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리포트 2023-2] 국내 철근가격 변동, 과거와 무엇이 다른가? (3)
코로나 이후 철근 가격 급등락 과정 분석
코로나 19 이후 국내 철근 가격은 2021년 6월 130만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후 하락세로 반전하였다. 그러나 하락 속도는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8년 당시에는 전 세계 금융시장 붕괴로 부동산뿐 아니라 전 산업의 경기가 단시간 내에 침체국면으로 전환되면서 그동안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던 철근 수요가 급감하고 가격도 급락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철근 가격 하락은 급락이 아니라 완만한 하락 혹은 소폭 하락 후 안정적인 모습까지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림 1] 코로나19 이후 철근 가격 추이 (천원/톤)
① 원가 하락이 철근 가격 하락세 전환 계기, 그러나 여전히 높은 수준
먼저 코로나 19 발발에 따른 격리 조치로 인해 해상운송에 애로를 겪으면서 큰 폭으로 상승하였던 세계 해상운임이 최근 코로나 19의 안정과 격리 조치 해제로 정상화되면서 빠른 속도로 안정화되고 있다. [그림 5]에서 보는 바와 같이 BDI 지수는 코로나 발발 초기에 461에서 2021년 10월에는 4,820으로 10배 이상 상승하였다. 이는 모든 제강사들의 원가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였고, 철근 가격의 급등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최근 해상운임은 2022년 12월 현재 BDI 지수는 1,453으로 최고 대비 1/3 이하로 하락하였다. 가장 먼저 영향을 미쳤던 원가 상승 요인이 거의 사라진 것이다.
[그림 2] BDI 추이
다음으로 철근 원가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철스크랩의 가격도 2022년 4월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전환되었다. 아래 [그림 3]은 2021년 이후 국내 철스크랩 가격의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철스크랩 가격은 2021년 6월 철근가격이 최고를 기록한 이후 일시적으로 하락한 적도 있으나, 추세적 상승세는 2022년 4월까지 계속되었다. 국내 고로업체들의 철스크랩 사용량 증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적으로 철스크랩의 타이트한 수급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2022년 하반기 들어서는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가 가시화되면서 하락세로 반전되었으나 코로나 이전의 20만원 중반대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림 3] 최근 철스크랩 가격 동향(천원/톤)
철광석과 강점탄 가격은 철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빌릿을 수입해서 단순 압연을 거쳐 철근을 생산하는 소위 단압철근업체의 경우 철광석과 강점탄 가격에 따라 원가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해외 고로업체들이 생산한 빌릿을 수입하여 철근을 생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광석, 강점탄도 간접적으로 국내 철근 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선 국제 철광석 가격은 2021년 6월 단기 고점을 기록한 후 하락하여 2021년 11월 톤당 94달러로 단기 저점을 기록하였다.그러던 것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152달러까지 상승하였다. 이후에는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원화 환율이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여 국내업체들이 느끼는 수입 원가는 크게 하락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국제 강점탄 가격은 2021년 4월 단기 저점을 기록한 후 2022년 3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609달러로 단기 고점을 기록하였다. 단기적인 투기 수요가 발생했던 것이 가격 급등의 중요한 요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국제 강점탄 가격은 급락하여 2022년 7월 229달러로 저점을 기록한 후 최근 안정적인 국면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가격 수준은 이전 최저점에 비하여 톤당 100달러 이상 높아진 수준이다. 환율 상승 등을 고려할 때 고로업체들의 제조원가는 2021년 초보다는 크게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림 4] 최근 철광석 및 강점탄 가격 동향(U$/톤)
② 중국산 오퍼 가격, 2022년 2/4분기부터 본격 하락 불구 철근 가격 영향 크지 않음
중국의 수출 오퍼 가격은 국내 철근 시장 가격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2008년 금융위기 시에도 중국 오퍼 가격 하락이 먼저 시작되었고 이후 국내 철근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산 오퍼 가격이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국내 철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지고 있다. 중국산 오퍼 가격은 2021년 10월 톤당 904 달러로 최고를 기록한 이후 빠르게 하락하여 2022년 12월에는 578달러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국내 철근 가격은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매우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오퍼 가격으로 수입 계약이 되고 이후 국내에 반입되어 시장에 판매되는 기간이 약 3개월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최근 중국산 오퍼가격 하락이 국내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③ 건축 시장, 철근 가격 최정점 시기에도 증가세 유지 → 가격 급락 방어 역할
금융위기 시 철근 가격은 2008년 초부터 급등하기 시작하였으나 이와 동시에 건축경기, 특히 건축착공면적은 하락하기 시작하였다. 철근이 본격적으로 투입되는 본 공사가 착공허가 후 6개월 내외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미 2008년 초부터 하반기에는 철근 수요가 감소할 것을 예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림 6]에서 보는 바와 같이 최근 건축착공면적 추이는 금융위기 때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철근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2021년 초부터 오히려 건축착공면적은 증가하고 있었다. 철근 가격이 정점을 찍은 이후에도 2008년과 달리 크게 하락하지 않은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건축착공면적은 2021년 내내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으나, 2022년 2/4분기부터는 연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건설시장에서는 2021년과 2022년 상반기에 증가한 착공 건축물이 여전히 진행 중에 있어, 철근 가격의 급락을 방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부터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건축착공면적은 향후의 철근 가격의 향방을 예고하는 주요한 수요 지표라고 할 것이다.
④ 높아지고 있는 철근 재고, 본격적인 가격 급락의 징후?
그러나 최근 철근 제강사의 재고가 빠르게 증가하였다. 특히 2022년 5월 이후부터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져 8월과 9월에는 60만 톤을 초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10월부터는 빠른 속도로 재고가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수요 회복이라기 보다는 제강사들의 재고 조정 및 가격 방어를 위한 생산 조정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에도 30만 톤 대의 적정 재고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가 철근 가격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경기 침체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볼 때 수요 회복에 의한 재고 감소보다는 제강사의 생산조정에 의한 적정재고 유지와 이를 통한 가격유지 전략이 대세를 이룰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주목해야 될 변수는?
철근 가격의 변화와 관련하여 단기적으로는 철근 재고 수준과 스크랩 가격의 변화에 가장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철근 생산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재고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최근 재고 소진을 위해 제강사들이 생산 조정을 통하여 가격 하락을 방어하고 있으나, 수요산업의 동향을 고려했을 때 재고조정으로 얼마만큼 방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음은 스크랩 가격인데, 최근 스크랩 가격은 하락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원가 하락으로 이어져 수요업체들로부터 가격 인하 요구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최근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힌남노와 노조 파업의 영향에서 벗어나 정상 가동되고 있다는 사실은 스크랩 가격의 하락을 다소 완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의 오퍼 가격도 완연한 하락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수입을 증대시키고 결국 가격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하락을 완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하반기 이후에는 거시변수 영향과 건축착공면적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의 금리 상승 추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물가가 5% 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미국 연준도 한 두차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건축업체들은 신규 주택의 착공보다는 진행 중인 건축물의 조기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건설 수주, 투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철근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금리의 추가적인 인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현재 수준의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더욱 낮기 때문에 현재의 고금리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현재와 같은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신규 건축 착공면적의 감소세가 당분가 지속될 것이고 이는 철근 수요 감소와 가격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철근 가격은 이미 2021년 6월 단기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었으나 현재까지 급락의 양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락의 패턴이 2008년의 금융위기 때와는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철근 수요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이다. 건축착공면적은 2022년 상반기까지 증가세를 유지했었다. 철근 가격이 하락세로 반전된 이후에도 거의 1년 동안 건축착공면적은 증가하였고, 감소세로 전환된 것은 2022년 하반기 들어서이다. 따라서 최근 철근 가격을 둘러싼 여러 가지 변수 즉, 철스크랩, 운송비, 철광석 및 강점탄 등의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었으나, 현재 진행 중인 건축공사가 금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어 상반기까지는 철근 가격의 추가 하락을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년 하반기부터는 최근 하락하고 있는 건축착공면적의 효과가 현실화되어 철근 수요 감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