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20] 봉형강 업계 월별 이슈는?

2020-12-28     김영대 기자
국내 봉형강 시장의 2020년은 다양한 이슈가 연이어 나타났다. 그 만큼 시장 곳곳에서 크고 작은 변화들도 파생되곤 했다. 2020년 어떤 사건 사고가 시장의 주목을 받았는지 월별로 봉형강 시장을 정리해 봤다. [편집자주]

[1월] 철근 제강사, 달리진 기조
2020년을 시작하면서부터 철근 시장을 대하는 제강사들의 기조가 달라졌다. 크게 보자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원칙마감을 지키겠다는 기조를 내비치고 추후 유통업체들의 손실분을 소급적용해서 할인해주던 가격방침을 없애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소급할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유통시세가 왜곡되는 것을 더 이상 묵인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두 번째는 최적생산‧최적판매 기조다. 기존에는 적정 재고량이 ‘주문 즉시 제품을 건내줄 수 있는 양’이라는 개념이었다면, 올해부터는 ‘수요에 딱 맞는 양’이라는 개념이 적정 재고량으로 자리 잡으면서 예년에 비해 재고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결과를 가져왔다.

[2월] 중국산 H형강 무역규제 연장 신청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국내 H형강 생산업체들이 중국산 H형강 수입규제 연장을 신청했다. 양사는 중국산 H형강 수입규제가 해제되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것이라는 의견을 담은 연장 요청서를 제출했다.

양사는 기본적으로 현행 규제가 그대로 유지되어야한다는 입장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물량과 가격 모두 규제가 되는 것으로 연간 58만 톤 제한과 한국향 수출가격을 중국 내수가격을 기준으로 책정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재까지의 진행과정은 지난 8월 한국 측과 중국 측 이해관계자들을 불러 회의를 개최한 후 지난 11월에 공청회를 열었다. 최종 연장 여부 결정은 내년 1분기 내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3월] 철근 업계 저가 가공 및 프로젝트 수주 중단 선언
현대제철을 필두로 철근 제강사들이 저가 가공 및 프로젝트 수주 중단을 선언하면서 시장이 들썩였다. 특히, 최종 소비자인 건설업계에서는 반발이 심했다.

제강사들이 이 같은 선언을 한 이유는 수주 방식이 최저 입찰제다 보니 업체 간 가격경쟁이 과열되고 이로 인해 유통시세까지 크게 하락하는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강사들의 선택은 원칙마감과 최적생산‧최적판매 기조와 맞물려 추후 유통시세가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오면서 ‘예상 가능한 시장’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월] 한국특수형강 최대주주 변경
4월에는 한국특수형강 최대주주가 KSS홀딩스에서 매직홀딩스로 변경됐다. 매직홀딩스가 44.67%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보유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통해 회사 경영권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사실상 매직홀딩스에 인수된 셈이다.

한국특수형강은 매직홀딩스에 인수된 후 두 달 만에 한길구 회장과 박성우 사장 2인 대표이사 체제를 갖춰나갔다. 아울러 제강설비만 존재하는 칠서공장에 철근 압연라인을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철근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는 중이다.

칠서공장이 철근 생산 공장으로 탈바꿈하게 되면 연간 약 70만 톤~80만 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면서 기존 부산 녹산공장(34만 톤), 사상공장(26만 톤)을 더해 총 130만 톤 이상의 압연능력과 100만 톤의 제강능력을 보유한 업체로 거듭날 예정이다.

[5월] 레미콘 운송노조 파업, 봉형강 업계 촉각
5월에는 레미콘 운송노조의 파업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면서 레미콘과 세트를 이루는 봉형강 업계의 우려가 컸었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국내 레미콘 공급의 약 15%를 책임지는 부산, 양산, 김해권역까지 레미콘 운송업자들의 운반비 인상요구가 이어지면서 10차례 협의가 이뤄졌지만 협상이 결렬되고 무기한 파업까지 선언했다. 이후 약 보름간의 파업이 진행된 뒤 파업이 극적 타결되면서 제강사들의 우려가 다소 사그라들었다.

[6월] 대한제강‧와이케이스틸 인수합병
6월에는 대한제강과 와이케이스틸의 인수합병이 공식화 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대한제강은 토지대금과 현금성자산 등을 제외한 와이케이스틸의 지분 51%를 468억 원에 매입하면서 꽤 매력적인 가격에 인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간 155만 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대한제강과 110만 톤의 생산능력을 갖춘 와이케이스틸의 합병이 이뤄지면서 대한제강은 업계 2위를 넘보는 수준까지 도약했다. 나아가 2023년까지 와이케이스틸을 당진으로 이전한다는 방침을 밝히며 수도권 시장 진출도 꾀하고 있다.

[7월] H형강 KS규격 확대 전문심의 통과
7월에는 H형강 KS규격 확대 관련 5차 전문심의가 통과되면서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7월 1차 전문심의가 이뤄졌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1년간의 릴레이가 일단락된 셈이다. 다만 전문심의 이후에도 KS규격 확대 관련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해당 건에 대해 최근 열린 1차 기술심의위원회에서 재심결과를 받고 2차 기술심의위원회를 준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찬성 측인 현대제철과 반대 측인 동국제강이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8월] 봉형강 선도기업 현대제철 조직개편
8월에는 봉형강 업계 선도기업인 현대제철이 비정기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샀다. 당시 임원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영업본부의 대대적인 변화였다. 영업본부장직에 철강이나 영업전문가가 아닌 현대엔지니어링 BI 본부장 출신의 이재환 본부장이 선출 됐으며, 영업본부 사업부장급 이상 임원 전원에 대한 직무 순환이 이뤄졌다.

특히, 봉형강 품목을 담당하는 건설강재사업부의 경우 사업부장금 임원과 철근‧형강영업실장급 임원까지 모조리 교체되면서 변화를 예고했다.

[8월~9월] 봉형강 시장 강타한 기상악재
8월부터 이어진 역대 최장장마가 9월 초까지 이어졌고 뒤이어 매주 하나씩 찾아온 태풍으로 인해 봉형강 시장 수요가 큰 타격을 입었다. 철근 제강사들은 판매목표 달성에 실패했으며, 8월 판매량만 놓고 살펴보면 지난 2014년 이후 근 6년 만에 가장 낮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다행히 추석 연휴를 앞두고서 더 이상 공기를 미룰 수 없던 건설현장들의 수요가 9월 중순 이후 살아나면서 판매량이 수직상승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내 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0월] ‘아사리판’된 일반형강 시장
10월에는 비KS 앵글 생산을 둘러싼 공방이 일반형강 생산업체 간 가격경쟁으로 번지면서 특별판매를 빙자한 치킨게임이 펼쳐졌다. 시작은 금강철강이었다. 당시 시중 앵글 유통가격은 64만 원~66만 원 수준이었는데 58만 원에 특별판매를 시작하겠다고 시장에 선언했다.

이후 특판 조건에 한국특수형강과 동국제강, 대성철강 등 여타 일반형강 생산업체들도 어쩔 수 없이 동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시중 앵글 가격은 58만 원까지 급하락했다. 참고로 당시 철근 가격이 67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형강 업체들의 마진 확보는 상당히 제한적이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후 한국특수형강이 지난 11월 한발 앞서 특별판매를 종료했으며, 여타 제강사들도 하나 둘씩 이에 발을 맞추다가 지난 12월 22일 동국제강을 끝으로 모든 특별판매가 종료됐다.

[11월] 철근 수요 양극화 및 분기단위 가격 일원화
11월에는 시장 수요를 바라보는 철근 유통업계와 제강사간 시선이 엇갈렸다. 유통업계는 얼어버린 체감 수요에 고심이 깊어진 반면, 제강사들의 수요는 탄탄하게 유지됐다. 수요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다. 실제 제강사는 배차를 더 늘릴 수 없을 정도로 출하 계획이 잡혀있는 반면 유통업체는 거래량이 적어 주문 전화 한통을 받지 못하는 날이 왕왕 발생할 정도로 양측의 차이가 심했다.

건설업체들의 수요 양극화가 심해진 게 주된 이유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제강사와 주로 거래를 하는 대형건설사의 수요는 탄탄한 반면 경기 위축으로 유통업계의 주 거래선인 중소 건설사 수요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같은 현상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가 더욱더 깊어지고 있다.

한편, 철근 제강사들은 11월부터 철근 가격을 분기단위로 일원화한다고 밝혔다. 철근 분기 고시가격은 매 분기마다 스틸데일리 철 스크랩 가격지표(중량A 70%, 일본산 H2 20%, 미국산 대형모선 10%)를 기준으로 가격을 추산한 뒤 전분기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등락이 결정된다. 이에 시장의 가격인상폭 예측이 매우 정확해졌다.

[12월] 원재료 가격 상승, 시장 조기 마감에 패닉바잉 성행
12월에는 철 스크랩 등 원재료 가격이 말 그대로 폭등하면서 봉형강 시장에 충격을 줬다. 터키 철 스크랩 수입가격은 지난 2011년 이후 약 9년 만에 최고치인 473달러를 기록했으며, 국내 중량A 철 스크랩만 보더라도 12월 들어 6만 5,000원 상승했다.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자 봉형강 생산업체들은 연이은 가격인상안을 발표했으며, 유통업계에서는 올해 제품 판매를 내년으로 미루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추후 가격상승이 예상되는 시장에서 굳이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이로 인해 거래량은 급감하고 어쩌다가 한 차례 높은 가격으로 나오는 제품가격이 시세로 굳어지는 왜곡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