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철근] 웃지 못하는 성수기 초입

-제강사 올 3월 판매목표 2014년 이후 최저치 -고가 원자재 투입 시점 도래, 무작정 생산은 부담 -2분기 인상폭 높아지면서 유통시세 상승 떠밀어 -내달 시세차익 노린 물량 잠김 발생 가능성도

2021-03-04     김영대 기자

참 난해한 3월이다.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강사는 물론이거니와 유통업체 건설사까지 아무도 웃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철 스크랩 가격의 반등과 이를 제품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기 어려운 가격체계가 복합적으로 작용된 결과다.

체감재고 극감 가능성 엿보여
3월은 철근 수요가 연중 최대로 높아지는 시기다. 실제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7대 철근 제강사들의 월 평균 출하량을 살펴보면 2월 평균은 66만 6,000톤, 3월 평균은 87만 6,000톤으로 약 31.5% 실적이 급증한 바 있다.

설 연휴가 끼어있고 추위가 가시지 않는 2월과 비교했을 때 3월이 가지는 계절적 요인은 철근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수요에 순풍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그리고 이에 맞춰 생산량도 크게 늘었었다.

다만,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철근 고시가격이 분기 단위로 고정되어 있는 반면 고가의 철 스크랩을 본격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제강사 입장에서 손실을 줄이기 위해선 수요에 맞춰 정밀한 생산ㆍ판매계획을 마련해야하는 시점이다.

다시 말해 예년과 같이 마음 놓고 철근을 생산하기 어려운 시점이라는 의미다. 지난달 말 한국제강이 1압연 공장 화재사고로 인해 공급을 줄여야하는 상황에서도 제강사들이 곤혹스러운 입장을 내비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반영한 결과일까. 7대 제강사들은 올해 3월 판매목표를 상당히 보수적으로 계획했다. 구체적으로 7대 제강사들은 올해 3월 판매목표를 79만 8,000톤으로 책정했다. 지난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양이다.

생산계획은 83만 3,000톤 수준으로 판매목표 대비 3만 톤 이상 높지만 지난달 대보수 등으로 제강사의 생산량이 크게 줄었었고 재고도 10만 톤 중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넉넉한 수급이 이뤄질 것으로 판단되진 않는다.

최근 들어 재고가 늘어나고 있는 수입 철근의 경우도 수급이 넉넉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중국 밀들이 2월 오퍼를 건너뛰었으며, 3월에는 계약이 불가능할 정도의 고가 오퍼를 제시했다.

현재 대부분의 수입 유통업체들은 지난 12월과 1월 계약물량을 가지고서 4월 말까지 버텨야한다는 부담감이 매우 큰 상태다.

이밖에 2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3월 시장 수급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국ㆍ수입을 막론하고 큰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2분기까지 물량 공급을 주저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체감재고 부족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숨어있는 재고 구하려면 가격 올릴 수밖에...
철 스크랩 가격과 철근 고시가격이 분기단위로 연동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철근 유통시세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철 스크랩 가격이다.

예컨대 철 스크랩 가격 추이를 살핌으로써 2분기 고시가격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지지고 1분기 유통시세에 2분기 가격이 선반영 되는 셈이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설 연휴가 지난 이후 급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철 스크랩 가격은 2분기 고시가격 인상폭을 확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설 연휴 직전 거론되던 7~8만 원 수준의 인상폭이 지금에 와서는 8만 원 이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

이 말인즉슨 1분기에 선반영 되는 금액이 확대될 여지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3월 유통시세 상승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뜻이다.

특히나 2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일부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시세차익을 노린 물량 잠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유통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원자재 가격과 타이트한 수급의 영향이 상승기류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그림은 3월 막바지에 접어들수록 더욱더 또렷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