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열연 AD의 得과 失 ③ 글로벌 AD 현황은?
- 세계 각국, 중국·일본산 열연에 반덤핑 조사 잇따라 - 중국산 열연 수출 최고치… 베트남·호주 AD 조사 착수 - 일본산 열연 덤핑 판매 혐의로 유럽 AD 조사 개시
지난해 12월 현대제철이 중국산과 일본산 열연강판(이하 열연)에 대해 반덤핑(AD) 제소에 나서면서 이를 두고 뜨거운 찬반 의견이 일고 있다. 저가 수입산 철강재 범람에 따른 국내 철강업계의 위기론 확산과 함께 AD 제소 타당성과 재압연사의 피해 우려 등이 제기된다.
이에 본지에서는 중국산과 일본산 열연을 둘러싸고 지난해 발생한 세계 각국의 AD 현황을 짚어봤다.
중국과 일본산 열연에 대한 AD 조치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세계 각국이 중국의 저가 수출 공세와 일본의 덤핑 판매 의혹을 문제 삼으며 AD 제소에 나섰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중국은 약 2,747.4만 톤의 열연을 수출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저가 중국산 범람에 지난해 베트남과 호주 등은 열연 AD 조사를 개시했다.이 가운데 중국의 주요 수출국인 베트남이 중국산 열연에 대해 관세를 때릴 경우 최소 연 670만 톤의 중국 수출 물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동기간 일본의 열연 수출량은 약 1,845.8만 톤으로 중국보다 적지만, 수출 경쟁 심화로 덤핑 의혹을 받고 있다. 일본의 주요 열연 수출 시장인 유럽은 지난해 AD 조사에 나섰다. 만약 유럽이 일본산 열연에 대해 관세 부과 판정을 내릴 경우 최소 연 56만 톤 물량이 수출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중국산 열연 수입 의존도 70% 이상
동남아 주요 철강 생산국 중 하나인 베트남은 지난해 7월 중국산과 인도산 열연에 대해 AD 조사를 개시했다. 조사 제품은 두께 1.2~25.4mm, 너비 1,880mm 이하의 열연이며, 조사 기간은 2023년 7월 1일부터 2024년 6월 30일까지다.
이번 조사는 베트남 대표 열연 생산업체인 호아팟그룹과 포모사하띤스틸(FHS)이 지난해 3월 AD 조사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들 업체는 중국과 인도가 덤핑 판매해 국내 산업에 피해를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의 열연 수입량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했다. 베트남 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베트남은 총 964만 톤의 열연을 수입했는데, 이는 2022년(810만 톤) 대비 19% 증가했다.
지난해 들어서는 수입 급증 속도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2024년 1~9월까지 베트남 열연 수입량은 880만 톤으로 전년 연간 수입량의 91%를 차지했다. 이 중 중국에 대한 열연 수입 의존도는 70% 이상에 달한다. 만약 베트남이 중국산 열연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최소 670만 톤의 중국산 열연이 수출 제동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베트남 재압연사들은 AD 조사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중국산 열연에 대한 조사를 개시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으며, 국내 공급만으로는 증가하는 국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중국산 열연 수입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튀르키예, 중국산 열연에 최대 53% 관세 부과
튀르키예는 지난해 10월 중국, 일본, 인도, 러시아 등 4개국 열연에 대해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관세율은 CIF 기준으로 6.10~43.31%가 적용됐는데, 그중 중국산에 가장 높은 관세율(15~43%)이 부과됐다. 중국산 열연 제품을 튀르키예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튀르키예통계청(TUIK)에 따르면 지난해 튀르키예는 전년 대비 12.4% 감소한 361만 톤을 수입했다. 해당 기간 튀르키예의 최대 열연 수입국은 중국(169만 톤)으로 전체 수입량에 47%를 차지했다. 일본산 열연의 경우 8.7만 톤에 불과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85.5% 급감했다.
인도네시아, 중국산 열연 관세 2030년까지 연장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말 중국, 인도,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대만, 태국 등 7개국 열연에 대해 AD 조치를 2030년까지 5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조치는 올해 1월 15일부터 시행됐는데, 반덤핑 관세율은 중국 0~20%, 인도 12.95~20%, 러시아∙카자흐스탄∙벨라루스 5.58~20%, 대만 0~20%, 태국 7.52~20%로 설정됐다.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까지 인도네시아의 열연 수입량은 약 132만 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했다. 이 중 중국산 열연 수입량은 32.1만 톤으로 24%를 차지했는데, 2021년 대비 30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EU, 일본에 ‘쿼터 상한제’ 도입 이어 AD 조사도 개시
일본산 열연에 대한 AD 사례는 많지 않으나, 일본의 열연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인 유럽이 지난해 일본산 열연에 대해 AD 조사를 개시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 따르면, 조사 대상은 철, 비합금강 및 기타 합금강으로 제조된 특정 열연 제품으로, 지난해 8월 유럽철강협회(EUROFER)의 요청에 따라 개시됐다.
아울러 EC는 조사 진행 중인 제품에 대해 수입 등록을 실시해 소급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향후 소급 적용 가능한 반덤핑 관세를 적용할 경우 EU 전체 열연 수입량의 절반 이상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EC는 지난해 7월 일본 등 특정 국가의 열연 수입을 제한하기 위해 ‘쿼터 상한제’를 도입한 바 있다. '기타 국가(일본, 베트남, 대만 등)'에 포함된 개별국가의 분기별 열연 쿼터를 15%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만약 할당량을 초과하는 수입 물량의 경우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해당 제도 도입으로 일본의 분기별 열연 쿼터는 약 14만~15만 톤 수준으로 축소된 가운데 유럽이 일본산 열연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연간 최소 56만 톤의 물량이 수출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일본산 열연에 AD 관세 부과 판정
미국의 경우 지난해 이미 일본산 열연에 대해 최종 긍정판정을 내렸다. 지난해 5월 미국 상무부(DOC)는 2021년 10월 1일부터 2022년 9월 30일까지 일본제철은 해당 제품을 정상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했다며 일본제철에 대해 1.39%의 가중평균 덤핑 마진율을 내렸다.
이밖에 인도의 경우 AD 조치 대신 수입산 철강에 세이프가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세이프가드가 시행될 경우 인도 주요 수출국인 중국 및 일본의 열연 수출이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종합해 보면, 각국의 AD 조치는 중국과 일본산 열연 수출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베트남,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EU, 미국 등 주요 수입국들이 연이어 AD 조사를 개시하거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향후 중국과 일본의 열연 수출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AD 조치가 중국과 일본산 열연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설령 AD 조치로 수출길이 막히더라도 중국과 일본 철강업체들은 가격 조정, 수출 다변화, 무관세 지역으로의 우회 수출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대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국가들은 수입 철강 의존도가 높아 AD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시장 수급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 주요 열연 수입국들은 자국 내 생산만으로는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향후 각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열연 무역 질서가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에 맞춘 국내 철강업계의 대응 전략도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