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 냉연 너도나도 “룸 좀 주소”

- 左 가전 · 右 자동차, 수요 쌍두마차 질주 - 우선순위 경쟁 밀리면 물량 축소 불가피 - “車 안전재고 확보 아직··· 해소 더딜 듯”

2021-03-02     최양해 기자
▲ 출고 대기 중인 냉연코일.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실수요 냉연업계의 목마름이 계속되고 있다. 달라는 곳은 많고 공급량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한 번 밀린 주문이 연쇄적으로 적체되며 공급 갈증이 더욱 심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수요 쌍두마차의 매기(買氣)가 여전히 뜨겁다. 자동차와 가전 업계의 냉연 제품 주문량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공급 우선순위 1, 2위인 두 수요산업이 “더 줘”를 외치고 있으니 후순위 업계는 입맛만 다시는 실정이다.

냉연 재압연사도 영향권이다. 소재 공급량이 크게 위축되며 일부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EGI(전기아연도금강판)의 경우 소재로 투입하는 CR(냉연강판) 수급이 어려워지며 직격탄을 맞았다. 새해 들어 공급사가 많게는 절반 가까이 룸을 줄여놓은 탓이다.

수출단가 상승도 변수다. 지역을 막론하고 대폭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동남아시아 지역 기준 4~5월적 CR 수출 오퍼가격을 톤당 1,000달러에도 내는 상황이다. 성약이 이뤄진 실제 계약단가도 톤당 800달러 후반대로 높다.

국내 냉연 제조사 입장에선 ‘꽃놀이패’를 쥔 격이다. 수출단가가 워낙 우호적인데다 수요도 따라주는 덕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내수 시장에서 룸이 차지 않으면 수출로 넘기면 그만이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단기적으로 수출 판매 비중을 높이는 것이 유리하다.

업계 관계자는 “냉연 제조사들이 내수보다 가격 조건이 좋은 수출 카드를 손에 쥐면서 주문 룸 축소와 내수 가격 상승 명분을 동시에 챙겼다”면서 “속된 말로 여기저기 ‘앵벌이’를 다니는 상황이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생산라인은 나름대로 힘을 내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냉연공장을 ‘풀가동’ 중이다. 연간 계획수리를 제외하곤 쉴 틈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포스코는 이달 계획한 광양 3냉연공장 중수리 일정도 한 달 뒤로 순연했을 정도다.

그렇지만 공급 갈증은 단기간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완성차업계의 안전재고 형성이 아직 멀었다는 점이 변수다.

냉연 제조사 관계자는 “완성차업계는 통상적으로 2.5개월에서 3개월 정도를 안전재고로 가져간다. 현재 재고는 1개월분을 살짝 웃도는 정도”라며 “그렇다보니 평소보다도 주문량을 늘리고 있다. 빠르게 안전재고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생산능력을 초과한다는 점이다. 완성차향 물량 외에도 공급해야할 대기 주문이 많다”고 설명했다.

부품 계통 수급도 빠듯하긴 마찬가지다. 냉연 재압연사 관계자는 “완성차 부품 협력사에 납품하는 합금도금강판 주문량이 크게 늘었다. 보통 45일 내외를 적정재고로 보는데 딱 보름치 재고만 있단다. 이 여파로 비교적 공급량을 늘려줄 수 없는 고객사들에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전사향 주문도 만만찮게 늘었다. 국내외 글로벌 가전사들이 연간 생산판매 계획을 전년 대비 10~15% 올려 잡은 결과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 이후 ‘홈코노미’와 ‘편리미엄’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불붙은 가전 수요 확대에 기름을 붓는 분위기다.

컬러강판 제조사 관계자는 “형형색색의 프리미엄 가전이 대세로 떠오르며 고부가 컬러강판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 물량과 제품군 확대 측면 모두 호조세”라며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현재와 같은 가전용 컬러강판 공급 우선 방침을 이어가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이 3월 유통향 냉연 물량을 줄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완성차향은 물론 가전사로 공급해야할 냉연 제품 물량이 단기간 크게 늘었기 때문. 더욱이 현대제철은 2~4월 당진과 순천 냉연공장을 순차 대보수하는 만큼 공급 여력에 제한이 있는 상태다.

작금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볼 때 단기간 실수요 및 유통향 냉연 제품 수급 불균형은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