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철 스크랩] 궤도 이탈 속 · 상승 폭 제한적

- 철근 형강 중심 수요 증가 ... 제강사 재고 소진기 거칠 듯 - 수입, 수급 안정 견인 어려울 듯 ... 국제가격, 큰 폭 상승 동력 제한적 - 국내가격 저평가 폭도 적어 상승 폭도 제한될 가능성 커

2020-11-06     손정수 기자
11월 첫날부터 제강사의 가격 인상 발표가 나오면서 철 스크랩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은 톤당 2만 원 이상, 남부지역은 톤당 3만 원 이상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제강사들은 11월은 강세로 전망하고 단기간 소폭 오르기를 바라고 있는 모습이다. 국제가격은 강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11월 철 스크랩 시장을 전망했다. [편집자 주]

1) 역사 속의 11월은?

지난 10년간 11월 시장은 2번의 상승과 8번의 하락이 있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8회, 영남이 7회 하락해 상대적으로 영남의 하락이 더 적었다. 전통적으로 11월은 약세달이 분명해 보인다.

- 수급은?

11월이 하락장을 보인 것은 10월의 영향이 크다. 지난 10년간 10월 제강사이 평균 구매량은 258만 톤으로 전월대비 21만 톤 늘어났다. 이중 국내 공급은 150만 톤으로 전월보다 15만 톤 증가했다. 공급증가로 10월 말 제강사의 평균 철 스크랩 재고는 162만 톤으로 전월보다 8만 톤가량 늘어 연중 최대 재고를 기록했다. 10월에 넘어온 많은 재고가 11월 가격 하락을 만든 것이다.

가격 하락과 제강사의 재고 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11월 말에는 재고가 139만 톤으로 감소하면서 12월 상승장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기 시작했다.

11월은 10월의 연장이자 제강사 입장에서는 재고 소진 기간이다.


- 가격은?

지난 10년 KSSP 기준 중량A등급의 10월 평균 가격은 톤당 33만 774원이었다. 11월은 31만 1,107원이었다. 하락폭은 1만 9,667원으로 가장 크다. 10월 4주와 11월 4주간의 가격 차액은 1만 8,716원으로 나타났다. 11월 마지막 주에 평균 가격이 상승해 주간 비교 하락폭이 더 작은 것이다.

최근 3년간(17년~19년) 평균으로 본다면 10월 4주 대비 11월 4주의 가격 차액은 1만 6,000원이다. 역시 11월 4주가 싸다. 10월 첫째 주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11월 셋째 주까지 하락세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 올해 11월은 어떨까?

- 수급

올해 11월은 철 스크랩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철근 제강사들은 11월 판매를 82만 7,000톤으로 잡았다. 10월보다 4만 4,000톤 늘린다는 계획이다. 재고 상황이 빠듯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제강 생산량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H형강도 소비량 증가가 예상된다. H형강 판매는 10월대비 1만 8,000톤 늘린 27만 7,000톤으로 계획하고 있다.

특수강은 자동차 호조를 바탕으로 완전 가동 중이다. 세아베스틸이 평소보다 약 4만 톤, 현대제철이 약 1만 톤 정도 소비량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10월에도 높은 가동률을 보여 10월대비 철 스크랩 소비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10월 말 기준 8대 제강사의 철 스크랩 재고는 95만 3,000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9월 말의 94만 7,000톤에 비해 소폭 늘어난 것이다. 가격이 한창 오르던 지난 8월의 평균 재고 74만 5,000톤에 비해선 27.9% 많다.

수입은 낮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11월 4일 기준 입항 대기 물량은 10만 톤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첫째 주의 24만 톤에 비해선 절반에도 못 미친다. 또 지난 3분기 평균인 10만 7,000톤과 비교해도 약 10% 정도 적다. 수입이 수급 안정에 기여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결국 11월은 철 스크랩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수입이 적어 국내 유통량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통량이 어느 정도 받쳐주지 않는다면 많은 재고 보유에도 불구하고 수급 불균형에 따른 불안감이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11월 첫째 주에 제강사가 보유한 재고와 올해 연간 평균 재고를 비교할 때 현대제철은 0.8% 초과, 동국제강 7.1% 초과, 한국철강 3.6% 초과, 와이케이스틸 3.5% 초과, 환영철강 14.1% 초과, 한국제강 7.3% 초과, 포스코 28.8% 초과, 대한제강 31.6% 미달된 상태다.

유통업계는 수도권에서는 동국제강 인천공장, 호남에서는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영남에서는 한국특수형강과 와이케이스틸의 재고 변동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주목하고 있다.

- 국제가격은?

일본 철 스크랩 가격은 강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11일 간토철원협동조합의 수출 입찰 결과가 나오면 단기 시황이 좀 더 분명해 질 것으로 보이지만 내수가격은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H2 철 스크랩 수출 가격은 톤당 2만 9,000엔(FOB) 전후까지 상승했다. 반면 도쿄스틸 우츠노미야 공장의 구매가격은 여전히 2만 6,000엔에 머물고 있다. 다른 공장들은 2만 8,000엔 정도이다.

수출 가격이 추가로 더 오를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동절기를 앞두고 있고, 중국의 철강제품 가격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어 추가로 오를 여지가 있지만 큰 폭의 상승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11월 일본의 수출 가격은 강보합 수준에서 머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본 내수가격도 간토지역은 1,000엔~2,000엔가량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다른 지역은 1,000엔 정도 오르면 수출 가격과의 격차를 줄이게 된다. 일본 내수가격이 크게 오를 여지가 적다.

터키 시장은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제품 수출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환율 불안 등으로 295달러(HMS No.1&2 80:20 CFR) 전후에서 묶여있다. 강보합 횡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한국의 철 스크랩 가격은?

한국의 철 스크랩 가격은 11월들어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1만 원이 상승했다. 유통업계는 수도권도 다음주에 상승을 점치고 있다.

유통업계는 수도권에서는 톤당 2만 원, 남부에서는 톤당 3만 원 정도의 상승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어, 가격 인상 후 늘어난 유통량에 대해 제강사가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현대제철의 일본산 철 스크랩 수입가격은 H2 FOB 기준으로 2만 8,500엔으로 올랐다. 해상 운임 2,000엔과 내륙 운반비 1만 원 추가한 제강사 노전 가격은 34만 원 정도이다. 남부제강사의 경량A 구매가격 대비 톤당 3만 원 정도 수입 가격이 비싸다. 지난 3년간 수입 H2 노전 가격이 평균 2만 원정도 비쌌다는 것을 고려하면 약 1만 원 정도 수입 철 스크랩이 고평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일본산 철 스크랩을 기준으로 할 때 국산의 가격 상승 여력은 적게는 톤당 1만 원, 많게는 톤당 3만 원 정도로 볼 수 있다. 유통업체들의 기대가 충족되기 위해선 해외 가격이 조금 더 올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11월은 자동차 공장을 중심으로 발생량이 많은 편이라는 점도 변수이다.

국제가격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고, 한국 내수가격의 국제가격과의 괴리도 적은 편인 데다 발생량도 어느 정도 뒷받침되는 11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철 스크랩 가격이 유통의 기대를 충족시킬 만큼 오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일부 유통업체들은 2만 원 안팎으로 오르고 11월 하순에 조정을 받은 후 12월에 다시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한편 지난 10년간 12월 시장은 11월과 달리 7회 오르고 3회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