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인정제도’가 가져올 방화문·샌드위치 패널 업계 변화는?

- 대형 화재 사고로 인해 도입된 건축자재의 ‘품질인정제도’ - 방화문·샌드위치 제조사들 “대형 업체 위주 시장 재편 가능성” - 화재 확산 영향 미치는 건축자재 규제 강화 목소리 높아

2021-09-24     이명화 기자
▲ 세대 현관 방화문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등 해마다 이어진 대형 화재 사고로 화재 확산의 영향을 미치는 건축자재에 대해 규제 강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오는 12월 23일부터 ‘건축자재 등 품질인정 및 관리기준’을 시행하고 품질인정제도를 도입, 주요 건축자재인 방화문과 샌드위치 패널 업계의 시장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단열재를 가운데에 두고 EGI를 양면 소재로 사용하는 ‘방화문’과 컬러강판을 사용하는 ‘샌드위치 패널’은 각각 8월 7일과 12월 23일 품질인정제도가 시행되면서 법적 기준이 한층 까다로워졌다.

품질인정제도란 화재 안전 성능이 요구되는 건축자재가 적합하게 생산되는지 전문기관을 통해 인정을 받고, 인정받은 대로 현장에 유통 시공되는지를 관리하는 제도다.

◇8월 7일부터 품질인정제도 도입된 ‘방화문’
방화문 업계는 ‘방화문 및 자동방화셔터의 인정 및 관리기준’ 세부운영지침에 따라 감독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품질 인정을 확인받아야 한다.

해당 기준은 방화문과 자동방화셔터의 성능 기준과 인정 절차, 품질 관리, 인정 변경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공장 또는 시공 현장을 불시에 검사할 때 품질 관리 및 확인 점검을 방해할 경우, 인정 내용과 상이하게 시험체를 제작해 품질 시험에 합격한 경우, 인정받지 않은 일반 제품을 인정 제품으로 고의 판매하는 경우 등에 대해 방화문 인정을 취소하거나 일시정지하는 게 주요 골자다.
▲ 국토부의 주요 건축자재 제도 개선 방향
방화문의 인정 취소 이후 재인정 신청은 취소된 날로부터 최소 6개월 이후에 할 수 있고 취소 기간 중에는 해당 제품의 시공 및 판매가 중지된다.

아직은 법 시행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업계는 해당 법규에 대한 이해도가 아직은 낮지만, 법이 안정화 단계에 돌입하면 방화문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중소기업들인 방화문 제조사들은 아직 품질인정제도에 부합하는 설비, 인력,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여기에 높은 시험 검사 비용, 공장 관리 비용, 그리고 철강재 가격 급등 등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방화문 주요 소재인 전기아연도금강판(EGI)의 가격 인상도 큰 걸림돌이다. 올해 1월초 EGI 유통 가격은 톤당 90만원 중반대였지만, 9월초 유통 가격은 톤당 15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급등한 가격도 문제지만 EGI 공급 부족은 올해 내내 이어지고 있다.

◇12월 23일 품질인정제도 도입되는 ‘샌드위치 패널´
샌드위치 패널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화재 안전 성능이 강화되면서 샌드위치 패널은 심재가, 복합 외벽 마감재료(6층 이상 건축물)는 각 구성 재료가 준불연 성능 이상을 확보해야만 한다.

현재 EPS와 유기 화학물인 우레탄 계열의 단열재 제조업계는 준불연 이상 성능의 단열재 개발·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무기계로 화재 안전성이 높은 글라스울 관련 단열재 제품들이 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패널 업계는 연말까지 유기계 단열재 업계의 기술 개발만을 기다리는 상황인 만큼 답답함은 커지고 있다.
▲ EPS 패널
높아진 컬러강판 가격도 부담이다. 9월 중순 컬러강판 가격은 톤당 170만원 중반 수준. 제강사 직거래를 하는 대형 패널 제조사들이 대부분이지만, 소형 패널 업체일 경우 유통 업체로부터 구매할 수밖에 없어 원소재 가격 인상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대형 화재 사건 이후 저렴한 가연성 단열재 샌드위치 패널 대신에 준불연 샌드위치 패널 사용 의무화로 제도 변경이 추진되면서 샌드위치 패널 시장도 가격 경쟁보다는 품질 경쟁으로 고급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시선들도 있다.

◇업계 "대형 제조사 위주로 시장 개편 가능성"
품질인정제도 시행에 따른 화재 안전 기준 강화로 향후 방화문 및 샌드위치 패널 시장에도 신제품 개발 등 크고 작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방화문 및 샌드위치 패널 업계는 공통적으로 “대형 제조사들 위주로 시장 구조가 개편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장치산업인 방화문과 샌드위치 패널은 대규모 자본 없이는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우레탄 패널
제조기업들은 원가 절감에 있어 경쟁력을 갖춰야 하지만 자본력을 갖추지 못할수록 살아남기 힘든 제조 환경, 여기에 품질인정제도라는 한층 강화된 규제가 중소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어서다.

방화문 제조사 관계자는 “방화문은 최저가 입찰이 관행으로 건설 공사 마지막 단계에서 건설사와 계약하고 납품하는 구조인데, 현재는 EGI 가격도 워낙 높고 수급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샌드위치 제조사 관계자는 “현재 설치돼 있는 EPS 패널과 우레탄 패널 제조 설비를 연말에는 글라스울 패널 설비로 변경할 수도 있어 그럴 경우 회사의 사업 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치산업인 패널 시장은 자본력이 있는 회사들 위주로 살아남고 저가·저품질 패널 제품들은 시장에서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화재 안전 성능이 강화된 품질인정제도 시행 이후 방화문과 샌드위치 패널 시장에도 향후 변화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