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2021’, 올 한해 주목할 판재류 시장 이슈는?

- 글로벌 철광석價 강세 지속 여부 - 컬러강판 생산능력 확대 또 확대 - 건축법 개정 시행 이번에야말로!

2021-01-13     최양해 기자
지난해 판재류 시장은 코로나19가 대부분 이슈를 잠식했다. 자동차, 가전 등 주요 전방산업이 한동안 마비됐고, 야심차게 계획한 한해 농사는 연초부터 급하게 노선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이런 코로나19 이슈가 조금은 옅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말부터 세계 곳곳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그렇다면 신축(辛丑)년 한해 주목할 만한 판재류 시장 이슈는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를 꼽아봤다. [편집자주]
▲ 열연코일이 생산되고 있다.
‘천정부지’··· 철광석 가격 급등 언제까지?
지난해 철광석 가격은 1월 톤당 90달러대를 시작으로 12월 톤당 160달러까지 치솟았다. 한때는 중국 철광석 수입 가격(호주산 62%/분광/FOB)이 톤당 170달러에 육박하는 등 폭등장이 형성되기도 했다.

이처럼 철광석 가격이 폭등한 건 공급 감소 영향이 컸다. 브라질은 브루마지뉴 댐 붕괴 사고 이후 생산량이 줄었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락다운(Lock down) 영향까지 겹치며 공급 여력이 크게 감소했다. 이에 현지 광산업체 발레(Vale)는 올해 철광석 예상 생산량을 3억 1,500만~3억 3,500만톤으로 내놨다. 종전보다 6,000만톤가량 낮춘 목표치다.

또 올 초에는 호주 지역 공급량도 감소할 전망이다. 서호주 인근에서 사이클론이 발생하면서 수출항이 폐쇄된 영향이 크다. 여기에 주요 광산업체인 리오틴토(Rio Tinto)가 필바라 지역 고대 유적지 파괴 문제로 발목을 붙잡히고 있어 공급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각국 정부가 막대한 유동성 자금을 푼 영향도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중국을 제외하면 아직 부양책 강도를 완화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철광석을 포함한 철강재 가격 상승세가 급반전하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도 나온다.

결국 올해도 철광석 가격이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판재류 업체들의 스프레드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높아진 제조원가 부담을 제품 판매가격에 얼마나 전가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확대일로’··· 컬러강판 생산능력 다시 껑충
몸집을 키우는 컬러강판 생산능력도 눈길을 끈다. 이미 주요 제조업체인 동국제강과 KG동부제철이 증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먼저 가동하는 건 KG동부제철 신규 CCL(연속도장설비) 2기다. 충남 당진에 자리 잡은 이 설비들은 올 3~4월부터 양산에 돌입한다. 건재용 고속화 라인 1기와 가전용 고부가가치 라인 1기다.

KG동부제철은 올해 신규 가동하는 CCL 2기에 기존 CCL 3기(No.1 CCL은 폐쇄 예정)를 더해 총 5기를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경우 생산능력은 현재 43만 2,000톤에서 50만톤을 훌쩍 넘는 수준까지 뛰어오른다. 향후 당진공장에 CCL 2기가 추가로 들어올 경우 연산 80만톤까지 내다볼 수 있게 된다.
▲ 동국제강 디지털 프린트 강판.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동국제강)
하반기에는 동국제강의 열 번째 CCL이 베일을 벗는다. ‘S1(스페셜 원)’으로 불리는 이 설비는 연간 7만톤의 고부가가치 컬러강판을 쏟아낼 수 있다. 현재 78만톤 수준인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생산능력이 연산 85만톤까지 확대된다.

참고로 동국제강은 지난해 앞서 노후 설비인 No.2 CCL의 라인스피드를 개선함으로써 연간 3만톤의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를 통해 75만톤 케파를 78만톤을 확대한 바 있다.

이밖에 DK동신이 연산 5만톤 수준의 No.3 CCL을 재가동하고, 아주스틸이 연산 8만톤 수준의 신규 CCL을 증설하는 등 중소 규모 업체의 설비 증강도 뒤따를 예정이다. 지난해 설비폐쇄를 결정한 현대제철과 그보다 앞서 설비를 폐쇄한 세일철강 등 케파 축소 영향도 일부 있겠지만, 올 한해 컬러강판 생산능력은 과거보다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소재인 GI(용융아연도금강판)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은 만큼 외판용 냉연도금재 물량 조절이라든지, 구매선 확보 등 이슈가 계속될 전망이다. 또 이미 공급과잉 평가를 받고 있는 시장성을 어떻게 더 확대해 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학수고대’··· 건축법 개정안 도입 급물살
‘건축법 개정안(건축물 마감재료의 난연성능 및 화재 확산 방지구조 기준)’도 올 한해 주목할 만한 이슈다. 긴 기다림 끝에 지난해 말 개정 고시를 발표했다. 90일간의 입법예고를 거쳐 오는 3월 27일 시행에 들어간다.

건축법 개정안은 지난해 전면 도입 가능성이 높았던 법안이지만, 코로나19 변수와 주무부처인 국토부 담당자의 보직 이동 등으로 진도가 늦춰진 바 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현재 난연재에만 적용되는 최소 두께(0.5mm 이상)와 도금량(GI 기준 180g/m² 이상) 기준이 준불연재와 불연재까지 확대된다. 최소한의 안전 기준에 미달하는 저가 수입재 유입을 막고, 건축물의 화재 안전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 원가 절감을 위해 무분별하게 저품질 수입재를 사용했던 관행에도 제동을 걸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철강업계로서도 굵직한 변화가 예상된다. 유명무실했던 KS 기준이 아닌 강력한 법제화가 이뤄지기 때문. 법의 울타리 안에서 품질 경쟁 우위를 점하게 됨으로써 수입재가 잠식했던 시장을 상당 부분 되찾아올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최소 도금부착량 기준이 대폭 높아지는 GI보다 아연-알루미늄도금강판(GL, 이하 갈바륨) 등 고내식 강판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상대적으로 적은 도금량으로 동등한 내식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면 GI보다 갈바륨, 포스맥, GLX 등을 만들어 파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건축법 개정안에 따르면 갈바륨은 GI보다 최소 도금부착량 기준이 절반가량 낮다. 도금량이 90g/m²만 넘으면 된다.

더욱이 갈바륨은 아연 가격 변동에 대한 리스크도 더욱 줄일 수 있다. 55%의 알루미늄, 43.3% 아연, 1.6%의 실리콘 등 소재를 복합적으로 사용하기 때문. GI와 갈바륨을 모두 만들 수 있는 제조사로서는 부자재인 알루미늄, 아연 가격에 따라 유동적인 움직임을 가져갈 수도 있을 전망이다.

컬러강판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최소 도금량에 대한 규제가 부족하다 보니 도금층이 얇은 박도금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그렇지만 건축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고내식쪽으로 대세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면서 “단순 비교로 180g/m² 도금 GI를 만드는 것보다 90g/m² 도금 갈바륨을 만드는 것이 제조원가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세아씨엠이 군산 CGL에 갈바륨 전용 포트를 추가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 라인에서 GI와 갈바륨 제품을 번갈아 생산할 수 있게 함으로써 다가올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11월 공사에 착수하여 오는 2월께 재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