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유통량 감소...'바닥' 전망 나온다

- 유통량 감소, 제강사 재고 축적 - 연말, 꺼려지는 매출 증가 - 현대제철 파업 종료...스크랩 수요 증가 기대감

2022-11-29     성지훈 기자

 

시장은 바닥 신호를 감지하고 있다. 빠른 회전을 위해 텅텅 비어있던 유통업체의 야드에 야금야금 스크랩이 쌓이고 있다.

바닥 신호는 제강사들이 서서히 입고 제한을 풀기 시작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철강은 28일부터 입고 시간 제한을 09시에서 12시로 연장했다. 부산-경남 지역의 다른 철근 제강사들 역시 서서히 입고 시간 제한과 할당을 완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경남지역의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제강사들이 할당량을 다 채우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바로 가격을 조정하기 보다는 입고 제한을 완화하면서 유통량을 끌어올리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유통업체 관계자 역시 “실제로 물동량이 확연히 줄어들었다”면서 “업체들 야드에 물건이 쌓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동절기가 되면서 매집량 자체가 많지 않고, 대부분 가격이 여기서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강사의 보유재고는 이번주부터 감소세로 전환됐다. 아직 감소폭이 크지 않지만 시장이 바닥신호를 감지한 상황에서 제강사 재고가 감소세로 전환된 것은 공급업체들이 ‘여기서 더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명확한 징후로 받아들일 수 있다.

연말이 되면서 매출을 줄이려는 공급업체들의 의중도 유통량 감소를 자극하고 있다. 급격한 가격 하락으로 한동안 수익을 남기지 못한 유통업체들은 매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정작 수익은 발생하지 않은 채 회계연도를 마감하고 싶어하지 않고 있다. 매출을 늘리지 않기 위해 판매를 줄이고 야드에 스크랩을 적재하면서 자연히 제강사로의 공급량이 감소하고 물량이 잠기는 듯한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연말에 매출이 늘어나면 회계 상 불리한 문제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바닥 신호가 조금이라도 나타난 상황에 곧바로 유통량을 줄여버린 것”이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현대제철의 파업 철회 소식도 스크랩 공급업체에 호재로 작용했다. 그동안 현대제철의 파업 종료로 생철류 구매가 확연히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확정적인 가운데, 중경량류 스크랩 구매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발생한 것이다. 몇몇 요소들이 동시에 작용하며 끝이 없을 것 같던 하락 시장의 끝이 다가왔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

그러나 제강사들은 아직 ‘바닥’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당장 세아베스틸은 30일부로 스크랩 구매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아직 더 내려갈 곳이 있다는 선언이다. 실제로 제강사 재고는 감소세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많아 연말연초까지의 생산엔 걱정이 크게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화물연대의 파업이 스크랩 운반에 당장은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고 있지만 제품 출하와 주변 산업에 타격을 주고 있어 스크랩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끝을 모르고 내려가던 가격 하락세는 ‘일단 멈춤’했지만 연말은 공급자와 구매자 간 눈치싸움과 줄다리기가 첨예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