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분기 계약··· 실수요 냉연도 월별 단가 조율

- 급변하는 시황에 바빠진 협상 테이블 - 냉연사 “소재값보다 싸게 줄 수 없다” - 일시적 현상일 뿐 장기적 변화는 아직

2021-02-22     최양해 기자
실수요 냉연업계의 분기 계약 룰이 유명무실(有名無實)해지고 있다. 당장 장기적인 변화로 보긴 어려워도 일순간 ‘마비’로는 표현할 수 있는 단계다.

특히 대형 실수요처보다는 중소규모 실수요 업체와의 협상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스틸드럼, 용접봉, 경량철골 제조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와 거래하는 국내 냉연 제조사들은 분기 계약과 별개로 월별로 판매단가를 조정하고 있는 상태다.

냉연 제조사 관계자는 “열연 등 소재 가격이 매달 급등하면서 분기 계약만으로 적정 단가를 책정하는 데 한계가 커졌다. 이것이 별도로 월별 단가 조율을 하게 된 배경”이라며 “당분간 분기 계약 대신 월별 계약으로 가격 조건을 세팅하기로 한 곳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대형 수요처인 가전사와도 단가 협상 주기가 짧아졌다는 평가다. 철광석-열연코일로 이어지는 주요 원부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글로벌 가전사와는 해상 운임 급등, 환율 변동에 따른 이슈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완성차업계와 협상은 업체별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도 원재료 가격 변동에 대한 포뮬러(Formula)를 갖고 있던 르노 등 글로벌 완성차사와는 적시에 사급단가를 조절하고 있는 반면, 국내 완성차사와는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향후 가격 인상분 소급 적용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장기 계약으로 인한 약점을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실수요 냉연업계의 이 같은 단가 계약 방식이 장기 지속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워낙 요동치는 시장 환경 탓에 분기 계약 틀이 깨지긴 했지만, 월별 계약으로의 전환이 이뤄졌다고 보기엔 어렵다”면서 “작년 2분기 코로나19 직격탄으로 가격이 내려앉을 당시에도 월별 단가를 조정해준 바 있다. 장기 계약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었다고 보긴 이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