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 스크랩 저평가 불구 재고 조정 왜?

- 추가 상승 수익보다 위험 관리가 먼저 ... "흐름에 같이 가는 것이 이익 판단 - 제강사 가격 인하 가능성에는 부정적 ... 제강사 수입 적어 재고 증가 속도 빠르지 않을 수도 - 유통업계, 다음주까지 유통량 고공비행 가능성에 무게

2021-01-08     손정수 기자
▲ 연초 제강사의 가격 인상을 신호로 철 스크랩 재고가 방출되기 시작했다. 그랩
철 스크랩 유통업체들이 본격적인 재고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국제가격과의 격차가 크지만 지금은 재고를 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철 스크랩 유통업체들은 국제가격과의 격차가 커 추가로 오를 여지도 있지만 상승에 따른 과실보다 위험 관리가 더 중요한 시점이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국제가격보다 한국 내수가격이 5~6만 원 싸다. 한국 내수가격이 고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지만 추가로 오를 여지도 적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추가로 1~2만 원 정도 더 오를 수 있지만 지금은 차익 실현이 우선인 것 같다”라고 말한 것이다.

유통업체들이 재고를 방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익이다. 유통업체들은 대체로 11월부터 재고를 비축하기 시작했다. 11월은 유통량을 이어가면서 중량류 등 즉시 매도 가능한 등급을 중심으로 재고를 비축했고, 12월에는 최대한 전 등급 비축을 이어간 것.

국내 제강사의 구매가격은 10월 말 32만 5,000원(남부 제강사 중량A 기준)에서 이번 주에는 45만 5,000원으로 13만 원 상승했다. 초기 비축한 재고의 경우 톤당 10만 원 정도 이익을 본 것으로 보이지만, 매입 가격이 오르면서 재고 가격도 덩달아 올라 많게는 톤당 10만 원, 적게는 7~8만 원 정도 이익을 봤을 것으로 유통업체들은 추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1년 벌 것을 2달간 모두 벌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미 상당한 이익을 본 상태에서 경쟁사들이 재고를 방출하는데 1~2만 원을 더 벌기 위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겠나?”라며 “시장의 흐름에 따라 가는 것이 위험을줄이는 길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이 재고 방출을 서두르는 또 다른 이유는 불안감 때문이다. 수도권과 남부지역 모두 재고 방출이 집중되면서 방통차량 수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적기 판매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한 것.

여기에 제강사의 가격 인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제강사발 가격 인하 가능성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제강사들이 단기 고점이라는 말과 함께 다음주에 가격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라며 “국내가격이 국제가격에 비해 크게 싸고, 제강사의 재고가 적어 가격 인하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하지만 방통차가 부족한 상태에서 가격 인하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불안감이 커졌다”라고 말했다.

또 지난 2개월간 재고 평가 이익이 많이 발생했지만 그만큼 자금도 많이 묶였다는 것은 부담이 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시중 발생량이 적어 2주간 재고 방출이 이어지면 1월 중순 이후에는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강사가 가격을 내릴 가능성도 낮게 보고 있다. 제강사들의 수입 계약이 적고, 현재 보유재고가 적은 상황이어서 재고 증가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국내가격이 싸고, 수입 계약 잔량이 적어 제강사의 재고 증가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 같다. 제강사가 걱정하는 것은 오히려 가격을 내려 시중 판매 흐름이 막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강사들이 시중 불안감을 자극하기 위해 다음주에 1회 정도 인하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