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누적 10만톤··· 컬러강판 수입 왜 늘었나

- 컬러강판 수입량 석 달 연속 3만 5,000톤 상회 - 공급 감축, 납기 지연, 건축법 개정 등 맞물려

2021-02-23     최양해 기자
컬러강판 수입량이 지난달에도 3만 5,000톤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1월부터 석 달 연속이다. 평소에도 수입량이 늘어나는 구간이긴 하지만, 그보다도 증가세가 가팔랐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1월 한 달 컬러강판 수입량은 총 3만 5,843톤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6.7% 급증했다. 수입산 컬러강판이 석 달 동안 10만톤 넘게 유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이 같은 현상을 크게 세 가지 이유로 분석하고 있다.

하나는 수급 불균형이다. 작년 하반기 들어 가전용 컬러강판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가뜩이나 구하기 어려워진 냉연도금재를 가전용 컬러강판 소재로 활용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상대적으로 건재용 컬러강판 공급 여력은 축소됐다.

소재를 구하기 어려워진 건재용 컬러강판 수요가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국내 재압연사들도 소재용 냉연 제품과 건재용 단색 컬러강판 수입량을 늘려 대응하려 했다.

그러던 와중 납기 지연 이슈가 불거졌다. 주요 거래처인 중국밀들이 열연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생산차질이 발생했기 때문. 실제로 작년 9월 당시 국내 한 재압연사는 4,000~4,500톤가량의 냉연도금재 물량을 제때 공급받지 못한 바 있다.

수요업체도 수급 대란을 맞았다. 샌드위치패널 업계 관계자는 “당시 컬러강판 소재를 구하기 위해 재고가 남아있는 곳은 모두 찾아갔던 기억이 난다. 사정사정해서 소재를 받아오는 일이 최우선이었다. 지금도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수급이 빠듯하다”고 말했다.

컬러강판 업계는 수입량이 크게 늘 정도로 건재용 수요가 급증했다기보다는 전반적인 수급 불균형과 납기 지연 영향이 컸다고 평가했다.

재압연사 관계자는 “물류창고 건설 수요가 늘었다곤 하지만 단기간 컬러강판 수입량이 크게 늘 정도의 변수는 아니었다”면서 “그것보다는 앞서 선적 지연된 물량이 뒤늦게 유입된 것과 국산 제품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대체 수입량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오는 3월부터 전격 시행되는 건축법 개정안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현재 입법예고 중인 이 법안은 건축물 복합자재용 강판 두께와 도금량 기준을 강화한 것이 골자다. 두께는 최소 0.5mm 이상, 도금량은 용융아연도금강판(GI) 기준 180g/²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페인트 도장 전 강판 두께부터 0.5mm 이상을 요구하니, 현재 시장에서 통용되는 ‘0.4T 아이보리’는 사실상 설 곳을 잃게 되는 셈이다.

컬러업계 관계자는 “건축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 그동안 사용했던 저품질 수입재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렇지만 법안 시행 이전 사용분에 대해선 소급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 납기 일정만 잘 맞추면 중국산 수입재를 쓸 수 있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며 “이 부분이 최근 수입량 증대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달 컬러강판 수출은 꾸준히 10만톤대를 유지했다. 작년 7월 이후 월 10만톤 안팎의 수출량을 기록 중이다. 1월 한 달 10만 1,078톤을 수출하며 지난해 같은 달보다 0.3% 많은 양을 판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