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위기의 철근 시장①∙∙∙끝없는 수렁에 빠진 수요

- 철근 수요 2년 새 240만 톤 감소···‘역대급’ 수요 침체 - 주요 제강사 영업이익 급감, 적자구간 본격 진입 - 2025년 1~2월 판매량 역대 최저···회복 기대 어려워 - 유통업계 매출 감소·경쟁 심화, 미수금 리스크도 확대

2025-03-11     김영대 선임기자

철근 시장이 근 2년 새 고꾸라졌다. 건설 경기 침체와 맞물려서 급격하게 수요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경영실적이 악화한 업체들은 존폐의 기로에 섰다는 평가까지 제기된다. 본 기획특집에서는 최근 들어 심화된 철근 수요 감소와 생산업체들의 실적 현황을 살펴보고 시장이 악화일로에 들어선 배경과 해결책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분석해봤다. [편집자주]

수요 부족 현실화
국내 철근 시장 수요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크게 감소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내수 시장 위축으로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시장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않다.

실제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철근 명목소비(내수+수입)량은 약 784만 300톤으로 집계됐다. 앞서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연 평균 명목소비량이 약 1,027만 7,200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40만 톤 이상 적은 양이다.

여타 품목처럼 저가 수입재 영향이 크지도 않았다. 내수와 수입을 따로 구분해봐도 동반감소한 모습이 역력하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내수판매의 경우는 약 762만 1,300톤, 수입량은 21만 8,900톤으로 협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숫자 중 가장 적었다.

더 큰 문제는 감소율이다. 2024년 전체 명목소비는 전년 대비 19%(183만 1,700톤) 가량 줄어들었다. 과거에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감소율로 시장 대응 난이도가 매우 높았다고 볼 수 있다.

예상치 못한 폭으로 줄어든 수요는 불가피하게 공급과잉 상황을 만들었고 이와 맞물려 유통가격도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불확실성을 키웠다.

경영실적 부진, 영업익 적자전환
철근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함에 따라 주요 철근 생산업체들의 경영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제철의 2024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7,983억 2,500만 원) 대비 80% 하락한 1,594억 9,200만 원을 기록했다.

나아가 현대제철은 2024년 기업설명회 자리에서도 국내 건설경기 부진 영향으로 봉형강 제품류 판매량이 2023년(632만 7,000톤) 대비 92만 6,000톤 줄어든 540만 1,000톤에 불과했다면서 봉형강 매출량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현대제철 봉형강 부문 매출액은 5조 6,971억 원으로 전년(7조 2,484억 원) 대비 약 21%(1조 5,5513억 원)가량 감소했다.

동국제강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동국제강 2024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024억 7,4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56.5%(1,330억 1,500만 원) 감소했고 순이익도 348억 3,5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75.5%(1,073억 3,500만 원) 줄었다.

나머지 상장업체들의 영업이익을 살펴봐도 대한제강이 124억 4,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88.7%, 한국철강이 18억 1,3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97.9% 줄었고 한국특강도 지난해 106억 1,200만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전년 대비 77.6%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고가에 체결해 놓은 기수주 물량이 지난해 상반기까지 상당량 소진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실상 적자구간에 돌입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올해라고 다를까?
2025년에도 철근 수요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중이다. 설 연휴 변수를 고려해 국내 철근 제강사들의 1월과 2월 합계 판매 추이를 살펴보면 올해 1~2월 판매량은 99만 4,000톤으로 추산된다.

아무리 비수기라지만 1~2월 판매량이 100만 톤을 하회한 사례는 이제껏 찾아보지 못했다. 의심할 여지없이 역대 최저다. 심지어 연간 수요가 최저 수준이던 지난해보다도 12%(13만 3,000톤) 부족하다.

올해부터는 가격 등락 폭도 줄었다. 등락 폭이 줄어들면서 불확실성은 줄었지만 한계원가와 맞닿은 바닥 인근에서 움직이다 보니 적자가 만연한 시장이 형성됐다.

이와 관련 제강업계 관계자는 “수요감소와 가격하락이 겹치면서 1분기만 해도 수백억 수준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원가구조가 비슷한 철근 제강사들이 모두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며,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최악의 시장을 맞닥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도 편치 않은 것 마찬가지다. 줄어든 수요는 유통업체의 매출 감소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는 데다가 판매경쟁까지 심화되면서 ‘제 살 깎아먹기’식의 판매가 성행 중이다. 유통시장에서 20년 이상 ‘철밥’ 꽤나 먹는 베테랑들도 혀를 에두를 정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체감상 신규 수주물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도 되지 않는다. 입찰 건도 메말랐다. 어쩌다가 나오는 입찰 물량도 경쟁이 심해져서 제 값을 받지 못하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수주만 받는다고 해결되는 시장도 아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업체와 거래라도 했다손치면 미수금 리스크에 불안을 떨칠 수 없고 혹여나 거래 업체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대금을 완전히 회수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폭탄이 쏟아지는데 사주경계를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2편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