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철 스크랩 수급이 가리키는 의미 있는 변화는?

- 한국 자급도 급상승 .. H2 중심에서 A급 중심으로 변화 중 - 日 한국의존도 크게 줄듯 .. 한국 제강사 협상력 약화 - 동아시아 철 스크랩 주도권 동남아로 이동

2020-11-10     손정수 기자
▲ 한국의 철 스크랩 수입 변화가 동아시아 시장에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철 스크랩 수출 야드
올해 한국의 철 스크랩 수급에 의미 있는 변화가 포착됐다. 철 스크랩 수입은 크게 줄었고, 국내 철 스크랩 공급은 소폭 감소에 그쳐 자급도가 80% 중반을 넘기 시작한 것. 수입 시장의 변화를 중심으로 국내외 시장에 미칠 파장을 점검해 보았다. [편집자 주]

1) 수입 시장 어떻게 바뀌었나?

9월까지 제강사의 철 스크랩 수입량은 277만 톤으로 전년동기대비 37.9% 감소했다. 현재의 속도라면 연간 수입량은 340만 톤(-30.4%)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수량으로는 224만 톤 가량 줄어드는 것이다.

한국의 철 스크랩 수입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은 1) 철근 등 전기로 제강의 생산량 감소 2) 현대제철의 전략적 변화 등이 주된 이유이다.

9월까지 전기로강 생산량은 1,537만 6,916톤으로 전년동기대비 10.4% 감소했다. 지난 6월과 7월에는 각각 -16.8%와 -19.3%로 크게 줄었지만 9월에는 3월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 생산으로 돌아섰다.

4분기에는 특수강의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철근 H형강 등의 생산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올해 전기로강 생산은 10% 전후의 감소 가능성이 점쳐진다. 9월까지 국내 제강사의 철 스크랩 구매량은 전년동기대비 13.1% 줄어든 1,855만 2,000톤으로 집계됐다. 제강사들은 소비 감소로 보유 재고를 더 줄여 철 스크랩 구매량이 제강 생산량보다 더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철근 형강 등 철 스크랩 다소비 산업의 수요가 당분간 낮은 수준을 머물 것으로 보여 철 스크랩 소비 증가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철 스크랩 소비가 줄면서 제강업계의 구매 전략도 눈에 띄게 바뀌었다.

특히 현대제철이 수입 철 스크랩 비중을 대폭 줄인 것이 주된 이유이다. 지난 2분기와 3분기 한국 주요 부두의 입항 대기 물량은 34.5%와 42.0% 감소했다. 특히 최대 수입업체인 현대제철의 입항 대기 물량은 각각 44.1%와 60.0% 감소해 평균 감소율을 상회했다.

2) 수입 급감과 향후 시장의 변화는?

올해 9월까지 철 스크랩 자급도는 85.1%로 집계됐다. 국내 공급도 줄었지만 수입이 크게 줄어 자급도가 크게 상승한 것이다. 특히 9월에는 국내 공급이 급증해 89.6%까지 자급도가 치솟았다. 올해 연간으로는 86~87% 정도의 자급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자급도가 더 상승할 전망이다. 올해 철 스크랩 자급도가 90%를 넘어서지 않은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이 한 몫 했다. 코로나19로 자동차 공장 등의 가동이 뚝 떨어져 발생량이 급감한 것. 이에 따라 9월까지 제강사의 국내 철 스크랩 구매량은 5.6% 감소한 1,157만 7,000톤으로 집계됐다.

올해 8월 이후 자동차 생산 등이 코로나 영향권에서 벗어나면서 공급량도 늘어나고 있다. 내년에는 산업 생산이 올해보다 더 활발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큰 반면, 철근 형강 등 소비는 올해 수준이거나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철강 생산 및 소비는 약 5% 정도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철근과 형강류는 올해 수준이거나 소폭 증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철강재 생산의 증가는 자가 소비량의 증가 뿐 아니라 국내 제조업체들의 가동률 상승에 따른 발생량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자급도의 상승과 수입의 감소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3) 한국은 더 이상 동아시아 중심 국가가 아니다?

한국의 철 스크랩 수입 감소와 자급도 상승은 수입 구조에서도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자급도 상승이 경량류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량류 이상의 A급 철 스크랩은 타이트한 수급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수입의 중심이 H2에서 HS와 신다찌로 무게 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현대제철 인천 공장의 지난해 10월 H2 등급의 입항 신고(비 일본도 포함)는 전체 신고량의 25.5%였다. 올해는 10.4%로 15.1%포인트 하락했다. 내년에도 올해만큼은 아니더라도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H2 수입 비중과 수입량의 감소는 협상력 저하로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9월까지 일본의 1위 수출 지역은 베트남으로 243만 톤에 달했다. 올해만 54.9%의 높은 수출 신장률을 보였다. 반면 한국은 부동의 1위에서 2위로 밀렸다.(상반기에도 근소한 1위였다) 25.5% 감소한 223만 6,000톤이었다. 3위는 대만으로 95만 6,000톤 2.1배 증가, 4위는 방글라데시로 58만 톤. 3.5배 증가, 5위는 49만 톤을 기록한 말레이시아로 3,7배 증가했다.

일본은 지난해까지 2위인 베트남대비 2.5배나 많은 한국 수출 의존도를 보였지만 올해는 베트남이 한국을 추월했다. 이외에도 대만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수입이 2~3배씩 증가했다. 한국에서 줄어든 물량을 동남아에서 소화한 것. 덕분에 코로나19로 저조한 내수 경기를 뚫고 역대 최대 수출에 한걸음 다가섰다.

일본 철 스크랩 업계는 한국 외에도 동남아시아라는 대안을 찾은 것이다. 반면 한국은 일본 공급사과 과거와 같은 협상력을 갖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한국은 경량류의 자급도 향상으로 일본의 주력 수출품인 H2 수입이 크게 줄고 있다. 반대로 일본에서도 수급이 타이트한 HS와 신다찌를 중심으로 수입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제강사의 협상력이 빠르게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 입항 대기 물량 기준

4) 한국의 철 스크랩 경기는 베트남이 좌우한다?

지난 11월 4일 현대제철이 3주 만에 주간 철 스크랩 수입 입찰을 진행하고 가격을 제시했다. 이날 비드는 이중 삼중의 의미를 갖고 있다. 하나는 주간 입찰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제철의 입찰이 2주 혹은 3주 만에 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수입량이 줄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또 다른 하나는 H2는 비드에서 제외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H2 등급이 여유가 있다는 반증이다

가격도 H1 기준 2만 9,500엔(FOB)을 제시한 것. 종전 H2와의 가격 차액을 톤당 1,000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H2는 2만 8,000엔까지 지불한 것이다. 도쿄스틸 우츠노미야공장과 2,000엔 차액으로 벌어졌다. 베트남과 대만 등에 수출 가격이 톤당 2만 9,000엔을 다소 밑돈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남아시아 수출가격 수준까지 현대제철이 올려 준 것이다. 그만큼 일본 철 스크랩 공급사들의 저항이 컸다는 반증이자 현대제철의 수입 철 스크랩 협상력이 하락했다는 증거로 보인다.

일본이 주력 수출 지역이 한국에서 동남아시아로 빠르게 옮아가면서 한국 시장은 동남아시아 수급과 거래가격에 직접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 내수가격이 국제가격, 특히 수입가격에 연동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동남아시아 가격에 한국 시장이 간접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분기 철 스크랩 수입 시장이 알려준 의미 있는 변화는 자급도가 더 올라 한국 철 스크랩 만으로도 공급에 상당부분이 해결되기 전까지 동남아시아 시장은 한국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