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13일 남부 철 스크랩 시장은 왜?

- 제강사간 재고 불균형이 엇갈린 가격 정책 불러 - 제강사 시장 관리보다 각자의 정책에 ´방점´ - 남부 제강사 재편에 시장 불안정성 더 커져

2021-04-14     손정수 기자
남부지역 철 스크랩 시장이 13일 혼돈의 하루를 보냈다. 한국특강의 가격 인하 발표와 대한제강과 와이케이스틸의 가격 인상이 몇 시간 간격으로 발표된 것. 양사의 가격 인하와 인상 폭이 톤당 5만 원에 달하는 등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

- 3만 원 인하와 2만 원 인상이 동시에 발표된 이례적인 하루

13일 하루 남부지역 제강사의 구매 전략은 명확했다. 자사의 상황에 맞춰 ‘뚜벅뚜벅’ 걷겠다는 것.

한국특강의 가격 인하 발표는 다분히 자사의 재고와 입고 상황에 따른 것이었다. 한국특강은 최근 1주일간 계약 구매에 들어갔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업체별 구매가격은 차이가 있지만 중량A 최고 48만 원 이상에서 납품이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일주일간 이 회사의 하루 입고량은 6,000톤~7,000톤 정도였고, 재고도 지난주 초 3만 톤 정도에서 이번주 초에는 4만 5,000톤을 넘어섰다는 것이 관련업체들의 설명이다. 재고가 크게 확충되자 한국특강은 가격 인하를 발표한 것. 재고를 추가로 비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유통업계의 반응은 1) 가격 인하 시점이 아닌데 인하 발표를 했다. 2) 재고 증가에 따른 단기 가격 전략일 것이라는 것이 대표적이다.

철 스크랩 시장이 심리에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해 철 스크랩 부자인 한국철강의 선택에 따라 서부 경남지역 혹은 남부지역 철 스크랩 시장이 흐름을 바뀌리라는 것이 관련 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이었다. 재고 압박이 심한 부산권 제강사들이 변수이지만 한국특강의 특별구매 회수와 가격 인하가 동시에 발표돼 시장 흐름을 지켜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 대한제강과 와이케이스틸은 왜?

그러나 부산권의 대한제강과 와이케이스틸은 한국특강의 인하 발표와 달리 톤당 2만 원 인상을 발표한 것. 이 회사들도 약 1만 원의 특별구매가 시행하고 있어 대량의 단위물량을 공급할 수 있었던 업체는 톤당 1만 원, 특별구매를 적용받지 못했던 업체들은 2만 원의 인상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주 말부터 대한제강과 와이케이스틸의 인상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부산 경남시장에 상당히 퍼져 있었다.

지난주에는 부산항 입항 대기 물량이 2만 4,000톤까지 증가하는 등 평소보다 1만 톤 이상 많은 수입 대기 물량이 쌓여 있었다. 그러나 대량의 수입에도 불구하고 대한제강의 재고는 1만 톤대 초중반을 벗어나지 못했다. 입고량이 2,000톤대 중반에 머물렀던 것.

수입으로 버티던 수급도 이번주들어 입항 대기 물량이 평소 수준인 1만 톤대 초중반으로 줄어들면서 가격 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한제강 납품사들은 “대한제강의 하루 소비량이 4,000톤이 넘는데 입고량은 2,500톤 전후로 적었다. 재고도 적고 수입도 줄어 인상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한국특강의 가격 인하와 한국철강의 움직임 그리고 그 효과까지 보고 가격 전력을 펼 여력이 없었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해석이다.

유통업계와 달리 전기로 제강사들은 한국특강의 인하를 더 돌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제강사 관계자는 “국제가격의 움직임을 보면 한국 내수가격이 하락할 시점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근 3주간 한국 제강사의 일본산 철 스크랩 구매가격은 강세를 보였다. 3월 하순에 현대제철이 4만 3,000엔(이하 H2 CFR), 4월 초 대한제강이 4만 5,500엔, 이번 주에는 역시 대한제강이 4만 7,000엔에 추가 계약을 맺었다.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고, 일본산 철 스크랩 공급사들은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대한제강의 이번주 일본산 H2 철 스크랩 구매가격은 원화 기준으로 48만 3,000원 정도이다. 지난해 H2의 부두 도착 가격과 남부 제강사의 중량A 구매 가격이 비슷했다.

지난해 상황을 적용하면 한국 남부지역 제강사의 중량A 구매가격이 48만 원 이상이 되어야 한다. 제강사들이 한국특강의 가격 인하가 시장 상황에 역행한다고 보는 이유이다.


- 이번 인상으로 물량 터질까?

지난주에 한국특강이 2만 원의 특별구매를 제시하자 하루 입고량이 7,000톤으로 늘었다. 수도권 남부와 호남지역 물량까지 한국특강에 흘러들었다. 한국특강의 입고량만 보면 유통업체들은 중량A 기준으로 톤당 48만 원 정도를 단기 고점으로 보는 것으로 추정된다.

남부지역 제강사의 중량A 구매가격은 14일자로 톤당 47만 5,000원으로 올랐다. 한국특강의 최고 특별구매가격에 턱밑까지 추격한 것. 이번 가격 인상으로 유통량이 터질 것이라는 전망과 기대감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단기 고점이라는 전망은 가격 인상 발표와 함께 배차 요구 및 문의가 급증했다는 것을 근거로 꼽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2만 원 이상 웃돈이 붙어 계약됐던 단위 물량들도 계약을 이행하겠다는 업체들이 많다. 이번 인상으로 유통량이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국특강의 1주일간의 계약 구매로 상당량의 양질의 철 스크랩이 빠져나왔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한국철강은 물론이거니와 포항지역 제강사들도 인상 동참과 수입 시장의 강세 등으로 시장의 가격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2만 원 인상으로 단기간 유통량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폭발적인 움직임이 이어질지 여부는 2~3일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 재고 불균형은 남부 제강사의 숙제

4월 남부지역 제강사의 재고는 편차가 크다. 가격을 주도하고 있는 부산 경남지역의 경우 부산권 제강사들의 재고가 적정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납품사들에 따르면 대한제강의 재고는 1만 톤대 중반으로 4일치 사용량에도 못 미친다. 와이케이스틸은 2만 톤대 초반으로 역시 적정 수준을 밑돌고 있다. 반면 한국철강은 6만 톤에 육박하는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4월 철근 생산 계획은 7만 6,000톤이다. 철 스크랩 재고가 철근 생산 계획량의 79%에 달한다. 한국특강은 8만 4,000톤의 쇳물 생산 계획을 갖고 있다. 철 스크랩 재고는 생산 계획의 절반 이상인 4만 5,000톤~5만 톤을 보유하고 있다.

남부지역 제강사의 재고 편차가 상당하다. 한국특강의 생산량 증가와 대한제강의 와이케이스틸 인수, 와이케이스틸의 이전 계획 등 남부지역 전기로 제강사의 재편이 철 스크랩 시장에 직접 영향을 주면서 철 스크랩 시장은 더욱 불안정해졌다. 그 결과가 14일 하루 제강사의 가격 정책으로 투영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