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리포트]수입 후판, 덤핑 조사 필요하나?

2024-06-25     유승록 S&S 철강산업연구소 부소장

(요약)

최근 포스코, 현대제철 등 고로일관 업계를 중심으로 수입 철강재에 대한 AD(Anti-dumping) 제소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 철강경기가 매우 위축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저가 수입산이 끊임없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고, 이로 인해 금년 1분기 국내 철강업체들은 지난 해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리 수 감소를 기록하는 침통한 경영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저가 수입산을 막지 못한다면 국내시장에서도 설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감이 국내 철강업계 전반에 감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국내 조선산업이 오랜만에 호황을 맞이하였음에도 핵심소재인 후판은 저가 수입산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와 국내 업계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고 수입 후판에 대한 AD 제소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최근 3년간 후판 수입량과 평균수입단가의 추이, 그리고 수입산의 내수점유율 변화 등 다양한 지표들을 살펴본 결과, 후판이 덤핑 수입되고 있다는 의심을 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후판 총 수입량은 2021년 약 110만 톤에서 불과 2년 후인 2023년에는 199만 톤으로 거의 2배로 크게 증가했고, 수입 증가세는 금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반면 후판 수입가격은 2021년 톤당 960달러에서 금년 5월에는 701달러까지 하락했다. 수입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수입산 후판의 내수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021년 14%에 불과하였던 수입산 후판의 내수점유율은 2023년는 24%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이후, 금년 4월에는 무려 32%로 사상 최고치를 또 갱신하였다. 국내 후판시장에서 국내산이 밀려나고 수입산이 빠르게 그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국내 철강업계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후판 생산업체들의 국내시장 보호에 대한 요구는 충분히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국가별로는 중국의 덤핑 가능성이 더욱 농후한 것으로 보인다. 대중 후판 수입은 2021년 32만 5천 톤에서 2023년 112만 톤으로 2년만에 수입이 거의 4배 가까이로 증가하였고 금년에도 수입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반면 수입 가격은 수입량이 최저를 기록한 2021년 톤당 944달러로 가장 높았으나 수입량이 가장 많은 2023년에는 톤당 702달러로 크게 하락한 이후 금년 5월까지 평균수입가격은 662달러로 더욱 하락했다. 중국 후판 수출업체들은 가격 하락을 통해서 물량을 한국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보다 면밀한 조사를 통해서 국내 후판업체들의 실질적인 피해 상황, 수출업체들의 덤핑 여부를 신속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들어가며 

최근 포스코, 현대제철 등 고로일관 업계를 중심으로 수입 철강재에 대한 AD(Anti-dumping) 제소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미 한국은 H형강에 대해서는 2015년부터, STS 제품은 2021년부터 AD관세를 부과해 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주요 판재류 제품인 열연강판과 후판에 대해서도 AD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철강업계는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엔저를 이용한 일본산, 내수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과잉 물량이 대량 유입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금년 1분기 국내 철강사들은 지난해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 등 모든 부분에서 침통한 경영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대부분 업체들이 매출 하락은 물론 두 자리 수의 영업이익 하락율을 기록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수입 철강재에 대한 AD 제소는 더욱 힘을 받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특히 열연과 후판의 AD 제소에 대해서는 시장 내에 다른 의견들도 존재하고 있다. 특히 철강산업 내에서도 열연과 후판을 핵심소재로 사용하고 있는 냉연 업계와 강관 업계는 반대의견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조선, 기계, 자동차 등 철강수요산업들도 AD 제소에 반대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국가 경제 전체를 위한 올바른 선택인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이 문제에 답하기 전에 우선 현재 AD 제소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후판 제품의 수입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를 그리고 수입이 증가하여 실제로 국내 철강산업에 피해를 주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입이 급증하여 국내 철강산업에 피해를 주고 있어야 AD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철강재 총수입량 수준은 과거  적고, 평균수입가격은 과거보다 높아 

일반적으로 AD제소나 긴급수입제한(Safe-Guard)과 같은 무역보호조치는 덤핑에 의한 저가 수입재유입이나 혹은 단기적인 수입량 급증으로 국내기업의 내수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이 급락하여 위기에 내몰릴 경우에 취하게 된다. 현재 국내 철강업체들은 긴급수입제한조치보다는 반덤핑관세 부과를 고려하고 있는데, 이는 덤핑에 의한 저가 수입재로 인해 국내 철강사들이 시장점유율 하락과 경영 악화 등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과연 현재 철강재 수입이 반덤핑관세를 부과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지를 살펴보자. 실제 반덤핑관세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수입산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수입산 증가로 인해 실제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어느 정도 보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우선 최근의 수입이 과거와 비교해 어떠한 수준인가를 파악하기 위해 아래 (그림 1)과 같이 지난 2014년부터 2024년 5월까지 10년간의 한국 철강 총수입량과 평균수입단가 추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지난 10년 중 초기 3년인 2014년에서 2016년 한국은 연평균 2,284만 톤의 철강재를 수입하였고, 평균수입단가는 2014년 톤당 902달러에서 2016년에는 603달러로 2년만에 톤당 300달러, 33% 하락하였다. 반면 최근 3년인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철강 수입량은 1,437만 톤으로 초기 3년의 수입량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평균수입단가도 2021년 1,157달러, 2022년 1,205달러에서 마지막 년도인 2023년에는 1,018달러로 하락하였으나, 여전히 초기 3년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전체 철강재 수입과 관련하여 볼 때는 AD를 부과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자료:한국철강협회, 수출입데이터

 

후판은 수입량 급증과 수입 가격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 덤핑 의심받기에 충분 

그러나 철강 개별 제품별 수입 상황은 전체 철강수입과는 상황이 크게 다를 수 있다. 여기에서는 최근 반덤핑제소의 핵심 이슈가 되고 있는 후판에 대해서 우선 살펴볼 것이다. (그림 2)는 최근 10년간 한국의 총후판 수입량과 평균수입단가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3년간 후판 수입량은 초기 3년인 2014년에서 2016년의 수준에 아직 못 미치고 있다. 따라서 단순 수입량만을 고려했을 때는 과거에 비해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수입량의 변화 추이는 완전히 다르다. 2014년~2016년에는 후판 수입량이 많기는 하였으나 감소 추세를 보인 반면, 최근 3년에는 반대로 수입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1년 후판 총수입량은 약 110만 톤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는 199만 톤으로 2년 만에 거의 2배로 증가했다. 후판 수입 증가세는 2024년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후판 수입량 수준은 예전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의 단기 수입 급증 현상은 국내 후판업체들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후판 수입가격은 최근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가격 수준은 2014년에서 2016년 기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2021년 톤당 960달러의 최고를 기록한 이후 가파른 가격하락세가 이어져 금년 5월에는 701달러까지 하락했다. 수입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 철강사의 입장에서 보면 수출업자들이 덤핑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자료원: 한국철강협회, 수출입데이터

對日 후판 수입은 수입량 증가에서 감소로 전환되면서 가격도 하락 중

그러면 어떠한 국가들로부터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반덤핑 제소는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개별 국가별 수입량과 가격의 변화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후판 수입은 중국과 일본의 두 나라가 거의 100%를 차지하고 있어 이들 두 국가가 잠재적인 AD제소 대상국가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일본으로부터의 후판 수입 추이를 살펴보자. 아래 (그림 3)은 대일 후판 수입량과 수입 가격의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최근 대일 후판 수입량은 전체 후판 수입과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 전체 후판 수입량은 2021년 최저를 기록한 이후 금년 5월까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대일 후판 수입은 2020년이 최저를 기록한 이후 2022년까지 2년간 크게 증가하였으나, 2023년부터 금년 5월까지는 감소로 전환되었다. 대일 수입가격도 2020년 최저에서 2022년 단기 최고를 기록한 이후 2023년부터 현재까지는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체 후판 수입은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수입량이 증가하여 덤핑 수입을 의심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대일 후판 수입은 수입량 증가와 가격 상승, 수입량 감소와 가격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 덤핑 수입을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덤핑을 의심하기 위해서는 수입 증가와 가격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야 하는데 대일 수입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자료원: 한국철강협회, 수출입데이터

對中 후판 수입은 덤핑 가능성 의심

다음은 대중 후판 수입에 대해서 살펴보자. (그림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중 후판 수입은 2021년 32만 5천 톤으로 최저를 기록한 이후 2022년 64만 7천톤, 2023년 112만 톤으로 2년만에 수입이 거의 4배 가까이로 증가하였다. 그리고 금년에도 수입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대중 후판 수입량 수준은 2014~2016년 기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증가 속도가 너무 높아 국내 후판 업체들이 위기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수입 가격의 변화도 일본과는 사뭇 다르다. 수입 가격은 수입량이 최저를 기록한 2021년 톤당 944달러로 가장 높았고, 수입량이 가장 많은 2023년에는 톤당 702달러로 크게 하락하였다. 그리고 금년 5월까지 평균수입가격은 662달러로 더욱 하락했다. 즉, 일본과 달리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수입량 급증과 가격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대중 후판 수입의 증가는 중국산 후판 가격 하락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고, 이는 중국 철강사들의 덤핑 수출을 의심하게 하고 있는 대목이다.  

자료원: 한국철강협회, 수출입데이터

후판 수입 급증으로 국내 업체 내수시장 점유율 급락 중

이와 같이 후판 수입이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급증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국내 후판 생산업체들의 내수판매는 줄어들고 수입산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최고를 갱신하고 있다. 아래 (그림 5)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내 후판 생산업체들의 내수판매량은 2021년 684만 톤으로 최근 3년래 최고를 기록한 이후 점차 하락하여 2023년에는 622만 톤에 그쳤다. 그리고 금년에도 4월까지 누계기준으로 내수판매는 전년동기대비 9.1%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에 수입 후판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2021년 14%에 불과하였으나 이후 급격하게 상승하여 2023년에는 24%로 사상 최고를 기록하였고, 금년 들어서도 수입산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4월 기준으로 32%로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였다. 국내 후판시장에서 수입산이 범람하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음을 데이터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후판 생산업체들의 국내시장 보호에 대한 요구는 충분히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특히 후판의 핵심 수요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산업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의 수주 실적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후판제품의 내수시장 점유율 하락은 국내 생산업체들에게 더욱 큰 위기감을 불러오고 있다. 국내 조선수주 증가에 대한 혜택을 국내기업들은 전혀 누리지 못하고, 해외 후판 생산업체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자료원: 한국철강협회, DB

저가 수입산 방어 위한 국내산 가격 인하는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져

다음은 수입산 가격과 국내산 가격의 변화를 통해 수입산이 얼마나 국내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중국으로부터 저가 수입산이 유입되어 국내 가격이 크게 하락하였다면 중국 수출 기업들의 덤핑 수출을 의심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 6)은 2021년 이후 포스코의 GS 강종과 중국산 수입 후판의 국내 유통가격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포스코 GS와 중국 수입산 제품의 가격은 2022년 4월 톤당 각각 138만8000천원, 132만원으로 최고를 기록한 후 급격한 하락세가 이어져 금년 5월 현재 각각 79만원, 77만6000원으로 하락하였다. 불과 2년 만에 가격이 거의 절반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양 제품의 가격은 거의 동일한 패턴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포스코가 수입산 증가에 대응하여 저가의 GS강종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과 그 가격이 수입산과 동일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중국산 수입 후판의 가격 하락이 국내 가격 하락을 불러온 것으로 해석된다. 

자료원: STeelDaily, 가격 DB

그리고 양 제품 간의 가격 차이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그림 7참조). 2023년 6월까지만 하더라도 포스코 GS제품은 국내 유통시장에서 중국산 가격에 비하여 톤당 7만원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2개월이 지난 8월에는 그 차이가 3만2500원으로 줄어들더니, 금년 5월에는 1만5000원까지 좁혀졌다. 이러한 가격 차이의 축소는 중국산 저가 제품의 대량 유입에 대응하여 포스코가 적극적으로 가격 방어를 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련하여 2023년 6월부터 금년 5월까지 중국산 유통가격은 91만원에서 77만6000원으로 14.7% 하락하였으나, 포스코 GS 제품가격은 98만원에서 79만원으로 하락하였는데 하락 폭은 19.4%로 중국산 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포스코가 수입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가격을 인하하지 않으면 국내시장을 방어할 수 없다는 긴급한 상황이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국내 후판시장은 수입이 단기적으로 크게 증가하고, 가격은 빠른 속도로 하락하여 국내 생산업체들로 하여금 AD 등 무역보호조치에 대한 요구를 증대시키고 있다. 그러나 일본, 중국 양국으로부터의 후판 수입과 수입 단가의 변화를 보았을 때 중국산의 덤핑 수입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로 인하여 국내 후판업체들은 내수시장 점유율 하락과 수익성 악화라는 실질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도 후판제품에 대한 무역보호조치를 적극 고려할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