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기로에 선 철근 유통② 생존의 실마리는?

-수급 안정화 고착 전까지 유통시장 축소 불가피 -최소 내년 한국특강 진출 전까진 판도 변화 요원 -제강사‧건설사 대상 영업력 강화로 탈출구 마련해야…

2021-09-13     김영대 기자
철근 유통업체가 위기의 기로에 서있다. 급격하게 늘어난 수요와 이로 인한 수급 불균형, 제강사 고시가격과 유통가격 간 벌어진 격차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철근 유통업체들이 맞닥뜨린 위기의 현황과 원인, 해결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파헤쳐보는 시간을 가져봤다.[편집자주]

갈수록 줄어드는 유통시장
이례적인 수급대란으로 수급의 중요성을 인식한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그간 기피하던 보증과 담보를 제공하면서까지 제강사 직거래를 선호함에 따라 유통업체들의 역할이 줄어들고 나아가서는 유통시장이 축소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철근 구매 시 중견‧중고 건설사들이 고려해야할 첫 번째 우선순위가 가격에서 수급 안정화로 전환되면서 판매 주체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현재로썬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제강사 직거래가 갖는 이점이 상당하다보니 보증이나 담보가 확실한 건설사 입장에서는 제강사 거래를 마다할 이유가 없어졌다.

사실상 유통시장의 축소 우려가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시장의 구도가 바뀌면서 유통시장이 축소된 사례가 있다.

제 2차, 3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 따라 국내에 토목공사가 성행하던 과거에는 대형 건설사들의 포트폴리오가 토목공사에 집중되어 있었고 아파트나 주택공사는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몫이었다.

철근 수요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아파트 공사를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도맡다보니 당시에는 제강사 직거래보다 유통시장에서 거래하는 철근의 양이 훨씬 많았다는 의미다.

그러다가 지난 1990년 후반 들어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와 동시분양 제도의 여파로 아파트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대형 건설사들이 브랜드 아파트를 앞세워 아파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한 것도 바로 이때다.

이후 아파트 시장에서 점차 대형 건설사들의 위상이 커지기 시작했다. 하물며, 대량의 철근을 활용하기에 수급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대형 건설사들이 제강사 직거래를 선호하면서 철근 유통시장이 축소된 바 있다.

결국 수급 안정성에 대한 우선순위가 높아질수록 제강사 직거래 선호도가 높아진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러한 면에서 봤을 때 최근 발생한 철근 수급 대란은 대형 건설사뿐만 아니라 중견‧중소 건설사들에게도 수급 안정성의 중요성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생존의 실마리는 수급 판도 변화
업계에서는 수급의 불균형이 초래한 결과이니 만큼 수급의 판도가 뒤집어지지 않는 이상 유통시장의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보는 중이다.

아무래도 수요보다 공급이 넉넉한 시장에서는 수급의 안정성을 좆기보다는 가격이나 판매처의 영업력을 우선시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했을 때 1차적으로 유통업계가 기대를 걸 수 있을 만한 시점은 한국특강이 새로운 철근 공급 업체로써 등장하는 내년 상반기다. 연간 최대 80만 톤의 공급량이 추가되면서 수급의 안정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최근 철근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KG동부제철이 철근 시장에 뛰어들게 된다면 또 다시 시장의 판도가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적으로 철근 공급량이 늘어나는 것 외에 유통업계 스스로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은 제강사나 건설사를 대상으로 영업력을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의 조언이다.

늘어난 제강사 직거래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 파이를 가지고서 유통업체 간 심화된 경쟁구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강사로부터 대납요청을 받는 물량 내지는 보증이나 담보를 제공할 수 없는 건설사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는 “중소 건설사가 담보를 제공함으로써 리스크 분산이라는 유통업체들의 중요한 역할이 축소된 가운데 새로운 공급업체가 등장해 수급 불균형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유통시장이 줄어드는 건 필연적”라며,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제강사가 미처 손쓸 수 없는 물량을 확보해 나가는 방안을 강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철근 가공이나 선조립 등 부가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을 갖추거나 철강재외에 사업을 다각화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