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스크랩 전망] 가격 강세 요인 우세

- 국내 시장, 수요도 공급도 돌발 변수 없어 ... 해외 요인이 관건 - 코로나19 영향 + 중국 수입 개방 ... 내년 철 스크랩 가격 고공 비행 전망

2020-12-07     손정수 기자
▲ 내년 철 스크랩 가격이 올해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예상과 전혀 다른 흐름을 보였다. 철강 원자재 시장은 공급과잉에 따른 하락장이 예상 됐지만 오히려 중국이 코로나19를 조기에 극복하고, 재정투자 확대로 철강 수요가 급증해 철강 연원료는 물론이거니와 철강제품 가격도 크게 오르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연출됐다. 철 스크랩 시장도 당초 하락 안정을 예상했지만, 오히려 상승의 모습을 보였다. [편집자 주]

1. 2020년 철 스크랩 시장

- 가격 : 코로나19로 웃고 울고

2020년 제강사의 철 스크랩 구매가격은 전년대비 다시 하락했다. 11월 중순까지 남부제강사의 중량A 평균 구매가격은 톤당 30만 5,000원으로 지난해 평균 대비 4만 5,000원 하락했다. 2018년의 38만 1,000원과 비교하면 8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하락을 나타냈다.

연평균 가격은 하락했지만 월간 가격은 변화가 감지됐다. 남부제강사의 중량A 월 평균 구매가격은 4월 26만 8,000원을 바닥으로 빠르게 회복됐다. 11월부터는 35만 원까지 회복됐다. 2020년 2월~4월 가격 하락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세계 철강 경기 위축이 주된 이유였다. 반면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확산과 경제 활동 둔화로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서 철 스크랩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다. 반면 중국의 회복으로 철강 연원료는 물론이거니와 제품 가격도 크게 올랐다. 장기 하락의 고리를 끊어 낸 것으로 보인다.


- 수급 : 수요 감소 속 자급도 급상승

2020년 철 스크랩 수급측면의 주요 변화는 1) 수요 감소세 지속 2) 수입 급감 3) 자급도 급상승 등을 꼽을 수 있다.

2020년 10월까지 국내 제강사의 철 스크랩 구매량은 2,067만 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4% 줄었다. 10월까지 감소폭을 기준으로 할 때 연간 구매량은 2,400만 톤 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철 스크랩 수요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수요가 3년 연속 줄었다는 점이고, 과거 피크였던 지난 2013년의 3,209만 톤에 비해선 780만 톤 가량 적을 것으로 보인다.

수급에서 가장 큰 변화는 수입의 급감과 자급도의 급상승이다. 10월까지 수입은 전년동기대비 36.0% 줄어든 308만 톤에 그쳤다. 전기로 제강사의 소비량 감소가 수입의 급감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3분기 자급도가 역대 최고인 88.1%까지 치솟았다. 1~10월 평균 자급도도 85.2%로 나타났다.

자급도의 급상승은 향후 국내 철 스크랩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 제강사의 구매 전략의 변화

올해 철 스크랩 시장의 또 다른 변화는 제강사의 구매 전략이 크게 선회했다는 점이다. 가장 두드러진 업체는 현대제철이다. 현대제철은 국내 철 스크랩 가격의 하향 안정을 위해 수입품을 다량 사용해 왔다. 올해부터는 제품에서의 가격 경쟁을 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수입은 대폭 줄이고 국산 중심으로 구매를 강화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았던 수도권의 거래 가격이 남부지역과 비슷해졌다.

또 다른 변화는 판재특수강업체들이다. 판재특수강업체들은 올해 중반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면서 가격 중심의 구매에 방점을 찍었다. 포스코는 광양 3고로 개수로 소비가 줄어들면서 구매를 2개월간 중단하는 강수를 두었다. 세아베스틸도 제강공장이 가다서다를 반복하자 일시 구매 중단을 수 차례 반복했다. 이 때문에 판재특수강용 철 스크랩이 철근용 철 스크랩보다 시세가 낮은 진풍경도 연출됐다.

철 스크랩 납품사들과의 거래 안정성을 추구해 왔던 제강사들의 구매 전략이 바뀌면서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이 표면화 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전략적 변화는 남부지역에서 포착된다.

대한제강이 와이케이스틸을 인수해 사실상 통합 구매 형태로 전환됐다. 부산 시장은 대한제강이 원톱이 되면서 안정된 모습을 보일 토대를 만들었다. 반면 경남 서부에서는 한국특수형강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경남 중서부지역의 맹주인 한국철강과의 구매 경쟁이 과열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새로운 화약고로 부상하고 있다.

즉 경남 시장의 경쟁은 보다 중층화 됐다. 크게는 부산과 경남 서부지역 제강사 사이의 지역간 경쟁이라는 토대 외에 경남 서부지역에서는 기업간 경쟁이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2. 주요 이슈 점검

2021년은 상승요인과 하락요인이 교차한다. 전문가들은 2020년보다 평균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수요요인은? 기저 효과로 내년 철 스크랩 수요 4년 만에 증가 전환 기대

내년도 조강생산량은 2020년보다 약 5~6% 정도 늘어 날 것으로 보이지만 2019년에 비해선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철 스크랩 다소비 산업인 철근의 내년 수요는 올해보다 20~30만 톤 정도 증가한 1,000만 톤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 된다. H형강은 올해 수준인 270만 톤 정도로 예상된다. 그러나 주요 수출지역에 H형강 공장이 들어섰고, 무역 분쟁에 따른 수출 규제 강화로 수출에 대한 부담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량 감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반 봉형강용 수요는 올해 수준이거나 미미한 증가가 예상된다.

특수강은 올해 자동차 경기 부진으로 수요가 저조했지만 코로나19 영향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생산업체들은 내수의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수출 정상화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관련 철강 제품의 수요는 2022년경에 평소 수준을 보일 전망이다.

올해 10월까지 한국 제강사의 철 스크랩 구매량은 2,067만 톤으로 전년동기대비 12.4% 감소했다. 7월 이후 조강생산량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감소폭은 다소 줄어들겠지만 10% 이상 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올해 철 스크랩 소비는 2,500만 톤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6년 2,363만 톤 이후 가장 적은 수요가 예상된다. 내년에는 2,500만 톤대 초반 정도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 주요 이슈들

올해 12월 첫째 주까지 남부 제강사의 중량A 철 스크랩 평균 가격은 30만 7,000원으로 지난해 연간 평균 가격 35만 원대비 4만 3,000원 하락했다. 분기로는 지난 2020년 1분기 29만 1,000원을 바닥으로 2분기 29만 5,000원 3분기 31만 6,000원, 4분기(12월 첫째 주까지) 33만 6,000원을 기록했다.

철 스크랩 전문가들은 내년 중량A 가격이 2019년 수준이거나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40만 원 이상으로 올라 급등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가격 강세를 전망하는 배경은 1) 코로나19에 따른 공급 감소 지속 2) 동남아시아의 소비 증가세 지속 3) 중국의 수입 재개 가능성 4) 세계 경기 회복 등이 지목됐다.

하락 요인으로는 1) 미국 달러 환율의 하락 2) 코로나19에 따른 세계 경제 성장 둔화 지속 3) 미미한 철 스크랩 수요 증가 4) 중국의 철강 경기 의 후퇴 등이다.

1) 코로나19는 지속된다?

코로나19는 내년 시장에도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철 스크랩 가격이 상승세를 탄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공급 차질이 주된 이유이다. 특히 코로나19가 철 스크랩 수출 지역인 미국과 유럽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가 얼마나 빨리 안정을 찾을 것인가가 변수이기는 하지만 최소한 상반기까지 코로나19에 따른 공급 차질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 동남아시아의 수요 증가세 지속

올해 동아시아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동남아시아의 철 스크랩 수요의 증가와 일본의 수출 확대이다. 한국은 일본의 최대 수출지역이었고, 일본은 한국외에 대안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올해 베트남이 한국을 누르고 1위 수출 지역으로 부상했다. 상반기까지는 한국이 근소한 차이로 1위였지만 9월까지 누적 수출량은 베트남 1위, 한국 2위 대만 3위 방글라데시 4위, 말레이시아 5위, 태국 6위 등이다. 9월까지 일본은 703만 톤을 수출해 연말까지 현 속도를 유지하면 역대 최대 수출량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아 수출량 증가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1~9월 베트남 수출 증가율은 54.9%, 대만 2.1배, 방글라데시 3.5배 등이다. 반면 한국은 -25.5%를 기록했다. 한국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밀려나고 있는 것. 그만큼 한국의 일본 시장에 대한 장악력과 영향력도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올해 동남아시아의 일본산 철 스크랩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은 미국의 수출량이 둔화된 반면 중국의 철강경기 호조로 동남아시아의 철강 생산이 호조를 보인 탓이다.

동남아시아가 한국을 밀어내고 일본의 최대 수출 지역이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그러나 올해 강도로 내년에도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고 있다. 강도는 중국의 철강 경기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철강 경기가 둔화돼 수출이 늘어날 경우 동남아시아의 철강 경기도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철 스크랩 수요 증가의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내년 중국의 철강 경기는 예측이 쉽지 않지만 올해보다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 정부의 재정투자가 줄어들고, 세계 경기가 2020년보다 나아지면서 다시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문제는 중국 문제와 연결해서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3) 중국의 수입 개방

중국의 철 스크랩 수입 가능성도 주목거리다. 중국의 철 스크랩 수입 제한이 풀리면 매월 100만 톤의 수입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내수가격이 동아시아 가격보다 100달러 정도 비싸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수입 재개는 철 스크랩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철 스크랩 수입은 언제 어떤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완전 철폐 가능성과 일부 등급만 수입을 허가할 가능성 등 다양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또 수입 재개 시점도 내년 초, 내년 중반, 내년 후반 등 다양한 얘기들이 오고 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춘절 전후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시점은 아직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다만 환경문제에 중국정부가 민감해 중량류 이상에 대해서 수입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의 중량류 품귀를 더욱 가속화 시킬 가능성이 크다.

4) 달러 환율의 하락

환율문제도 변수가 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재정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있고, 새로운 미국 정부가 현대 화폐 이론인 MMT(Modern Monetary Theory)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달러화의 약세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의 철 스크랩 수출 경쟁력 상승과 일본의 경쟁력 하락으로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달러표시 가격은 오를 가능성이 높다.

5) 한국제강사의 경쟁구도는?

2020년 제강사의 전략이 크게 바뀐 한 해였다. 현대제철이 국내 철 스크랩 비중을 대폭 늘렸다. 수입을 통한 국내 수급 조절 및 가격 안정 전략을 포기하고 제품 시장에서의 경쟁을 선택한 것. 이에 따라 수급 중심에서 가격 중심으로 구매전략을 변경하면서 수도권 시장의 가격이 남부지역 수준으로 올랐고, 수입과 국산간의 가격 차이도 거의 사라졌다.

이러한 구조는 내년에도 이어지고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선도기업인 현대제철의 전략 변경은 국내 철 스크랩 시장이 해외 시장에 가격적인 동질화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요 제강사들이 부족한 물량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입하지 않는다면 국내 철 스크랩 시장의 수급 불안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특수형강의 생산량 증가도 경쟁 구도 변화의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특수형강은 가동률 상승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추진 중이다. 빌릿 외부 판매를 늘리고 있다. 달러화 약세는 한국특수형강에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이며, 수출 확대가 철 스크랩 소비의 고공 비행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올해처럼 경남 서부시장이 한국 철 스크랩 시장의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와이케이스틸의 당진 진출은 내년 말이나 2022년 이후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와이케이스틸은 2023년 당진시대를 열 계획이다. 철 스크랩 조달 시스템은 그 전에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 2022년경 이전의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그 전까지 부산 시장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제강과 와이케이스틸의 공동 구매로 부산시장에 대한 제강사의 우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6) 자급도의 급상승

올해 한국 철 스크랩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급도의 급상승이다. 동력은 소비의 둔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연간 자급도는 86%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자급이 더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경량류는 자급에 한발 더 다가설 가능성이 높다. 고급 철 스크랩과 저급 철 스크랩간의 가격 차이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생철류는 올해 중반 포스코와 세아베스틸의 구매 중단, 현대제철의 당진 열연공장 폐쇄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철근용 가격을 밑돌 정도로 하락했다. 자동차 생산의 증가와 함께 생철류 가격도 회복됐다. 내년에는 타이트한 수급과 함께 평소 수준의 가격 갭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3. 그렇다면 2021년은?

2021년은 상승요인과 하락요인이 교차한다. 한국의 수급만 놓고 보면 발생량의 증가와 자급도의 향상, 저조한 소비가 예상된다. 수급 측면에서는 하락요인이 많다.

그러나 세계 상황을 놓고 보면 상승 요인이 더 많아 보인다. 2020년보다 평균 가격은 약 50달러 정도 오른 것으로 전망된다. 중량A의 평균 가격은 2019년 수준은 35만 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특히 중국의 철 스크랩 수입이 예상보다 빨리 재개되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세계적인 낮은 발생량 감소가 겹칠 경우 철 스크랩 가격은 40만 원(중량A) 이상에서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철 스크랩업계에서는 이미 40만 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잇단 백신 개발과 함께 코로나19의 부정적인 영향이 완화되면 철 스크랩 발생량 증가와 함께 철 스크랩 가격도 자리를 잡아 갈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이 상저하고였다면, 2021년은 상고하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