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하반기 철강 수입규제 동향 : 높아지는 보호 무역주의 파고

-미국 232조 규제 지속으로 EU 역시 수입쿼터 연장 가능성 높아져 -미국 ∙ EU, ‘친환경’ 가치 철강 수입관세 장벽에 반영↑ -對中 철강수입 규제 강화 ‘불똥 튈까’ 우려 간과 못해

2021-02-24     김연우 기자
아시아 외 지역에서도 철강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대세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경우 선진 법규체계를 바탕으로 지역별로 특화된 수입규제를 강력하게 실시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2020년 신규조사 건수가 급증한 것이 눈에 띈다.

중남미나 아프리카 지역의 한국산 철강수입 규제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다만 철강 수입 장벽의 고저와 상관없이 대(對) 중국 철강 수입에 대한 경계감이 한국산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철강수입규제의 다품종·다양화 흐름 지속될 것


2020년 하반기에도 미국이 최대 철강 수입규제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이프가드(SG) 규정을 고려한다면 인도, EU 등이 최대 규제국일 수도 있겠으나 미국 정부가 2018년부터 수입 철강재에 1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시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미국만큼 철강규제가 많은 국가도 없다는 사실도 불변일 듯 하다.

미국 철강수입 규제의 특징으로는 수단의 다변화가 꼽힌다. 단순히 반덤핑(AD), 상계관세(CVD)를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규정을 인용해 수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외국의 피소기업이 정보제공 요구에 비협조적이는 이유로 제소기업이 제공한 정보를 사용하여 고율 덤핑마진 혹은 보조금율 산정을 허용하는 ‘불리한 가용정보(Adverse Fact Available)’, 수출국 시장가격·비용이 비정상적이라는 이유로 제3국의 가격·비용으로 정상가격을 계산, 고율 덤핑 마진을 산정하는 ‘특수시장상황(Particular Market Situation’ 등이 대표적이다.

베트남산 타이어에 부과를 결정 후 중국산 트위스트 타이에도 조사 진행 중인 환율 상계관세 역시 미국의 철강제품 수입관세 부과의 중요한 근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캐나다, 멕시코와 체결한 USMCA를 바탕으로 역내 교류를 활성화하고 원산지규정 및 노동윤리 적용 기준을 강화하는 움직임 역시 한국의 미국향 철강 수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해외에서는 미국의 무역 규제 완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관급공사 및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인프라공사에 일정비율 이상의 미국산 철강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및 무역확장법 232조 기반 관세의 지속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탄소배출 기준 미달 국가에게 탄소 조정세(carbon adjustment fee)를 도입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철강 수입 관련해서도 당분간 ‘아메리칸 퍼스트(American First)’기조가 수그러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EU, 수입 쿼터 연장 및 탄소국경세 도입 여부가 관건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기반 관세 지속 가능성의 연쇄작용일까. EU 역시 2021년 6월 30일이 기한인 수입쿼터 세이프가드(SG)의 연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EU는 역내 철강산업 보호를 이유로 2018년 7월부터 세 차례에 거쳐 수입쿼터 세이프가드(SG)를 시행해왔다. 작년에는 국가별 수입추이에 따라 일부 품목의 쿼터방식을 조정했으며 안정적 수입흐름을 위해 연단위로 마련된 쿼터를 분기별 운영하는 방식으로 변경한 바 있다.

열연강판의 경우, 코로나19와는 무관하게 쿼터소진율이 저조해 기존 글로벌 쿼터를 국가별 쿼터(2015~2017년 수입비중 5%인 국가가 대상)로 변경했다. 대형 용접관의 경우 카테고리를 2개로 나누고 엔지니어링 프로젝트용(A)에는 글로벌 쿼터를, 기타 용도(B)에는 국가별 쿼터를 적용했다.

STS 열연의 경우 기존 국가별 쿼터 대상국이었던 대만, 중국 등에는 작년 4월 잠정 AD 조치를 적용한 뒤 나머지 국가들을 대상으로 국가별 쿼터를 글로벌 쿼터로 변경했다.

시장에서는 2021년 상반기의 경우 EU가 한국산 합금철 및 평판압연류에 대한 AD나 CVD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체 철강재만 놓고보면 한국산 수입량은 세계 5위, 점유율은 8.6%에 지나지 않으나 합금철의 경우 수입량 1위에 점유율이 50.2%이기 때문이다.

평판압연류의 경우 HS코드 기준 721070의 한국산 수입 순위는 1위이며 점유율은 36.9%, 720851의 순위는 2위로 점유율은 20.5%, 721934의 수입 순위는 2위로 점유율은 21.9%, 721049는 3위로 점유율은 18%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EU가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인 만큼 올해 2분기까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법안을 마련해 2023년이나 그 이전에 철강제품에도 시행할 가능성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2020년 EU에서 탈퇴한 영국의 경우 기존의 세이프가드 및 중국산 우회 AD관세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2021년 1월 1일부터 규소 방향성 전기강판 및 철강제 관연결구류 AD관세를 철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는 SG가 대세, 호주는 작년 상반기 신규조사 적극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로코, 이집트 등이 한국산 철강재에 수입관세를 부과한다. 이 가운데 이집트의 건축용 반가공 철강재 및 강철봉 관련 AD관세를 제외하면 전부 SG 를 통해 수입량을 제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5가지 철강제품에 대해 수입 규제를 시행하려고 한다. 다만 이 가운데 2개만 AD 관세 부과가 확정됐으며 나머지는 2020년 3월과 6월에 조사를 시작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시장에서는 비록 하반기에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신규 조사가 없었으나 호주가 한국산 수입규제를 점차 강화하는 추세로 흘러가는지에 대한 꾸준한 체크가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산 철강수입 경계감 강화에 대한 파장 고려해야
2020년 하반기 아시아 외 지역의 철강 수입규제 동향에서 두드러졌던 부분은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경계감이었다.

미국의 경우 작년 AD·CVD 조사는 인도, 말레이시아산 풍력타워 및 한국, 러시아산 무계목강관에 쏠려 있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USTR 대표부에 대(對) 중국 강경 매파인사인 캐서린 타이를 지명했다. 또한 자넷 엘런 재무장관 지명자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등이 상원인준 청문회에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미·중 무역 마찰의 ‘해빙기 무드’까지는 시일이 다소 걸릴 것이며 철강 분야도 예외이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미국의 이웃국가인 캐나다 역시 미국의 대(對) 중국 기조에 맞춰 중국산 제품에 대한 검토를 강화할 것으로 판단했다.

EU의 경우 인니, 인도산 STS를 제외하면 작년 하반기 동안 알루미늄 제품군을 비롯해 중국산 풍력타워, 철강패스너 등에 대해 AD조사를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수입 점유율 8.8%, 수입규모 4위인 중국산 철강재에 대해서도 EU 집행부가 경계감을 늦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밖에도 호주는 중국산 구리관에 대해 AD·CVD 조사를 동시에 개시했으며 한국산 철강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콜롬비아도 작년 하반기 중국산 합금 또는 비합금 철강 프로파일에 대한 AD 조사를 착수했다.

멕시코에서도 중국산 철강재 유입에 대한 거부감이 엿보이며 브라질의 경우 작년 3분기 이후부터 중국 저가 철강재 오퍼를 견제하기 위해 수입규제를 강화하고자 한다. 남아공 역시 중국·말련산 선재 및 형강류에 대한 수입규제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최대 철강 생산국인만큼 글로벌 여러 국가에서 중국산 철강재가 저가로 자국에 유입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지는 중인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해당 경계감이 한국산 제품으로까지 번지거나, 유럽처럼 ‘중국산 우회 AD’의 형태로 한국 철강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