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냉연] 가격 인상? 한 번 더 ‘오케이’

- 수입재 유입량 줄고, 제조사 공급 과부하 여전 - 11월 한 달 쉬어간 냉연업계 가격 인상 재점화 - 코로나19 재유행, 연말 변수에도 반영 가능성↑

2020-12-03     최양해 기자
냉연업계가 다시 한 번 유통가격 인상에 나선다. 지난 10월 가격 인상을 끝으로 올해를 마무리할 것 같았던 방어 태세를 공세로 전환했다.

신호탄은 포스코가 쐈다. 12월 14일 주문투입분부터 냉연강판(CR)과 용융아연도금강판(GI) 가격을 톤당 2만원씩 인상키로 했다. 이후 동국제강, 세아씨엠 등 재압연사가 동참했고, 11월 마지막 날 KG동부제철과 포스코강판까지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현대제철도 재압연사 가격 인상폭과 동일한 톤당 3만원을 골자로 인상 시점을 조율 중인 상태다.

이처럼 주요 냉연 제조사가 가격 인상 계획을 밝히면서 실제 가격 인상분 반영 여부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수입재 유입 감소, 공급 과부하 등 우호적인 조건과 코로나19 재유행, 연말 특수성이라는 악조건이 공존하는 가운데 어떤 결과를 낼지 기대를 모은다.


■ 수입량 증가 및 공급 정상화 “아직은 먼 일”
냉연업계는 실질적인 가격 인상분 반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중국산 수입재 유입이 여전히 저조한 가운데 시장 내 공급 갈증이 해소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중국산 수입재 유입은 저조한 흐름의 연속이다. 비교적 수입량이 많은 용융아연도금강판(GI)의 경우도 지난 5월 이후 월간 수입량이 5만톤을 밑돌고 있다. 가장 최근 실적인 10월 기준 3만 6,267톤이 수입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6.9% 줄어든 양이다.

최근에는 국내 GI 품귀 현상을 겪으면서 수입산 계약을 체결하는 곳도 있지만, 가격적인 메리트는 크지 않은 편이다. 더욱이 중국밀의 내년 2월 선적분 GI 수출 오퍼가격은 톤당 745달러(SGCC/두께 1.0mm/Z120/FOB)까지 치솟은 바 있다. 선뜻 계약하기 어려운 가격대다.

국내 제조사 공급 여력도 여전히 빠듯하다. 여기저기서 공급 갈증을 호소하고 있지만, 앞서 밀린 주문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특히나 이런 현상은 유통시장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자동차, 가전과 같은 대형 수요처나 컬러강판 소재 공급이 우선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냉연업계 관계자는 “공장 가동률 측면에서는 12월 들어 사정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크고 작은 설비 보수 일정이 겹쳤던 10~11월보다는 공급 여력이 개선될 것”이라며 “그러나 유통시장 공급 갈증을 해소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지연된 주문이 많다.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현재와 같은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출고 대기 중인 냉연코일.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코로나19 · 연말 마감 등 변수 있지만···
냉연업계의 가격 인상을 저해할 만한 방해 요소도 있다. 최근 3차 대유행을 맞은 코로나19 확산세와 연말을 앞두고 관성적으로 매입량을 줄이는 변수가 그것이다.

그렇지만 냉연업계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고객사가 당장 주문을 줄인다고 해서 가격 인상 계획까지 뒤집을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팔아야 할 제품 수급이 빠듯하기도 하고, 납기가 지연된 물량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지난달 말부터 가수요가 붙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격이 더욱 오를 것이란 불안 심리 탓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재유행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 활동에 타격을 줄 만한 강도 높은 셧다운 시행이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보다는 가격 상승을 이끌만한 공급 차질 이슈가 더욱 크다는 평가다.

냉연 유통업체 관계자는 “주요 고객사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사실상 12월 장사는 시작과 동시에 끝났다고 생각하는 곳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그만큼 제품 수급이 타이트하고, 납기가 지연된 물량이 많다. (고객사로부터) 의도적으로 주문을 튕겨내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듣는다”고 전했다.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12월 냉연 유통가격은 상승 기류에 올라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발 글로벌 가격 상승과 공급 갈증 영향이 주도하고 있는 가격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