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리포트 2022-6] 국내 철근가격 변동, 과거와 무엇이 다른가? (1)
2020년, 지금부터 2년 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철강산업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 수요가 급감하자 많은 철강사들은 설비 가동 중단과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져 들었고, 한국의 포스코마저 설립 이후 최초로 분기 적자라고 하는 치욕적인 실적을 기록하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붕괴로 시작된 장기간의 경기 침체가 막 회복기로 접어들 무렵, 코로나19라는 복병이 나타나 세계 철강산업을 완전히 혼수상태로 빠져들게 하였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는 발발 1년이 지난 2021년부터 급변하기 시작했다. 수요가 점차 회복되자 가격이 수요 증가 폭을 훨씬 넘어서는 폭등이라고 할 만큼 빠른 속도로 상승하였고, 덩달아 철강사들의 경영성과도 급반등하였다. 미국의 USS 등 몇몇 기업들은 역사상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고성과의 기쁨도 잠시뿐이었다. 다시 1년이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철강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고, 철강사들의 수익도 빠른 속도로 감소하였다. 현재 철강업계는 급변하는 철강시황에 크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다시 2008년 금융위기 때의 가격 급등과 급락, 이후 장기간의 경기부진이라는 상황이 반복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될 것인가? 아니면 향후의 가격 흐름이 금융위기 때와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인가? 철강업계와 수요업계 등 관련 산업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국내 철근가격에 한정하여 2008년과 2022년의 가격 급등과 급락 상황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근거로 향후 철근 가격의 향방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해 볼 것이다.
가격 상승과 하락 기간: 급등 기간은 유사하나 하락 기간은 최근 더 길어지고 있다
먼저 철강가격의 상승 기간과 하락 기간을 비교해보자. 상승 직전의 최저점에서 상승 후의 최고점에 이르기까지 얼마의 기간이 소요되었는지, 그리고 최고점에서 단기 최저점까지는 얼마나 빨리 하락하였는지를 비교해 보고자 한다. 등락에 소요된 기간은 그래프를 통해 가장 선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아래 [그림 1]은 2005년부터 2022년 10월까지 국내 철근 SD400의 유통가격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그래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난 18년간 국내 철강 가격은 코로나 시기를 포함하여 크게 두 차례의 예외적인 큰 변동을 겪었다. 첫 번째는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전세계적인 경기 호황과 이후에 나타난 금융위기 기간의 변동이고, 두 번째는 코로나 위기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기간이다.
[그림 1] 국내 철강 가격 추이(천원/톤)
국내 철근 가격의 첫 번째 예외적인 큰 변동은 당시 최저 가격이었던 2006년 2월 43만1천원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2007년 12월 58만4천으로 상승한 기간을 1차 상승기, 완만한 상승기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부터 본격적인 2차 상승이 나타나게 되는데, 1차 상승 이후 단 6개월 만인 2008년 6월 107만원으로 철근 가격이 급등하였다. 당시 최저점에서 2차 상승이 끝난 기간은 총 28개월이었고, 특히 2차 상승 기간은 단 6개월에 불과하였다. 다음은 하락의 기간을 살펴보자. 2008년 6월 최고를 기록한 이후 철근 가격은 5개월 동안 100만원 이상의 고수준을 유지하였는데, 이후에는 빠른 속도로 하락하기 시작하여 2009년 7월 68만원으로 저점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최고점을 기록한 지 단 1년 만에 최저가를 기록한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하락한 이후 가격 수준이 이전의 최저점보다 높게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다음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가격이 변화되었는지를 살펴보자. 코로나 기간 중 가격이 가장 낮았던 시기는 2019년 12월로 54만원이었다. 사실 당시는 저점 이후 상승세로 반전되는 전환기였다. 따라서 가격은 빠른 속도로 상승하였고, 모든 철강사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침체기를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2020년 예상외의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가격 상승이 멈추고 그해 12월까지 60만원 선에서 가격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던 것이 2021년에 들어서자 1월부터 가격이 빠른 속도로 오르기 시작하여 6월에는 130만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가격을 기록하였다. 이후 가격은 하락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가격 하락세는 2021년 12월까지 계속되었으나 2022년 들어 다시 상승세로 반전되어 2022년 현재까지도 100만원 대의 고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기 시의 하락 기간과 달리 코로나 이후 최고 가격을 기록한 지 1년 반이 지났으나 아직까지 급락의 시기는 도달하지 않고 있다.
요약하여 금융위기와 코로나 기간의 예외적 변동 기간을 비교해 보면, 우선 양기간 모두 단기 최저점에서 최고점을 기록한 기간은 동일한 6개월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하락기는 매우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 기간인 금융위기 시 변동 때에는 최고 가격을 단 5개월 유지한 이후 급락으로 반전되었지만, 두 번째 기간인 코로나 시기에는 하락 이후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가격 수준 또한 1년 이상 최고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향후의 가격 전망과 관련하여 볼 때, 상승 기간과 하락 기간의 차이보다는 상승의 요인이 무엇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최종적인 결과는 가격 급등으로 나타났으나 그 요인이 달라지면 하락의 패턴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 상승 및 하락 폭: 상승 폭은 유사하나, 하락 폭은 최근 완만해져
다음은 2008년 금융위기 시와 최근의 가격 급등락 폭(정도)을 비교해 볼 것이다. 아래 [표 1]은 2008년 금융위기와 최근의 가격 변동 폭을 비교하고 있다. 먼저 글로벌 금융위기 시 가격 상승 기간 동안 국내 철근 가격은 월평균 10.7%씩 상승하여, 2008년 6월의 최고가격은 2007년 12월의 저점 대비 84% 상승하였다. 이에 비하여 코로나 기간 동안 가격 상승률은 월평균 8.2%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는 낮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9개월 동안 가격은 102% 상승하였다. 가격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해 낮았으나 상승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상승폭은 더욱 확대되었다. 따라서 수요가들이 체감하는 가격 상승률은 금융위기 때보다 코로나 시기에 더 높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가격 하락기는 상승기와 다르게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 가격은 13개월 동안 월평균 4.1%씩 크게 하락한 반면, 코로나 기간에는 16개월 동안 월평균 1.6%씩 하락하는데 그쳤다. 코로나 시기에는 가격 하락이 그만큼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왜 코로나 시기에는 가격 하락이 예전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가격 급등의 원인이 달라서 그런 것인가?
[표 1]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 기간 철근 가격 변화
가격 급등 요인 비교: 원인은 달랐으나 결과는 가격 급등으로 귀결
2008년 철근 가격 급등 과정: 수요 증가 → 철광석, 스크랩 등 원료가격 상승 → 중국 수출 억제 → 빌릿 가격 상승, 철근 생산 축소 → 철근 품귀 현상, 가수요 발생 → 가격 급등
먼저 금융위기 전 국내 철근 가격의 움직임부터 살펴보자. 사실 금융위기 전 국내 철근 가격은 2006년 초부터 상승세로 반전하기 시작하였다고 불수 있다. 이후 가격은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하였는데, 2007년부터는 상승 동력이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가고 있었다. 중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기 호황이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국내에서도 정부가 연간 30만 호 주택 공급 정책을 발표하는 등 철근 수요를 부추키고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중동, 유럽에서도 철근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제 가격을 들썩였고, 국내 5대 제강사들도 높은 국제가격을 기회로 수출확대 전략을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상대적으로 국내에서는 철근을 구하기가 힘들어지기 시작하였다. 일종의 철근 품귀현상까지 발생하였던 것이다. 이 와중에 중국은 자국의 건설 수요를 위해서 오히려 수출을 억제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증치세 환급을 폐지함과 아울러 수출에 관세를 부과한다는(최초 10% 부과에서 최종적으로는 15%로 인상) 정책까지 발표하였다. 수입도 점점 더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중국은 수출 오퍼 가격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고 종국에는 국산 가격을 추월하는 사태까지 발생하였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철강생산을 늘리면서 철광석 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2007년 하반기에는 철광석 가격이 톤당 140달러를 기록하는 등 사상 초유의 고원가 시대가 도래하였다. 2008년 들어서면서 스크랩 가격 또한 수요 호조로 고공행진을 계속하였다. 이 결과 철근 생산을 위한 중간소재인 빌릿가격이 철근 가격 이상으로 폭등을 하면서 국내 단압 철근업체들은 생산을 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철근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다. 2008년 5월 들어서는 국내 철근 유통가격이 100만원을 넘어섰고, 중국산 철근 수입가격도 1000달러를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가격이 폭등을 한 것이다. 동시에 6월 들어서는 세계 철근 가격도 1500달러에 달하는 기현상이 발생하였다. 가격 상승이 절정에 이른 것이다.
이상의 가격 급등 과정을 요약하면 경기 회복에 따른 철근 수요 증가 → 철광석, 스크랩 등 원료가격 상승 → 중국 수출 억제 → 소재 가격 상승에 따른 철근 생산 축소 → 철근 품귀 현상, 가수요 발생 → 가격 급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모든 요인들이 동시에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가격 상승 속도를 더욱 가파르게 한 것이다.
2021년 철근 가격 급등 과정: 코로나발생 → 물류대란 → 철광석, 스크랩 등 원료가격 상승 → 중국 수출 억제 → 수요 회복 → 철근 품귀 현상, 가수요 발생 → 가격 급등
코로나 기간 철근 가격은 2020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초기 가격 상승 반전은 수요가 뒷받침된 것이 아니었다. 먼저 움직인 것은 원료 가격이었다. 2020년 4월 철광석은 84달러, 철스크랩은 23만4천원으로 저점을 기록한 이후 상승세로 전환되어 2020년 12월 철광석은 159달러로 저점대비 90%, 철스크랩은 33만 3천원으로 42% 급등하였다. 이는 중국의 빌릿 가격과 철근 offer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원료가격이 먼저 상승을 시작한 것은 코로나로 인한 이동제한 등으로 물류대란이 일어나면서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이러한 원가 상승에 더하여 2020년 4/4분기부터는 상반기까지 움츠려들었던 공사가 재개되면서 수요가 살아나기 시작하자 철근 가격도 본격 상승세로 전환었다. 2021년 들어서도 철광석, 철스크랩 등 원료가격의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철광석 가격은 2021년 7월 214달러, 철스크랩도 8월 54만7천원으로 급등했다. 2021년 5월부터 시작된 중국의 증치세환급 폐지로 5월 중국 사강의 철근 오퍼가격이 1,055달러의 최고를 기록하였다. 또한 2021년 5월 국내 건설경기지수가 19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건설경기 회복세를 지속하면서 국내 철근 가격은 6월 130만원이라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였다.
이와 같이 코로나 기간 동안의 철근가격은 경기회복이 아니라 원료가격의 상승에서 출발하였다고 할 수 있다. 물류대란으로 원료수급이 원활하지 못하여 가장 먼저 원료가격이 급등하였고 이를 적극적으로 가격에 반영함으로써 가격상승을 유발하였고 이후에 건설경기 회복은 가격 상승세를 더욱 가속화시켰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