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2기 포스코, ‘혁신과 성장’ 통할까

- CEO 직속 사업부 신설 등 신성장 부문 집중 투자 - 철강부문 위기 속 안정 추구··· 본부장 대부분 유임 - 여성 임원 확대 및 수평적 기업문화 확산에도 방점

2020-12-22     최양해 기자
▲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올초 그룹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할 임원단이 확정됐다.

포스코는 21일 조직개편 및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최정우 2기 체제의 추진 모토로 ‘혁신과 성장’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 신(新)성장 분야 조직을 그룹 차원에서 보강, 우수 인력들을 대거 전진 배치했다고 밝혔다.

■ 수소와 물류 최 회장이 직접 챙긴다
최정우 2기 체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신성장 부문에 대한 집중 투자다. 특히,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선언한 만큼 수소 관련 사업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CEO 직속으로 <산업가스‧수소사업부>와 <물류사업부>를 신설했다. 두 사업부를 최 회장 직속에 두고 중점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앞서 글로벌 4위 철광석 공급사인 FMG의 앤드류 포레스트 회장과 만나 양사의 수소 사업 비전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키도 했다. 수소 사업 첫 행보부터 전면에 나선 것. 앞으로도 탄소 중립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그린수소 사업과 관련한 업무 전반을 직접 챙길 것으로 기대된다.

최 회장을 도와 수소 사업 등을 주도할 산업가스 및 수소사업부장은 유병옥 부사장이 맡는다. 유 부사장은 원료실장, 경영전략실장, 구매투자본부장을 두루 거친 인물로 포스코의 중장기 미래 전략인 수소 사업을 이끌어가게 됐다. 조주익 現 신성장기획실장이 수소사업실장, 김용중 現 포스코에너지 가스사업실장이 산업가스실장을 맡아 유 부사장을 보필한다.

물류사업부장은 김광수 부사장이 맡는다. 포스코 아메리카 대표 법인장을 지낸 김 부사장은 그룹의 물류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재만 現 물류통합TF팀 부장이 물류1실장, 강성욱 現 원료1실장이 물류2실장으로 김 부사장과 함께 한다.

그룹장과 팀장급 인사에서는 그룹사 인력을 수혈한 것이 눈에 띈다. 산업가스‧수소사업부에는 포스코에너지 출신, 물류사업부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 출신을 등용했다. 각자 분야에서 전문성을 띤 인력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 철강사업부 실장급 대부분 유임으로 ‘안정’
주력 사업인 철강사업부는 변화 대신 안정에 무게를 실었다. 신규 조직을 만들고 새로운 피를 수혈한 사업부들과는 다른 양상이다.

다만, 최고경영층의 세대교체는 있었다. 장인화 철강부문장(1955년생)이 자문역으로 물러나고, 이 자리에 김학동 생산기술본부장(사장, 1959년생)이 올라왔다.

김학동 사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나와 미국 카네기멜런대에서 재료공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포스코에 입사한 뒤 포항제철소장, 광양제철소장, 생산본부장을 두루 거치며 현업에 정통한 인물로 꼽힌다.

그 외 본부장급 임원은 대체로 유임됐다. 인사발령에 따른 연쇄 이동을 제외하고는 안정을 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전중선 전략기획본부장, 정탁 마케팅본부장, 정창화 경영지원본부장이 모두 자리를 지켰다.

본부별로는 마케팅 부문의 안정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본부장인 정탁 부사장의 경우 지난 2018년(당시 철강사업본부, 2019년부터 마케팅본부로 명칭 변경)부터 철강 부문 마케팅 업무를 4년 연속 맡게 됐다. 정탁 부사장 아래 10명의 실장급 임원도 대체로 자리를 지켰다. 스테인리스마케팅실장을 제외하고는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업무를 수행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철강 부문 실적이 조기에 반등한 것이 플러스 요인이 된 것 같다”면서 “최정우 2기 체제에서는 수소, 물류, 이차전지소재 등 신성장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만큼 철강 부문은 변화보단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임원급 인사는 다소 안정적인 결정을 내렸지만, 모토로 내건 ‘혁신’ 활동에도 나선다. 생산, 마케팅, 구매 등 주요 조직에 ‘창의혁신 TF’를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철강 사업의 저성장 고착 국면을 극복하고,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TF에서는 모든 업무를 제로베이스에서 점검하고, 근본적인 개선점을 발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기대된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학동 철강부문장(사장), 이시우 생산기술본부장, 이주태 구매투자본부장, 김지용 광양제철소장, 이유경 엔투비 사장, 오지은 상무급 연구위원.
■ 파격과 변화, 대세에 앞장선다
파격적인 인사도 눈길을 끌었다. 주요 그룹사 사장단을 세대교체하고, 그룹사 최초 여성 사장을 탄생시켰다. 주인공은 이유경 포스코 설비자재구매실장. 1967년생인 그는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나와 이화여대에서 경영학석사(MAB)를 마쳤다. 이후 포스코엠텍 마케팅실장, 포스코 설비자재구매실장 등을 거쳐 이번에 엔투비 사장으로 보임됐다.

업계는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포스코그룹 부사장 대부분이 1960년대 초반임을 고려하면 나이 측면에서도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포스코기술투자 임승규 사장, 포스코터미널 김복태 사장, 포스코ICT 정덕균 사장, 포스코엠텍 이희근 사장 등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도 모두 교체됐다. 이들은 회사별 이사회와 내년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포스코는 주요 임원의 인사이동과 함께 호칭에도 변화를 주겠다고 밝혔다. 한국식 위계의식을 극복하고 역할에 따른 철저한 성과주의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임원 계층에 대해 ‘P직급’을 폐지하고, 직책 기준으로 인사운영을 일원화할 방침이다. 앞으로 포스코그룹 임원은 상무, 전무, 부사장이 아닌 실장, 본부장 등 직책으로 불리게 된다.

이는 최근 철강업계를 비롯한 주요 기업의 인사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직위 및 호칭 간소화’에 부합하는 행보로 보인다. 다른 기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같은 직제 개편을 임원급 직위에 우선적으로 적용한다는 것.

회사 측이 언급한 것처럼 임원들의 철저한 성과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 내년 한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 이처럼 성과주의를 강조하는 움직임이 계속 이어진다면 연공서열과 성별에 무관한 파격적인 인사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