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1,550억··· KG동부 ‘리쇼어링’ 관전 포인트는?

- 중국 공장 유턴하며 당진시와 투자 MOU 체결 - 장가항 사업장 철회 추진하던 KG동부로선 호재 - 투자 계획 금액이지만 CGL 증설 가능성도 내포

2020-11-26     최양해 기자
▲ 이달 초 리쇼어링 투자 유치 협약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홍장 당진시장, 이세철 KG동부제철 사장, 양승조 충남도지사
KG동부제철이 이달 초 충청남도 및 당진시와 신규 투자 유치 협약을 맺었다. 자사 당진공장이 위치한 아산국가산업단지 고대지구(약 3만 5,000m²)에 3년간 1,55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구상에서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에 발맞춘 행보다. 리쇼어링이란 시장 확대를 위해 다른 나라에 진출했던 기업이 생산기지를 다시 본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뜻한다. 한 마디로 ‘유턴 기업’을 유치하는 일이다.

이런 리쇼어링 정책은 오래 전부터 진행돼왔다. 그러나 실효성이 도마에 오르며 기업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그러다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지원방안이 강화됐다. 분업화된 세계 공급망이 마비되며, 자국 내 산업 생태계 구축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KG동부제철로서는 기회를 잘 포착했다. 지지부진하던 사업장 철회 작업에 불씨를 댕겼다. 울고 싶어서 뺨을 내어준 걸로 모자라 투자금이란 선물까지 안게 됐다. 리쇼어링 기업 유치 성과가 부진했던 당진시로서도 KG동부제철의 유턴 결정이 반가웠을 터다. 어찌됐건 누구 하나 손해 보지 않는 윈-윈(Win-Win) 협약을 한 셈이다.

KG동부제철이 이번에 국내로 리쇼어링하는 기지는 중국 장쑤성에 위치한 ‘장가항동부고신금속제품유한공사’다. 이 공장은 현지 인근 가전사 등에 냉연도금 판재류를 가공하여 판매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수익성 부진이 지속하며 지난해 1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사업 철회를 결정한 바 있다. KG그룹으로 편입되기 전부터 이미 결정이 났던 사안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장가항 공장에 대한 청산 논의는 한동안 계류된 바 있다. 그러다 올 4월부터 당진시와 리쇼어링 협력 논의가 이뤄지며 사업장 정리 작업이 급물살을 탔다”고 말했다.
▲ KG동부제철 당진공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사업 계획상 투자금액으로 밝힌 1,550억원에 신설 CCL(연속도장설비) 2기 투자금액인 655억원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 제외하면 가용할 수 있는 투자 비용의 폭이 더욱 넓어진다.

655억원이 사업 계획 투자금액(1,550억원)에 포함되지 않은 건 KG동부제철이 이미 지난해 9월 이사회에서 당진공장 컬러강판 신규 설비 투자를 승인하면서 이 부분을 공시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MOU 체결 당시 기준으로 신규 투자 금액을 산정하여 명시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준공되는 CCL 2기의 투자금액인 655억원은 제외되고, 나머지 2기 CCL 설비에 대한 투자비용만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KG동부제철이 CCL 4기 신설 투자비용으로 밝힌 금액은 1,200억원이다. 여기서 먼저 공시된 655억원을 빼면 545억원이 남는다. 계획대로라면 이 금액으로 나머지 CCL 2기를 신설하게 된다.

이렇게 가정할 때 KG동부제철이 발표한 1,550억원의 투자금액은 신규 CCL 4기 투자를 모두 마치고도 1,005억원이 남는다. 추가 투자를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컬러강판 소재를 대기 위한 CGL(연속용융아연도금설비) 증설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당진시와 MOU 체결 당시 언급한 “3년간 1,550억원을 투자해 냉간압연과 도금 제품을 생산키로 했다”는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정황만 놓고 보면 CGL 투자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어찌됐건 신규 컬러설비가 4기 더 확충되는 것은 사실이고, 당장 내년에도 기존 가동 계획보다 1기 많은 5기의 CCL을 가동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기존 냉연도금 판재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컬러강판용 소재까지 공급하기에는 빠듯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곽재선 KG동부제철 회장이 지난 8월 11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경쟁사들의 컬러 설비 증설 움직임도 변수로 꼽힌다. 동국제강, 아주스틸 등이 내년부터 신규 CCL을 가동하고, 한동안 설비 가동을 멈췄던 디케이동신도 지난달부터 No.3 CCL 재가동에 돌입했다.

이는 KG동부제철에도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G동부제철 또한 생산능력을 더 늘리겠다고 마음먹으면 당초 구상을 뒤집을 수도 있다. 막말로 향후 가동 중단을 결정한 No.1 CCL을 제외하고 총 7기의 컬러 설비를 가동할 수도 있는 셈이다. 현재로서는 가정이지만 이렇게 CCL 케파가 늘어난다면 CGL 신규 투자 또한 허무맹랑한 말로 들리진 않는다.

회사 측에선 CGL 증설과 관련하여 말을 아끼면서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KG동부제철 관계자는 “MOU 체결 당시 설정한 투자 금액과 실제 이행 의무는 별개다. 의무적으로 비용을 투자해야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CGL 신규 투자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구체화 되진 않았지만 투자 준비를 위한 논의가 오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직 건축허가라든지 부지 선정, 생산능력 결정 등 세부 사항이 결정된 바 없어 발표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KG동부제철의 연간 컬러강판 생산능력은 2020년 3분기 기준 43만 2,000톤이다. 내년 3월부터는 합산 30만톤 케파의 신규 CCL 2기가 추가되며 생산능력이 늘어날 전망이다. 냉연강판 생산능력은 연간 240만톤(당진 170만톤‧인천 70만톤), 아연도강판 생산능력은 연간 152만톤(당진 87만톤‧인천 65만톤)이다. 향후 생산능력 변화에 귀추가 주목된다.
▲ KG동부제철 제품별 생산능력.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