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 인상에도 마냥 웃지 못하는 철 스크랩 공급업계
- 고정비·금융비용 부담, 구조상 마진 확보도 어려워 - 물량 중심 경쟁 반복, 피하기 어려운 구조조정 우려
철 스크랩 공급업계가 구조적인 수익성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제강사들의 매입단가가 다소 인상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이익을 남기는 장사가 아니라 손해를 줄이는 장사"라는 말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원가 상승과 과열된 매입 경쟁, 줄지 않는 고정비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단가 인상 효과가 실질 마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일부 구좌업체가 야드 물량을 기반으로 시세 차익을 노릴 수는 있지만, 이마저도 경쟁이 붙으면 의미가 없다는 게 현장 판단이다.
한 공급업체 관계자는 "단가가 30원/kg 올라도 천 톤 기준으로 약 3,000만 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할 수 있지만, 계약 조건과 물류비, 운영비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남는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고정비가 높고 단가 협상력도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마진을 남기기보다 손실을 줄이기 위한 거래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실제 한 중견 공급업체의 2024년 손익계산서를 살펴보면, 연 매출은 전년 대비 38% 급감했고, 매출총이익은 10억 원대에 그쳤다.
판매관리비와 금융비용은 전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증가한 가운데, 영업손실은 약 3억 4,000만 원, 당기순손실은 약 9억 원에 달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급여, 감가상각, 차량 유지비, 임차료, 이자비용 등 고정 지출이 좀처럼 줄지 않는 것이 손익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업계에서는 월 손익분기점만 1억 원 이상인 곳이 많지만, 금리 부담과 낮은 마진 구조 속에서 이 기준을 넘기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공급단 내부에선 단가가 다소 오르더라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 속에서 업계 일각에서는 물량 경쟁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 채산성 중심으로 구조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단가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존속 가능한 재무 구조와 거래 모델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 물량 경쟁에서 벗어나 마진 중심의 체질로 바꾸지 않으면 가격이 조금만 흔들려도 버티기 어렵다. 결국은 생존 가능 구조를 가진 업체만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