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현대제철 포항 2공장 폐쇄 논의···’배경과 전망’
- 중국산 저가 물량 글로벌 시장 잠식···수출 시장 축소 - 수출 판매량 2010년 122만 톤→2023년 64만 톤 - 지난 2년새 내수 경기침체로 수요 줄면서 ‘이중고’ - 내수 시장 수급안정화 및 원가경쟁력 제고 자구책
현대제철이 포항 2공장 폐쇄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14일 노사정 협의에 이어 15일에는 포항 임직원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포항 2공장의 주력 생산품은 중소형 H형강이다. 이외에 조선용 형강과 트랙슈 등 일반형강을 일부 생산하고 있다.
연간 생산케파는 제강이 약 120만 톤, 압연이 약 80만 톤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중소형 H형강과 조선용형강이 60만 톤, 트랙슈 10만 톤, 특수강 10만 톤 비중으로 구성된다.
2공장이 폐쇄 논의까지 진행하게 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중국의 글로벌 H형강 시장 진출과 △내수 시장 침체가 바로 그것이다.
당초 현대제철이 H형강 생산설비를 구축하던 시절에는 글로벌 H형강 시장에서 중국산의 공세가 강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한국에서 중국으로 H형강을 수출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아울러 현대제철 입장에서도 안정적내수 수요 기반으로 수출까지 하면서 최대생산·최대판매로 인한 규모의 경제 효과가 있었고 수출에서도 수익성을 낼 수 있었다.
실제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H형강 수출 판매량은 약 122만 3,312톤에 달했다. 지난 2023년 수출 판매량이 64만 2,011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전체 판매실적 중 수출 비중도 2010년 42%로 2023년 24%와 비교해서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글로벌 H형강 시장에서 중국산이 활개를 칠 수 있었던 요인은 가격이 절대적이다. 전기로에서 H형강을 생산하는 현대제철과 달리 상대적으로 생산원가가 저렴한 고로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중국산 저가 H형강이 동남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미주지역까지 점령했고 글로벌 시장에서 국산 H형강의 입지는 줄어들었다.
나아가서는 국내 시장에도 저가공세를 펼치면서 산업피해가 잇따르다 보니 지난 2015년부터 현재까지 중국산 H형강에 대해 AD와 쿼터 등 무역규제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중국산 H형강의 저가 공세로 수출 판매에 애를 먹기 시작하면서 2공장 폐쇄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한참 전부터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들끓은 국내 부동산 시장과 건설시장의 활황, 그리고 이에 따른 내수 H형강 시장의 약진이 2공장 폐쇄 논의를 미루게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022년에는 내수 판매가 240만 톤을 넘어서면서 소위 ‘역대급’ 판매고를 올린 바 있다. 수출이 부진했던 대신 내수가 버텨줬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최근 몇 년간 든든하게 버텨주던 내수도 지난 2023년을 기점으로 무너졌다는 점이다. 2022년 284만 톤이던 H형강 명목소비량(내수+수입)은 이듬해인 2023년 247만 톤까지 떨어졌고 올해 들어서는 200만 톤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해진 상황에서 무턱대고 제품을 생산할 수 없는 노릇이니 공장 비가동 일수가 늘어났고 자연스레 고정비가 증가하면서 원가경쟁력을 상실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결국 현대제철의 포항 2공장 폐쇄 논의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건 국내 H형강 수급안정화와 더불어 원가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한 자구책으로 여겨진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2012년 이후 중국산의 수출 물량 증가와 중동, 동남아시아 각국에서 로컬밀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며, 치열한 경쟁과 공급과잉 상태가 됐다. 수입산도 중국산뿐만 아니라 일본, 베트남 등으로 확대되어 수요가 위축된 국내 시장에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폐쇄 시나리오 이후 전망은?
아직까지 논의가 한창이지만 만약 2공장이 폐쇄 수순을 밟게 된다면 H형강 시장의 구도가 새롭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H형강 생산라인은 총 5곳이다. 현대제철이 보유한 △인천 중형 △인천 대형 △포항 중형 △포항 대형 등 총 4개 라인이 약 300만 톤, 동국제강이 보유한 포항 공장이 약 100만 톤 규모다.
이 중 현대제철 포항 중형라인인 2공장이 폐쇄된다고 가정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국내 H형강 생산규모가 400만 톤에서 340만 톤으로 크게 줄어드는 셈이기 때문에 내수 시장 수급은 다소 안정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그간 비가동으로 인해 남모를 시름을 앓아왔던 현대제철 입장에서는 고정비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원가경쟁력 상승과 함께 시장 주도권이 확대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밖에 조선용 형강 생산을 중단하게 된다는 점도 눈 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조선사들의 저가 수입산 제품 선호도 증가로 인해 국내 생산업계가 철수하게 된 이후 가격협상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