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판재류 전망] 회복은 하겠지만···

- 코로나19 확산에 감산 불가피했던 2020년 - 내년 수급도 평년 수준 회복까진 어려울 듯

2020-12-02     최양해 기자
2020년 한해가 저물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잠식한 시장은 예측이라는 게 무의미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의 연속. 이런 가운데 시선은 온통 중국으로 쏠렸다. 평소에도 그랬지만, 올해는 더욱 중국 가격과 수급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철강업계다.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 판재류 시장을 수급 중심으로 살펴보고, 내년 한해를 전망해본다. [편집자주]
▲ 출고 대기 중인 코일.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상 초유의 사태에 판재류 줄줄이 ‘감산’
올 들어 창궐한 코로나19는 세계 경제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특히,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 회사들의 피해가 상당했다. 산업용 소재를 공급하는 철강업계로서도 어려움을 피해갈 수 없었다.

국내 철강 메이커들은 줄줄이 감산에 돌입했다. 감산을 극도로 꺼리는 포스코마저도 생산량 감축을 피할 수 없었다. 때마침 계획돼 있던 광양 3고로 개수를 마친 이후에도 한 달여 간 화입을 늦추며 출선량을 조절하기도 했다.
통계상으로도 올 한해 국내 메이커의 열연 생산량은 저조한 실적을 면치 못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열연(보통강 열연광폭강대 기준) 생산량은 전년 동기간 대비 5.7% 감소한 2,551만톤에 그쳤다.

특히, 2분기(4~6월)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감소폭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위축된 수요와 포스코 설비 보수,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기로 열연 설비 폐쇄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냉연은 감소폭이 더욱 컸다. 주요 수요처인 자동차와 가전 업계가 셧다운 되면서 생산량 감축이 불가피했다. 특히, 5월부터 웅크리는 태세를 강화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9월까지 100만톤가량의 자동차강판 소재 감산이라는 목표 아래 생산량을 조절했다.
다행히도 4분기부터 완연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던 자동차 및 가전 수요가 이보다 조금 이른 시점부터 올라오면서 한숨을 돌렸다. 그럼에도 5~7월 감산폭이 워낙 컸던 터라 부진을 만회하긴 어려웠다. 3분기까지 냉연강판 생산량은 전년 동기간 대비 11% 감소한 648만 2,970톤 수준이다.

용융아연도금강판(GI)과 전기아연도금강판(EGI) 등 도금 판재류의 경우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3분기까지 GI는 전년 동기간 대비 12.1% 감소한 539만 5,339톤, EGI는 전년 동기간 대비 7.6% 감소한 115만 8,003톤을 각각 기록했다. 대체로 3분기 이후 회복세가 감지됐다.

컬러강판의 경우도 작년보다 생산량이 줄었다. 3분기까지 누적 148만 8,225톤을 생산했다. 전년 동기간보다 12.3% 줄어든 양이다. 다만, 컬러강판의 경우 코로나19 영향과는 별개로 일부 메이커의 설비 폐쇄 및 가동 중단에 따른 영향과 최근 2년간 생산량이 역대 최대 수준이었음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올해보단 늘겠지만 완연한 회복엔 ‘물음표’
내년 판재류 수급은 올해보단 늘겠지만 코로나19 확산 변수가 여전히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선이다.

고무적인 부분은 코로나19로 인한 판매 볼륨 타격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정상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프라 투자와 같은 정부 주도 사업뿐 아니라 완성차, 가전 등 내구 소비재 수요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코로나19발 피해로부터 경제 정상화 시점이 앞당겨질 경우 선진국 철강사들의 의존도가 높은 내구 소비재향 수요 회복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품목별로는 열연 수급의 경우 평년 수준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포스코 광양 4열연 합리화(2~4월), 포스코 광양 3고로 개수(2~5월, 화입 7월) 등 올해와 같은 굵직한 생산 감축 이슈에서 벗어나기 때문.

물론 올 6월부터 가동을 중단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기로-열연(박판)의 케파 감소 영향이 있겠지만, 전체 흐름을 바꿀 정도의 영향은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

냉연 및 도금 판재류의 경우도 회복세가 예상된다. 자동차와 가전 수요가 살아난 영향이 크다. 다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리서치업체 LMC오토모티브는 올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22% 감소할 것으로 봤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자동차 판매가 올해 최소 20% 감소하고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수급 측면에서 고무적인 부분은 코로나19를 대하는 각국 제조공장의 강경한 태도가 조금은 누그러졌다는 점이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인 것은 아니지만, 이전과 같은 강도 높은 셧다운을 시행하는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생산 차질 이슈가 줄어들 전망이다.

컬러강판의 경우는 내년 동국제강과 KG동부제철 등 주요 메이커의 생산능력 증강이 이뤄지면서 수급이 확대될 전망이다. 동국제강은 올해보다 연간 10만톤 많은 생산 케파를 갖추게 되며, KG동부제철은 연간 30만톤의 생산 케파를 추가로 확보한다.

중소 컬러업체인 DK동신도 내년 2분기부터 No.3 CCL 재가동에 돌입하는 등 컬러강판 업계의 전방위적 수급 증대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