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 가격, 조속한 정상화 절실하다” ··· 현대제철 후판영업실장 권준혁 상무

-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원가부담 가중” - “조선용 후판가격 대폭 인상 불가피 ··· 후판 적자 심각” - “비조선용 후판12월에만 6만원 인상, 내년 1분기 가격인상 계획”

2020-12-21     유재혁 기자
철광석을 비롯한 철강원자재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가격 인상을 하지 못하면서 적자품목으로 전락한 제품이 있다. 바로 후판제품이 대표적이다. 현대제철 후판영업실장 권준혁 상무는 제품 수익성을 개선시키지 못할 경우 후판사업의 지속여부도 불투명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권준혁 상무를 만나 가격 인상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편집자주]

▲ 권준혁 실장은 “내년부터 100% 수익성 중심의 프로덕트 믹스가 이뤄진다면 후판의 자리는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Q> 철강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무서운 속도로 이어지고 있다.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가?

A>
올해 2분기 평균87달러이던 철광석 가격은 최근 150~160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철광석 수급 불안정과 더불어 철광석 선물에 대한 투기영향으로 가격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스런 관측이 지배적이다.

철강제품 1톤을 생산할 때 철광석이 1.8배 투입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원가 부담이 그 어느때 보다 과도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유통향후판 가격을 지난 1일 3만원 인상한데 이어 14일에도 추가로 3만원 인상하였으나 원가상승분을 고려한다면 내년에도 추가적인 가격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Q> 후판 가격 인상이 다른 제품에 상대적으로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A>
하반기 주원료 및 주요 철강제품(슬라브, 열연 등)의 가격은 급등을 지속한 반면 후판은 적기에 가격인상을 못하면서 큰 규모의 적자가 이어졌고 위기가 초래됐다.

결국 내년부터는 후판 물량을 축소하고 열연 생산을 확대할 수 밖에 없는 입장에 직면하게 됐다. 팔수록 적자인 후판 제품을 줄이고 열연 생산을 늘리는 선택은 기업이라면 당연히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Q> 글로벌 후판 가격 동향은 어떤 상황인가?

A>
해외 시장은 국내보다는 훨씬 나아 보인다. 쿼터 부담이 있긴 하지만 미주지역(미국,캐나다) 구매문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 수출가는 베이스 기준 720~740불 수준으로, 10월 저점 대비 200달러 상승했다.

동남아지역 역시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적자가 지속중인 내수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동남아와 미주지역에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 현대제철 당진 후판공장

Q> 조선사 및 실수요향 가격 인상없이 수익성 개선은 불가능해 보인다.

A>
해상풍력을 비롯해 에너지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수주 추진중인 고객사들과 함께 노력중이며 이들 실수요 고객사들 역시 가격 인상에 대하여 수긍하는 분위기다.

대체로 내수 실수요 고객사의 경우 가격 인상이 한달 정도 후행하는 만큼 내년 1월부터 적극적인 가격 인상에 나설 계획이다.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조선사에도 원가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이후 조선사들의 대규모 적자와 구조조정이 지속되면서 후판밀들은 매년 가격 인상이 필요함에도 상생하는 입장에서 후판 가격 인상을 자제해 온 상황이다.

올해 들어 코로나19로 선박 수주실적이 주춤해졌다고는 하나 11월 이후 수주실적 증가를 비롯해 내년 하반기부터는 조선사의 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선사도 어려운 경영환경을 맞이하고 있으나, 이제는 후판밀에게 상생의 손길을 내밀 차례다.

말 그대로 이제는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때가 아니라 상호 손해를 보지 않는 정상적인 비즈니스를 만들어 가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Q> 곧 2021년 이다. 내년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A>
무엇보다 수익성 중심의 프로덕트 믹스 최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쇳물 생산과 제품 생산에 있어 수익성에 집중된 생산과 판매를 이어갈 계획이라는 것이 회사의 기본 방침이다.

후판 제품의 경우에도 수익이 나지 않는 제품이나 지역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판매를 축소 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올 하반기부터 수익확보가 어려운 프로젝트는 과감하게 포기해 왔다.

2021년에는 이전과 같은 양적성장을 지양하고 철저히 수익성 중심의 판매를 통하여 후판 비즈니스를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연하자면,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내수보다 수출에, 저가 프로젝트도 과감히 포기하는 등 철저하게 수익 중심의 비즈니스에 집중하면서 수익성을 정상수준으로 올려 놓아야 한다는 절박한 지점에 와 있다는 것이다.

Q> 업계나 고객사에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A>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품을 판매해서 일정 수준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정상적인 비즈니스를 후판 부문에서도 이뤄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으로 상반기 어려움을 겪던 국내 조선사들도 이제는 수주가 정상화되면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연됐던 선박 발주가 이어지면서 긍정적인 시황이 기대되고 있다.

수입제품에만 의존하기 어려운 국내 후판 수요를 감안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상생이 이제는 필요한 상황이라 생각된다. 후판 비즈니스의 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 주기를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