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위기의 철근 시장②∙∙∙금리인상·건설침체·공급과잉 ‘3중고’

- 금리 인상發 경기침체∙∙∙철근 수요 '직격탄' - 투자 위축으로 건설 현장 멈춰서며 시장 찬바람 - 설비투자 불구 되레 수요 부진∙∙∙철근 업계 ’벼랑 끝’

2025-03-11     김영대 선임기자

철근 시장이 근 2년 새 고꾸라졌다. 건설 경기 침체와 맞물려서 급격하게 수요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경영실적이 악화한 업체들은 존폐의 기로에 섰다는 평가까지 제기된다. 본 기획특집에서는 최근 들어 심화된 철근 수요 감소와 생산업체들의 실적 현황을 살펴보고 시장이 악화일로에 들어선 배경과 해결책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분석해봤다. [편집자주]

철근 수요는 지난해 소위 ‘역대급’ 저점을 기록한 뒤 올해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아울러 수요부진과 맞물린 제품 가격 하락으로 관련 업체들의 경영실적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실상 적자로 전환됐다.

위기 상황을 초래한 배경은 의외로 간단하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늘어난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과정에서 경기가 침체됐고 건설산업 위축과 함께 철근 수요는 줄어들었는데 공급능력은 되레 늘어났다.

급등한 금리와 경기침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코로나19 창궐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초저금리와 대규모 양적 완화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후 공급망 교란과 재정 지출 확대가 겹치면서 급격한 물가 상승이 발생했고, 이를 통제하기 위해 2022년 초 기준금리를 0~0.25% 수준에서 시작해 2023년 말까지 5.5% 수준까지 급격하게 인상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0.5%에서 3.5%로 올리며 금융시장의 긴축을 강화했다. 금리 인상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 건설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철근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급등하면서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났고 신규 투자나 자금 융통이 막히면서 건설업계와 관련 산업의 경기 침체가 심화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택 건설 시장에 수요 의존도가 높은 철근 업계 역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악’ 소리나는 건설경기
건설경기 침체는 수치로도 명확히 나타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의 인허가 연면적은 지난 2023년 1월 945만 6,700㎡에서 2024년 703만 1,120㎡로 대폭 감소했다.

올해 들어 719만 8,134㎡로 소폭 증가했지만 평년 수준 인허가 연면적이 805만㎡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부진한 상황인 데다가 이 마저도 실제 공사가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착공 연면적 역시 2023년 321만 3,129㎡에서 2024년 잠시 증가했으나 2025년에는 246만 9,840㎡로 최근 3년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렇게 공사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철근 수요가 회복되기 어렵다. 올해 들어 문을 닫는 현장이 늘어나면서 자재 구매를 아예 중단한 경우도 많다."며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에는 신규 프로젝트 수주도 어렵지만 기존 계약조차 취소되거나 법정관리 등으로 인해 기한 없이 연기되는 사례가 많아져 현장 분위기가 매우 침체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수요부진 속 공급과잉 심화
이처럼 수요가 부족해진 상황 하에서 국내 철근 생산능력은 오히려 증가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철근 생산규모는 연간 1,178만 톤 수준이었으나 2022년에 한국특강이 연간 80만 톤 규모의 신규 설비를 가동하면서 1,258만 톤으로 늘어났다. 나아가 2023년 들어서는 포스코가 코일철근 생산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철근 생산량이 1,259만 톤으로 늘었다.

2024년 철근 생산업계 내수판매 실적이 762만 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40% 이상 감산 체제를 유지해야 수급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철근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신규 설비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졌지만, 수요는 따라주지 않아 재고 부담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수급의 불균형은 과당경쟁과 유통가격 하락을 초래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어지간한 조치는 이미 시장에 학습이 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타파하기 위해선 과감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3편 연재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