아직 공급 부족 국가라는 점이다.

제강사에게 철 스크랩 수입은 공급 부족을 해소하는 가장 빠른 길이기지만 국산 스크랩의 변동성을 줄이는 안정제 역할도 해왔다. 역사적으로 전기로 제강사들은 수입 철 스크랩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국내 시장 안정을 위해 수입을 적극적으로 해 왔다. 표면적으로는 공급부족 국가이지만 안정적으로 대량의 철 스크랩을 수입해 공급과잉 국가처럼 시장을 운영했던 것이다.

3월까지 수입 철 스크랩은 전년대비 46.7% 감소한 35만 톤에 그쳤다. 국산은 20.2% 감소한 342만 톤을 기록했다.

수입 급감으로 국내 제강사의 시장 장악력이 크게 약화하고 있다. 최근의 철 스크랩 가격 변동성은 국내 시장에 대한 제강사의 지배력 약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 제강사의 적은 재고 변동성 확대 불러

3월 말 기준 국내 제강사의 철 스크랩 재고는 51만 톤으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53.3%나 줄었다. 3월의 국내 구매량이 전년대비 20.2% 줄어든 342만 톤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재고 매우 적은 편이다. 적은 재고는 3월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 1~3월 월 평균 재고는 55만 톤으로 전년의 102만 톤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1~3월 재고가 크게 줄어든 것은 1) 제강사의 소비량 감소와 이익 감소로 저 재고 전략이 확산한 상황에서 2) 가격이 오르면서 국산 유통량이 급감했다. 3) 국산 거래량 감소를 보완해줄 수입도 매우 낮은 수준에 그쳤다.

2021년~2024년까지 4년간 구매량 대비 재고량은 53.3%였다. 그러나 올해는 1월 46%, 2월 33.4%, 3월 27.4%로 급락했다. 1~3월 평균 재고율은 34.6%에 불과했다. 이는 전년 평균인 49.7%에 비해 15.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총 재고율의 감소도 중요하지만 등급별 재고율은 상당히 무너졌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낮은 재고와 등급별 재고 밸런스의 붕괴는 제강사의 시장 주도권 약화를 낳았다.

2) 유통과 제강사의 전략은?

가격 약세 요인이 제강사의 수익성과 적은 수요라면, 가격 하락 저지 혹은 상승 요인은 국제 가격과의 격차, 적은 발생량, 제강사의 낮은 재고 등이다. 철 스크랩 가격은 양자 사이의 팽팽한 대결로 결정될 것이다. 여기에 외부의 특별한 자극은 상승이나 하락폭을 키우는 요소가 될 것 같다.

- 제강사 구매 전략은 지금의 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전기로 제강사들은 낮은 수익성에 골몰하고 있다. 따라서 가격이 싼 국산 구매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스크랩 수급 안정을 위해 가격이 비싼 수입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산 스크랩의 대세 하락이 끝났다고 하더라도 국산 구매 집중은 이어질 것이다.

수익에 영향을 주는 재고 비용 경감을 위한 노력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익에 쫓기는 제강사들이 지금의 구매 전략을 선회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 철 스크랩 유통업체들은 전략 수정이 예상된다.

유통업체들의 이익은 판매 마진이 기본이다. 여기에 구좌업체들은 인센티브와 대납 수익이 추가되는 구조이다. 올해 1분기에 제강사의 국산 철 스크랩 구매량은 20.2% 감소했다. 유통업체들은 거래량 감소로 톤당 마진을 높일 수밖에 없다.  재고 평가 이익을 높이는 쪽으로 무게 이동을 할 것이다. 

적은 발생량과 적은 수요에 최대 이익을 내기 위한 유통의 전략은 저가 구매 고가 판매일 수 밖에 없다. 판매 전략도 회전에서 비축으로 전환 될 것이고 물량 잠김 현상이 자주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기 부진과 함께 철 스크랩을 보유한 중상이나 발생처의 발언권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강사들은 잠긴 물량을 끌어내기 위한 인센티브나 특별구매를 제시하는 횟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