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우리는 준비가 돼 있나?"
트럼프 2기, 한국 철강산업 생존 경쟁에 내몰려
전 세계 이목을 끌었던 미국의 47대 대통령 선거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세계는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시대'를 맞게 됐다.
# 철강이 중립이라고?
트럼프 재집권이 한국 철강산업에는 그다지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분석에 동의할 수 없다.
트럼프의 미국이 한국 철강산업에 미칠 영향은 직접적인 것과 간접적인 것이 있다. 직접적인 것은 철강 제품의 미국 수출이고, 간접적인 것은 수요산업에 미칠 영향과 중국 견제로부터 오는 변화이다.
트럼프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 제조업의 부흥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수입품에 대한 규제 강화와 미국에서의 생산 유도를 정책으로 만들어 가고있다. 대표적인 공약이 보편적 기본 관세 도입과 법인세 인하일 것이다.
10%~20%의 보편 기본 관세가 도입되면 한국산 철강 제품의 미국 내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이 외에도 쿼터축소나 원산지 규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특히 북미에서 조강 된 것으로 만든 차강판만 사용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어 미국에 대한 철강 제품의 직접 수출 여건은 악화하면 악화했지 완화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미국의 통상 장벽이 높아지면 철강제품의 직접 · 간접 수출 모두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대비를 해야 한다.
# 세계교역 질서의 변화가 더 큰 변수
간접적인 영향의 대표 주자는 통상 마찰이다.
트럼프 2기에서 시작될 관세전쟁은 전 세계를 통상 마찰의 시대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 시작된 통상 전쟁이 EU와 같은 비 미주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세계가 통상 장벽이 높아지만 무역 장벽이 낮고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철강산업에는 치명적이다. 게다가 우리는 중국과 일본이라는 세계 최대 과잉생산국과 인접해 있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한국 철강산업은 내수 시장을 중국산과 일본산으로부터 지켜야 하고, 국제 시장에서는 높아진 통상 장벽을 이겨내야 생존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
수요산업으로부터 오는 파장도 만만치 않다. 기본 관세 도입은 철강 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가전제품 같은 철강 수요산업의 미국 수출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그나마 조선은 낫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중국 때리기는 세계 교역량 감소로 이어지고 선박 건조 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다. 그렇다고 전형적인 내수 기반 산업인 건설도 악화한 환경에서 자유로울 것 같지 않다.
세계경기 위축 가능성도 철강산업을 옥죄는 요소이다. 이번 미국 대선 결과로 중국의 GDP가 2%포인트 하락한다(맥쿼리)거나 2026년 세계 GDP가 1.3% 감소(IMF) 할 것이라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도 한국경제 성장률이 최대 1.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한국 철강 제품의 출하 중에 수출은 33% 2,430만 톤이다. 국내 출하는 4,920만 톤으로 67%이다. 간접수출까지 포함하면 한국에서 생산된 철강 제품 중 65%가량이 수출됐다. 한국 철강산업은 수출을 빼 놓고 얘기할 수 없다. 반면 수입은 1,554만 톤으로 국내 시장의 24%를 차지했다.
그런 점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고 통상 장벽이 낮은 한국 철강산업은 부담이 더 크다. 중국은 이미 수출 1억 톤 시대를 다시 열었다. 중국의 경기 부진은 철강 제품의 수출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두손 놓고 있으면 한국은 통상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재집권으로 한국 철강기업들은 생존 경쟁의 시험대에 올라서게 됐다.
# 이대로는 안 된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한국 철강사들이 받은 숙제는 간단하다. 공자님 말씀같은 처방전이지만 1) 내수 시장은 지키고 2)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3) 낮은 가격에도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시장이 되었다.
바둑 격언에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打)라고 했다. 먼저 내가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가지 생존 요건 중 가장 시급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철강기업의 근거지인 내수시장 보호이다. 그 위에 수출과 도약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철강기업들의 준비는 미흡해 보이고, 내부는 매우 복잡하다. 수입 방어에 대한 목소리가 재각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열연코일의 AD이다. 이 문제가 부각되면서 철강기업들은 둘로 쪼개졌다. 동국제강과 동국CM이 한국철강협회 재가입을 미룰 정도로 의견 대립이 첨예하다. 이러한 한국철강산업 내부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고 통상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큰 틀에서는 수요산업도 비슷하다. 중국산이던 일본산이던 싸면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 속에서 한국철강기업들을 지켜 줄 곳은 자기 자신과 한국 정부 뿐이다. 철강기업들은 스스로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점을 정부와 한국 사회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보호 장벽은 완벽하지도 영구적이지도 않다. 철강기업들은 보호 받는 기간동안 경쟁력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645년 국가의 명운을 건 안시성 전투에서 토산을 쌓는 당나라 군에 맞서 안시성 군민이 선택한 것은 1) 뚫린 성벽은 성벽이 무너지기 전에 빨리 메우고 2) 올라가는 토산의 속도에 맞춰 성벽을 같이 높이 세우는 것이었다.
트럼프 재집권이 몰고 올 무역 전쟁 앞에서 한국철강산업이 선택할 해법도 안시성 전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