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약해진 韓-中 철강 연결고리...그럼에도 ‘양회’에 주목
- 내수 부양·구조조정·환경규제 등 정책 변화에 주목 - 미국발 관세 및 반덤핑 이슈 등 대외 리스크 부각 - 양회 이후 국내 3월 열연 공급가격도 윤곽 나올 듯
중국의 국정 운영 방침을 결정하는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오는 4일부터 시작된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중국이 어떤 정책 방향을 내놓을지 국내외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가능성에 따른 대외 리스크, 무역 갈등 장기화 등 악재 속에서 내수 진작을 통한 경제 부양책이 얼마나 구체화할지가 주요 관심사다.
올해 양회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각각 4일과 5일에 개막하며, 약 일주일 동안 진행된다. 이 기간 중국 정부는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와 주요 산업정책 방향을 제시하는데, 철강산업 역시 정책 기조에 따라 수급과 가격 흐름이 크게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국내 업계에서는 중국 철강시장이 정책 기대감과 경기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3월에 시장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외 수급 불균형, 정책 리스크, 글로벌 무역환경 변화 등 복합적 요인들이 중국 철강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월 중국 내 철강價...방향성 없었다
춘절 연휴 이후 재개된 2월 중국 철강시장은 숨 고르는 장세를 이어갔다.
전반적으로 2월 중국 내 열연 유통가격은 큰 폭의 등락 없이 좁은 범위에서 움직였지만, 주력 선물시장은 자금 유입과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현물보다 더 큰 폭으로 출렁였다는 평가다.
특히, 일 단위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시장 참여자들의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양회를 앞두고, 시장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투자보다는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뚜렷한 방향성 없이 일희일비하는 흐름이 한 달 내내 지속됐다는 평가다.
‘안정 속 체질 개선’…양회서 철강산업 정책 변화 촉각
중국 정부는 양회를 통해 거시경제 방향성과 주요 산업정책 기조를 발표하는데, 철강산업 관련해서는 ▲구조조정 ▲감산 정책 ▲환경 규제 ▲인프라 투자 등이 꼽힌다.
앞서 지난 2월 28일 열린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는 14차 5개년 계획 마무리와 15차 5개년 계획 출발 준비가 강조되며, 급격한 정책 변화보다는 안정적 체질 개선을 추진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논란이 되었던 감산정책과 철강 수출규제 관련 방향성이 이번 양회에서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월 해외 리스크·수요 회복 기대감 교차
중국 철강산업은 통상 이슈 등 대외 변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최근 주요국들의 중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부과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수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상반기에는 이러한 수출 리스크가 심리적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하반기에는 실제 물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철강업계가 수출 감소를 감산으로 대응할 경우, 자국내 공급과잉 우려는 다소 완화되겠지만, 이는 생산자들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3월부터 본격적인 인프라 투자 재개와 건설 성수기 진입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철강 관련 매체에서는 춘절과 날씨 영향으로 부진했던 2월 수요는 3월부터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수입 업계에서는 주력 열연 선물가격이 3,400위안선을 중심으로 상·하단을 시험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 3,500위안대 돌파 여부가 추가 상승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회 관심도 떨어졌지만, 중국발 흐름 주시
국내 철강시장은 중국 양회에 대한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낮은 분위기다.
최근 몇 년간 양회 이후 기대만큼의 가격 반등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시장의 관심은 양회보다는 미국발 관세 이슈와 국내외 반덤핑(AD) 조사 등 외부 변수에 더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 강세로 인해 중국산 제품의 국내 유입이 다소 제한된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예비조사 판정 이후 수입량이 줄어든 데 이어,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AD 조사 절차가 개시되면서 중국발 가격 연동 효과는 과거보다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 밀들의 한국향 수출 오퍼가격이 여전히 국내 유통시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만큼, 양회 이후 중국발 오퍼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주요 메이커들 역시 3월 열연 공급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양회 이후 중국의 정책 기조와 시장 흐름을 중요한 변수로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전반적으로는 계절적 수요 회복과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중국 내 철강 가격이 바닥을 다졌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양회 이후에도 추가적인 가격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양회에서는 내수 활성화를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 및 소비재 교체를 장려하는 ‘이구환신’ 정책이 발표됐다면, 올해는 중국의 경제성장 목표와 AI 기술 육성 방안 등이 핵심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며 “철강시장과 직접 연관된 인프라 투자 정책 등도 함께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불거진 미국발 관세 이슈 등 대외 리스크 속에서, 중국 정부가 국채 발행 확대와 내수 진작 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철강산업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후판 가격은 중국산 후판 AD 예비판정 이후 수입대응재 기준 톤당 85만 원까지 상승한 가운데 열연 역시 상승 흐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