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S AD 이후 포스코 과제와 향후 전망

- 무역 구제조치에 따른 안정적인 국내 산업 존립 기반 확보 - 장기적으로 불안한 글로벌 공급과 가격에 대한 안정성 마련 - 국내 스테인리스 시장 구조조정 방아쇠

2021-10-18     손연오 기자
중국, 인도네시아 및 대만산 스테인리스 평판압연제품의 국내 덤핑 사실과 산업피해가 지난 9월 15일 인정됐다. 향후 3년 간의 효력으로 위의 3개국에 대한 반덤핑조치가 발생된 지 어느덧 한 달이 흘렀다.

이에 본지에서는 스테인리스 반덤핑 조치가 국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국내 유일의 스테인리스 제강사인 포스코의 향후 전략과 방향성에 대해 점검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 포스코 STS AD 제소 신청 배경

중국과 인니의 급격한 성장과 전 세계적 보호 무역 흐름

2014년을 전후로 중국의 스테인리스 증설로 공급 능력이 크게 확대되며 글로벌 공급 과잉이 심화됐다. 2018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스테인리스 공급 능력은 수요 대비 1,700만톤이 초과됐다. 중국의 공급능력 확대 이후 총 9개의 지역과 국가에서 중국산 스테인리스 냉연을 AD로 이미 규제하고 있었다.

이처럼 중국과 인니 중심 생산능력 급속 확대로 오는 2024년까지 3,400만톤의 공급과잉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중국과 인니산 수입 억제를 위한 각 국의 추가 무역 구제조치 움직임이 증가했다. EU의 경우 세이프가드 발동 후 현재 글로벌 쿼터제를 확대 운영 중에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공급과잉의 주역인 중국에서도 보호 무역 움직임이 나타났다. 중국도 2019년 7월 인니와 일본 EU 및 한국산 스테인리스 슬라브와 후판, 열연에 반덤핑 관세를 최종 부과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중국과 인니의 공격적인 시장 확대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면서, 최근 3년 여간 중국과 인니에서의 열연과 냉연 수입량은 급증세를 보였다.

냉연사·코일센터를 포함한 무분별한 수입과 불필요한 경쟁

2018년을 기점으로 국내 스테인리스 수입은 크게 늘어나며 수입재 점유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2018년 이후 스테인리스 열연 점유율은 60%대를 넘어섰으며, 2020년 3개국의 열연 수입비중은 84%에 육박했다. 이와 함께 스테인리스 냉연 수입량은 급증세를 보였다. 2020년 냉연 수입량은 45만톤을 넘어섰으며, 3개국의 냉연 수입비중은 90%에 이르렀다.

사실상 포스코와 포스코 계열사를 제외한 모든 시장의 플레이어가 2018년을 전후로 수입재를 취급하기 시작했다. 이에 수입재 유입이 급증했고 불필요한 가격경쟁이 야기되며 국내 시장가격의 하락과 함께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내 스테인리스 산업 생태계 위협과 철강제조업 강건화 필요성

무분별한 수입으로 산업의 기초소재인 스테인리스 범용재의 대외 의존도가 높아지고 과다한 가격경쟁 등 결과적으로 국내 스테인리스 제조 산업의 생태계가 흔들리며 산업 피해가 발생했다.

수입재에 대한 예속성이 높아지고 국내의 안정적인 스테인리스 생산 기반이 보장받지 못할 경우, 공급과 가격 등 시황에서 큰 변동이 발생했을 때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 공급의 불안정성으로 국내 연관 수요산업 전반에 안정적인 소재 공급이 어려워져 가동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가격 급등 국면에서는 가격 조정 능력이 국내(내부)에 있지 않기 때문에 수요단까지 안정적인 가격이 보장되기 어렵다.

이처럼 수입재의 시장 지배력 확대에 따른 국내 스테인리스 산업 고사(枯死)로 미래 산업 경쟁력 약화될 수 있는 점과 국내 스테인리스 산업 생태계 보호 등을 위해 2020년 9월 포스코는 무역위원회에 스테인리스 평판압연제품 반덤핑 조사를 요청했다.

▲ AD로 인한 기대 효과

무역 구제조치에 따른 안정적인 국내 산업 존립 기반 확보

금번 스테인리스 평판압연제품의 무역구제 조치로 산업 기초소재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과도한 가격 경쟁에서 탈피하여 소재 산업 투자와 확대와 관련 기술 개발 등 새로운 수요 확대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국내 Value Chain에 있어 안정적인 상호 협력 관계가 구축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익 공유와 공동 수요 개발 등 다양한 협업을 통해 스테인리스 산업 생태계를 재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더 나아가 수소차, 친환경 산업 등에 필요한 스테인리스 소재와 수요 확대를 위한 신제품 개발에 안정적으로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전후방 산업 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가능해졌다.

장기적으로 불안한 글로벌 공급과 가격에 대한 안정성 마련

환경과 전력난 등 중국발 공급차질과 가격급등이 올 한 해 스테인리스를 포함한 철강 시장 전반을 강타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여전히 해상 등 물류대란과 운임료 상승이 이어지고 있고, 원료와 에너지, 원부자재 가격이 모두 강세장을 형성하며 가격인상을 부채질 하고 있다.

중국발 공급차질과 가격급등 영향으로 주변국들의 수출가격도 모두 인상됐다. 수입재를 오랜 기간 거래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업체에 특별히 낮은 가격으로 공급해 주겠다고 선언한 해외 밀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AD 규제와 상관없이 쿼터 내에서도 이미 ´최저가격´ 선을 훨씬 넘어 오퍼가격이 인상 제시됐다.

올해 포스코의 300계 스테인리스 가격은 전 세계 최저가격을 형성했다. 포스코 역시 원료가격 상승에 따른 출하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AD 이후 포스코가 가격을 대폭 인상할 것이란 예상과 다르게, 포스코는 시장안정화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가격인상폭을 최소로 하고 있다.

공급과 관련해서도 수입재가 유입되지 못하여 쇼티지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이는 AD 영향으로 보긴 어렵다. 금번 무역구제조치 판결에서 중국과 인도네시아, 대만산 제품에 최저가격 약속을 통해 쿼터로 물량을 열어줬다. 현재 쿼터 안에서 수입재의 유입이 되지 못하고 있는 건 수입 오퍼가격이 최저 기준 수출가격보다 훨씬 높게 제시된 영향이다.

포스코는 해외 계열사 법인 소재 물량까지 포함하여 수출물량을 대폭 줄이며 내수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 범용재를 중심으로 생산성을 최대한 높여 국내 제조사들과 유통 및 실수요 업체들에게 공급하는데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환경이슈 대두와 중국발 현저한 시황변동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AD 조치는 불안정한 글로벌 공급과 널뛰는 가격에 대한 충격 완화 장치로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 스테인리스 시장 구조조정 방아쇠

AD 조치 이후 다소 난립되어 있던 국내 스테인리스 시장의 구조조정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금번 AD 조사 과정에서 찬반으로 양립된 구도 속 국내 스테인리스 업계의 구조적인 모순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냉연시장에서의 구조조정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현대家의 통합 혹은 구조재편의 현실 가능성도 다소 높아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수입을 하던 시대에서 일부 규제가 발생하기 시작하며, 국내 유통시장의 공급 채널에도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와 냉연사를 중심으로 유통시장의 구조가 하나둘 정리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수입시장도 기존 범용재 시장에서 특화되어 세분화되며, 국내산을 병행 취급하는 업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새로운 시대에 발맞추어 업체들의 다양한 투자와 다변화 모색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 AD 이후 포스코의 시장안정을 위한 전략과 과제

이미 포스코는 AD로 인한 국내 공급 불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수출을 최소로 하고 내수 공급 집중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는 고객사들의 수급 불안감 해소를 위해 7월 이후 내수시장에 월 10만톤 이상 제품을 공급 중에 있다.

포스코는 지난 9월 중소 실수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스테인리스 온라인 특별 판매를 진행했다. 내수 시장 공급 증대 뿐 아니라 가격급등으로 올해 철강 소재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고객사들에게 온라인 특별 판매를 실시했다. 포스코는 향후 온라인 마켓 시장을 확대하여 보다 많은 수요가들에게 물량을 적기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또한 포스코는 AD 제소 과정에서 불거진 수입업계와 일부 실수요 업계의 반대 의견을 수렴하여 상생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스테인리스 수입업계에도 포스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보다 적극적으로 부여하며, 가격인상으로 완제품 수입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던 수요업계에도 가격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냉연업계와 내수 공급 안정과 관련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포스코 스테인리스 생산 관련 설비 보완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시장안정화에 주력함은 물론이고 스테인리스 신수요 확대 움직임과 친환경 부문에서 새로운 소재 기술 개발에도 광폭 행보를 보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