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 자원협회 임순태 회장, "구좌제도의 변화가 성장의 시작!"

- 한국 철 스크랩의 국제시장 동조화가 필수 - 철 스크랩 수요 증가 한계 봉착 ... 철 스크랩 산업의 성장성도 저해 - 철 스크랩 산업 경쟁력 강화 위해 구좌제도와 가공산업화 필요성 강조

2021-01-07     손정수 기자
▲ 임순태 자원협회장.
- 지난해 코로나19로 겪어 보지 못했던 시장 환경이 펼쳐졌는데…

★ 임순태 회장 :
2020년은 코로나19로 일상의 폐쇄와 격리 그리고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전세계적으로 무력감이 컸던 한 해였다. 철 스크랩 시장도 수요 급감과 가격 폭락과 연말에는 공급 부족에 따른 폭등까지 많은 일이 있었다.

백신 및 치료제가 개발되고 코로나19의 피해도 정점을 통과하고 있다. 올해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 2020년에는 철 스크랩 자급도가 85%를 넘어서는 등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 철 스크랩 자급도가 85%를 넘었다. 수치만 보면 자급도가 큰 진전을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철강 경기의 활성화가 아닌 침체로 인한 자급도 증가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오히려 소규모 철 스크랩 유통업체들은 더 어려워졌고, 어려운 시기를 견뎌낸 것으로 위안을 삼았을 뿐이다.

한국 경제가 선방했다고는 하지만 철강 수요가 더 이상 증가할 것 같지 않다. 85% 자급률은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다. 저급 철 스크랩에 대한 수요자의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 저급을 더 싸게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질 것이다.

저급 철 스크랩 공급자들은 싸게 판매를 하던가 아니면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밖에 없다. 제강사들이 저급이라고 적정한 가격을 책정하지 않는다면 수출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스크랩 업체들도 국내 제강사만 고객이라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중국은 수입을 재개했고, 동남아시아는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도 우리의 고객이 될 수 있다. .

- 한국철강자원협회와 스틸앤스틸이 공동으로 2019년에 베트남 산업시찰을 했었다. 당시 베트남 제강사들이 한국산 철 스크랩의 품질에 대해 상당한 문제제기를 했던 것으로 안다. 품질이 경량류 수출의 걸림돌로 보이는데…

★ 지금까지 수출된 철 스크랩은 잉여나 가격적인 이점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수집상들이 수거하고 집하할 때 정제되지 않고 품질이 열악한 상태로 수출했기 때문에 품질 문제가 생겼고, 동남아 등에서는 한국산 철 스크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컸다.

근본적인 문제는 가격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국내 철 스크랩과 해외 철 스크랩 간의 가격 차이가 톤당 5~6만 원씩 벌어지면 정상적인 품질의 철 스크랩이 수출될 것이고, 품질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반대로 제강사들이 국내 철 스크랩의 해외 유출을 억제하고 싶다면 국제 가격과의 격차를 톤당 2만 원 이내로 줄여야 할 것이다. 철 스크랩 자급도가 100%가 된 것이 아니어서 철 스크랩의 수출은 제강사의 정책과 선택의 문제이다.

- 올해 제강사의 등급별 구매 상황을 보면 중량류 부족, 경량류 잉여 현상이 두드러졌다.

★ 제강사의 제강 조업 패턴이 중량류 중심이지만 중량류 발생은 제한적이었고, 경량류 발생은 상대적으로 많아서 발생한 문제이다. 제강사들이 중량류 공급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선 정제된 철 스크랩 소비를 늘려야 한다. 그러나 국내 길로틴 업체들은 수익성에 쫓기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길로틴 산업이 낮은 부가가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길로틴 업체들은 압축업체들과 소재 구매 경쟁을 해야 한다. 소재 실수율면에서 압축과 길로틴 사이에는 차이가 크다. 제강사가 길로틴 금액을 적정하게 책정해 주지 않으면 압축업체들과 소재 구매 경쟁이 어렵다. 또 구매를 하더라도 적정한 마진을 확보하기 어렵다.

올해 제강사들이 정제된 철 스크랩 구매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적정한 금액을 책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강사들이 경량류의 품질만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스크랩 업체들이 가공설비를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유도를 위해선 1) 적정한 가공비 책정 2) 가공 정재 된 철 스크랩 중심의 구매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길로틴 업체들은 더스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스트 처리 비용도 매년 폭등하고 있다. 제강사의 구매 정책에 이러한 부분이 반영되어야 한다.

- 2021년 철 스크랩 업계의 해결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 하나를 꼽는다면 구좌제도이다. 구좌 제도는 제강사 중심의 폐쇄적인 공급 체계이다. 1사 1구좌 정책이 폐지되어야 경쟁력이 있는 철 스크랩 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다. 지금처럼 1사 1구좌로 묶여 있다면 철 스크랩 업체들의 성장에 한계가 봉착되며, 제강사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철 스크랩 업체들이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를 할 수 없게 되는 구조이다.

철 스크랩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어야 제강사의 경쟁력도 강화된다. 제강사들의 구좌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 가격이 폭등세를 타고 있는데…

★ 연말에 많이 올랐다. 국제가격이 크게 올라 국내가격도 많이 올랐다. 이 과정에서 제강사들이 재고 부족을 겪었다. 제강사의 재고 부족은 그만큼 공급사와 제강사간의 신뢰 관계가 악화됐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제강사들이 국내 철 스크랩 수요 둔화를 이유로 국내 철 스크랩 가격을 국제가격보다 너무 낮게 눌러 놓았다. 국내와 국제가격간의 격차가 커지다 보니 제강사는 수입을 하기 어려웠고, 결국 국내와 국제시장간의 괴리를 낳아 연말 거래량 감소와 가격 폭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제강사도 어렵겠지만 스크랩업체들도 많이 어렵다. 서로 어려움을 나누고 상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지난해 철강 자원협회 활동의 성과와 올해 계획은?

★ 2020년은 코로나19로 사업을 재대로 추진하기 어려웠다. 비대면 사업을 고민하다가 전국 철 스크랩 사업자 명부를 제작해 회원사 비회원사 할 것 없이 배포했다. 또 철 스크랩 AI도입을 추진해 왔다. 회원사와 정부가 검수 AI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 것이 성과이다.

또 전국 철 스크랩 가공 설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것들이 지난 한 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하반기에 코로나19 등이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완화가 되면 그 동안 중단됐던 국제교류를 다시 이어갈 계획이다. 또 철 스크랩 산업 발전을 위한 세미나 등도 준비를 할 예정이다. 또 자원순환연합회와 연계해 동맥산업의 활동도 강화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추진해 왔던 검수AI 시스템 도입도 계속 사업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 마지막으로 업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정책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탄소 배출 산업이다. 철 스크랩을 사용하는 전기로는 고로에 비해 친환경적이다. 그러나 철 스크랩이 폐기물로 분류돼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철 스크랩을 폐기물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탄소 저감정책과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철 스크랩을 제조업으로 전환하고, 공단 입주 등의 길을 열어 주어야 할 것이다.

신축년 새해에도 업계 관계자 여러분의 건강과 사업이 번창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