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가격 급등에서 한국이 왕따 된 이유는?

- 유통업체, 시세차익보다 매출 우선 한 듯 ... 12월 중순 이후 변화 가능성 보여

2020-12-04     손정수 기자
▲ 수입 철 스크랩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철 스크랩 유통량이 유지되면서 원인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일본의 철 스크랩 수출
국제가격과 국내가격간의 격차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철 스크랩 유통량이 꾸준히 이어지는 것에 대한 원인 파악에 관련업계가 분주하다.

유통업계와 제강사 관계자는 “중량A의 경우 국제가격보다 톤당 5만 원 넘게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철 스크랩 유통량이 유지되는 것이 의아스럽다”라고 말했다. 국제가격과 차액이 3만 원 이상 벌어지면 시중 유통량이 급감하곤 했는데 12월에는 가격차 확대에도 불구하고 유통량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제철의 러시아산 A3 포항 도착 가격은 톤당 40만 원 정도이다. 남부지역 제강사의 중량A 구매가격은 톤당 35만 원~ 35만 5,000원 정도이다. 약 5만 원 정도 가격차이가 발생한 상태이다.

또 현대제철은 이번 주에 가진 일본내 지역 입찰에서 HS와 신다찌에 대해 톤당 3만 7,000엔(FOB) 정도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HS 도착 가격이 톤당 41만 원 정도이다. 역시 국산 중량A에 비해 톤당 6만 원 정도 비싸다.

수도권 제강사의 중량A 구매가격과 비교하면 가격차이는 더 벌어지게 된다.

그러나 국내 주요 제강사의 하루 입고량은 소비량을 만족시키는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내년 초에 중량A가 40만 원이 넘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면서도 발생량을 대부분 회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와 제강사들은 12월 유통량이 유지되는 첫번째 이유로 유통업체들의 매출을 꼽았다. 이번 주를 포함해 남부지역 제강사의 중량A 올해 평균 구매가격은 30만 7,000원이다. 2018년 38만 1,000원, 2019년 35만 원에 비해 크게 하락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보다는 4만 3,000원 하락했다.

또 10월까지 제강사의 국내 철 스크랩 구매량은 1,288만 톤으로 전년동기대비 5.5% 감소했다. 10월까지 거래량과 중량A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납품업체들의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7.1% 감소했다.

게다가 이익도 신통치 않아 보인다. 올해 상반기까지 코로나19로 구매와 판매 모두 위축됐고, 가격도 약세를 보여 재고 평가 손실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하반기에 가격도 오르고 거래량도 다소 늘어 어느 정도 손실을 보전할 수 있었지만 매출과 이익 모두에서 부진한 한 해였다는 것이 유통업체들의 설명이다.

매출과 이익 감소로 은행권 여신 관리가 12월 중점 사안으로 떠오른 철 스크랩 유통업체들이 가까운 미래의 가격 상승이나 시세차익 보다는 매출 확보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 최근 유통량 유지의 동력으로 판단된다.

또 다른 이유로 유통업체들의 재무 체력이 꼽혔다. 철 스크랩 가격이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2017년 말부터 올해 중반까지 하락장이 지속된 것.

유통업체 관계자는 “재고를 비축하고 오를 때까지 버틸 재무적 체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유통업체들이 많다”며 “재무적 체력이 있는 유통업체들만 중량A를 중심으로 비축에 들어갔다”라고 말했다.

제강사의 시장 장악력도 배경으로 꼽혔다. 현대제철이 패밀리 중상, 세아베스틸이 매칭업체 등 다양한 이름으로 중소상까지 조달 시스템에 포함시켜 가동함에 따라 미래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유통량이 움직이고 있는 것. 현대제철 패밀리 중상 관계자는 “가격이 오를 것 같아도 재고를 비축하더라도 현대제철 판매를 완전히 중단할 수 없다. 거래 관계 유지를 위해 일부는 비축하고 일부는 매도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유통량 유지는 다분히 연말 금융관련 이슈 때문으로 추정된다. 시간이 가면서 매출 확보에서 자유로워진 유통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유통량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12월 중순 이후 유통량 감소 가능성이 대두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