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제강사, 3월의 딜레마

-수요 상승 불구 생산원가 부담은 눈덩이 -맘 놓고 생산할 수 없는 상황 맞닥뜨려 -유통시장 매집 물량 유입이 변수로 작용

2021-02-23     김영대 기자
철근 제강사들이 3월의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연 중 최대 폭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과 고가의 철 스크랩이 투입되는 시점이 교묘하게 겹쳤다.

수요는 분명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익성 측면에서 3월 판매에 대한 부담이 불가피하게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발목을 붙잡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5년 간 철근 제강사들의 3월 평균 내수판매량은 90만 3,000톤으로, 2월 평균 내수판매량인 67만 톤 대비 34.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설 연휴를 끼고 있어 유독 짧았던 2월을 보낸 뒤 기온이 따뜻해지는 3월부터 본격적인 작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공사현장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7대 철근 제강사들의 올해 2월 판매목표가 65만 2,000톤인 점을 감안하면 3월 수요는 약 85만 톤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맞물려 철 스크랩 가격도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설 연휴 직전까지 반짝 하락세를 보이던 것이 중순 이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더니 2주 만에 3만 5,000원 가까이 상승했다.

내심 완만한 하락세를 기대하던 제강사들은 한 숨 덜 줄 알았던 생산원가 부담 우려를 3월 말까지 이어가게 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제강사들은 우선순위가 앞서는 실수요 물량을 제외하고는 다소 소극적인 공급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매집물량과 수입 철근 변수
상황이 이렇다보니 변수로 작용될 수 있는 요인은 제강사외에서 공급되는 물량이다. 이를 테면 지난해 말부터 일부 유통업체들이 매집해놓은 물량과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수입 철근 재고가 바로 그것이다.

유통업체의 매집물량이나 수입 철근 재고 모두 2분기 판매를 고려한 물량이니 시장의 수요를 모두 충족할 만큼 많은 양이 유입될 것으로 판단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자금 유동성을 확보해야하는 일부 업체들의 제품 공급이 전혀 없다고도 볼 순 없거니와 2분기가 다가올수록 시중 유통가격이 상승하면서 유입량이 많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다.

나아가 유통업체들과 수입 업체들의 매집 물량의 경우 정확한 집계가 되지 않는 탓에 어느 정도의 양이 시장에 풀리게 될지도 사실상 미지수다. 말 그대로 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강사 입장에서는 성수기의 시작을 알리는 3월임에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됐다. 가격구조의 변화에 따라 나타난 이례적인 현상인 만큼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며, “조금이나마 시장의 재고부족 체감을 줄이기 위해선 유통시장으로 공급되는 물량의 최종 목적지가 실수요 현장이 맞는지 확인하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