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생산업계, 포스코 진출에 깊어진 '의구심'
- ‘고로에서 만든 철근’, 탄소중립 계획과 엇박자 행보 - 지급자재 제외 코일철근 수요 연간 5만 톤 수준 ‘미미’ - 직선철근 취급 않는 상황서 바터거래도 사실상 어려워 - “설비가동 목적으로 너무 단순히 생각한 것 아닌가···”
포스코의 코일철근 시장 진출 소식에 철근 업계가 그야말로 들썩이는 중이다. 포스코의 공식적인 입장은 여전히 ‘검토 중’이라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시장진출에 대한 계획이 상당부분 진행된 것으로도 보고 있다.
특히, 철근 생산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민감한 반응이 감지되고 있다. 연간 약 3,800만 톤의 조강생산 능력을 보유한 포스코가 철근시장에서 거론되는 것 자체만으로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비단 코일철근을 생산하는 제강사뿐만 아니라 철근 생산업계 전체의 경계심이 생각보다 큰 상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차츰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에서 경쟁사로 맞닥뜨릴 포스코는 경계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경계심은 철근 제강사들로 하여금 많은 의구심을 자아 내도록 하고 있다.
‘고로에서 만든 철근’, 탄소중립 계획과 엇박자 행보
포스코의 철근 시장 진출을 두고서 가장 먼저 제기되는 의구심은 환경적인 측면이다. 포스코가 코일철근 생산 시 자체 생산한 빌릿을 활용한다면 원가 경쟁력은 기존 철근 제강사에 비해 뛰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근 들어 포스코가 철 스크랩 장입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하더라도, 원가 측면에서 철 스크랩을 사용하는 철근 제강사들이 철광석과 점결탄을 사용하는 포스코를 따라잡기에는 무리라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고로에서 만든 철근'이 최근 포스코가 강조하고 있는 탄소중립 행보와도 방향성이 어긋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 전기로 제강사들이 친환경성을 강조하며 GR인증이나 환경성적인증 등을 받는 데에 집중하고 있는 점과 비교하자면 상당히 대조적인 구도가 나타날 여지가 다분하다.
지급자재 제외 코일철근 수요 연간 5만 톤 수준 ‘미미’
철근 생산업계에서 의구심을 나타내는 두번째는 시장의 규모다. 지급자재 성격이 강한 코일철근의 특성상 기존 코일철근 생산업체들이 시장에 판매하는 물량은 전체 코일철근 수요의 10% 내외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연간 코일철근 수요가 약 50만 톤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계산 했을 때 지급자재 용도로 소화하는 물량을 제외하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코일철근은 연간 약 5~6만 톤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나아가 코일철근은 직선철근과 바터(barter, 물물교환)거래가 이뤄지기도 하는데, 포스코의 경우 직선철근을 취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바터거래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철근 생산업계에서는 환경적인 측면과 시장 규모 면에서 포스코의 코일철근 시장 진출 검토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포스코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와 관련 철근 생산업계 한 관계자는 “코일철근 생산공장 가동률 확대에 대한 문제가 기존 생산업체들의 고질적인 고민으로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유휴설비를 활용하겠다는 목적성만 가지고서 철근 시장 진입을 검토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8대 철근 제강사 중 상당수인 6개 업체가 코일철근 설비 투자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라며, “포스코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는 철근 시장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기회에 국내 철근 생산업계가 자성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코일철근 시장에 대한 수요자들의 불만이 포스코의 코일철근 시장 진출 소식을 반감없이 받아들이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자성의 모습 없이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추후 포스코가 아닌 제2, 제3의 업체가 시장진출을 선언하더라도 기존 철근 생산업계 입장에서 이를 방어하기 위한 수요자들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