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특집③] 2025년 중국 철강 수급 및 시황 전망
양회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수가격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GDP 대비 재정적자율을 1%P 올리면 한화로 약 260조원의 돈이 시중에 풀리게 된다. 여기에 5,000만톤에 달하는 감산을 할지도 모른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가격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할까? 금년도 중국 철강재 수급과 가격은 어떻게 될 것인지를 분석 전망해 본다. [편집자 주]
24년 4Q 5.4% 성장…심상치 않은 주요 경제지표
지난해 4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은 5.4%였다. 산업생산 증가율도 지난해 12월 전년동월대비 6.2%, 1~2월은 5.9%가 증가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2월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각각 -0.7%, -2.2%가 줄었다. 물가가 낮아지고 성장률이 높아졌는데 왜 힘들다고 아우성일까?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풀었지만, 돈을 푸는 곳과 방식이 달라졌고, 무엇보다 불안심리와 취업난(특히 건설과 IT, 외국계 기업의 중국 철수) 때문이다. 실제 총 통화량(M2)은 지난해 2월 이후 300조 위안을 넘고 있다. 반면 2월 실업률은 5.4%로 23년 이후 최고치다. 불안심리는 제조업원자재구매지수(PMI. 5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 호전을, 미만이면 불황을 의미한다)에서 잘 나타난다. 2월 PMI는 50.2로 1년 넘게 50 언저리를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
1~2월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동월대비 4.1%가 늘었지만 민간투자는 지난해 8월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해오고 있다. 제조업투자는 전년동월대비 9.0%가 늘었지만 역시 IT와 안보 등 정부 주도의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가 주를 이뤘다.
여전히 회복이 요원한 부동산시장…철강 수요회복 더뎌질 듯
금융위기 중국 경제 성장을 견인해 오던 부동산은 헝다 사태 이후 갖은 처방에도 좀처럼 불황의 늪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투자는 2022년 2월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해오고 있다. 금년 1~2월은 전년동기간 대비 9.8%가 줄었고, 신축착공은 29.6%나 줄었다. 상업용주택 판매 역시 29.6%가 줄어드는 등 착공과 판매 모두 더 악화되는 모습이다. 정부의 부동산 관련 정책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가격 안정과 노후주택 개량, 미분양 주택 매입이다. 중국 철강재 수요의 절반이 부동산을 포함한 건설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철강 과잉문제를 해결하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5.4% 성장과 경기부양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철강재 선물 및 내수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이유다.
이구환신 지원 범위 확대…가전, 차 호조세 당분간 지속될 듯
제조업은 비교적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활발한 곳은 조선 건조 분야다. 지난해 연말까지 중국 조선 건조량은 4,818만CGT로 전년동기대비 13.8%가 증가했으며, 신규 수주는 1억1,305만CGT로 58.8%나 늘었다. 금년 1월 수주는 한국에 1위를 빼앗겼지만 여전히 견실하다.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도 신에너지차의 세제지원에 힘입어 전년대비 3.7%가 늘었다. 1월 생산이 1.7% 증가에 그쳤지만, 정부의 이구환신과 관련한 세제지원과 범위 확대로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도 4분기 생산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가전의 경우 가전 이구환신 보조금 지급 범위가 올해에는 8종에서 12종으로 확대된다.
철강재 수급 및 가동률… 봉형강류 vs 판재류 양극화 지속
마이스틸 자료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5대 품목의 설비가동률과 생산량, 소비량을 전월과 전년동월로 비교해보면 판재류와 봉형류 시장이 양극화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철근과 선재 가동률은 30%대에 불과하면서 지난해 수준을 밑돌고 있는 반면, 열연 냉연은 80%대, 중후판은 90%대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고 모두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생산량은 철근과 선재는 지난해 수준을 밑돌았지만, 판재류는 지난해 수준을 다소 웃돌았다. 문제는 소비량이다. 전 품목이 전월대비는 물론 지난해보다 줄었다. 철근과 선재는 각각 40.4%, 42.2%가 줄었고, 판재류도 전년동월대비 4.7~9.7%가 줄었다. 앞서 보았듯이 건설부진, 제조업 호조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국가발전계혁위원회(NDRC)의 감산 가능성 발표가 나왔다. 예년 같으면 유통이나 실수요가의 사재기로 선물과 현물 모두 강세를 보일법도 한데, 오히려 가격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재고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금년도 중국 철강재 수요 8억5,000만톤 전후 예상…구조조정 속도 빨라질 듯
중국 야금공업협회는 지난해 중국 철강재 수요가 약 8.64억톤으로 전년대비 4.4% 감소했다고 발표했고, 올해는 8억5,000만톤으로 전년도보다 1.4%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개인적으로 지난해 수요는 전년대비 2.5% 감소한 8억9,00만톤, 올해는 전년대비 4% 정도 줄어든 8.5억톤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요산업별로는 자동차, 조선, 에너지 관련은 수요증가가 예상되지만 건설과 SOC는 감소할 것으로 본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 구조조정은 시간이 걸린다. 당분간 중국 수요는 8억5,000~8억7,000만톤에서 소폭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은 것은 공급과잉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인데, 판재류보다는 봉형강류의 구조조정이 더 빠르게 일어날 것으로 본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부터 봉형강류업체가 압연라인을 열연, 후판으로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총 1억톤을 넘는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들 설비가 가동에 들어가면 판재류 시장도 혼탁이 예상된다. 전체적으로 중국의 생산 구조는 특수강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가 2023년부터 양보다 질, 미래산업에 필요한 ‘전문화, 정밀화, 차별화, 고부가가치화’를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동률이 하락하고, 수요가 감소하면 당연히 뒤따르는 것은 수익성 악화와 구조조정이다. 지난해 중국 철강사의 대부분이 적자였는데, 금년도는 작년보다 더 악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또 한번 M&A가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 지난해 중국 10대 메이커의 시장 점유율이 42%였는데, 어쩌면 정부가 원하는 60% 목표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한 저가수출 공세도 거세질 것으로 본다. 한국 입장에서는 썩 좋은 현상은 아니다.
시나리오별 시장환경 및 가격 전망
양회 직후 잠깐 반짝하던 중국 내수가격은 다시 하락세다. 3월 21일 현재 상하이 열연 유통가격(3.0mm기준 13% VAT 포함)은 톤당 3,390위안으로 연초대비 100위안이 하락했다. 철근은 3,220위안으로 140위안이 하락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수요부진과 과잉구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는 양회를 앞두고 유통의 사재기도 사라졌다. 필자는 금년도 중국 내수가격을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전망해 보았다.
▲긍정적 시나리오 : 생산이 9억5,000만톤 미만이고, 내수가 8억7,000~8억8,000만톤에 달할 경우 수출 8,000만톤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럴 경우 2분기부터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수출 오퍼가격도 50달러 이상 오를 것으로 본다. 확률은 35%다.
▲중도적 시나리오 : 생산이 9억7,000~9억8,000만톤에 달하고, 내수가 8억6,000~8억7,000만톤에 달할 경우다. 수출은 1억톤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2분기에 저점을 지나 3분기부터는 반등할 것으로 본다. 수출 오퍼가는 지금보다 20~30달러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며, 확률은 45%다.
▲비관적 시나리오 : 생산이 10억톤을 넘고, 내수는 8억5,000만톤 미만인 경우다. 수출은 1억2,000만톤 이상이 될 것으로 본다. 2분기 보합 이후 6월 중순 이후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이 경우 수출 오퍼가격도 30달러 이상 하락할 것으로 본다. 확률은 2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