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냉연] 숨고르기 돌입··· 현재 가격이 정점?

- 석 달 연속 가격 인상 이후 동결 가닥 - “10월 인상분 반영으로 4Q 고점 도달”

2020-11-05     최양해 기자
▲ 출고 대기 중인 냉연코일.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지난 석 달 간 숨 가쁘게 달려온 냉연업계의 가격 인상 레이스가 잠시 쉬어갈 것으로 보인다. 메이커별로 높게는 톤당 9만원 수준의 가격 인상분을 적용한 기간이었다.

이달에는 공식적인 가격 정책 변동은 없을 전망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11월 가격을 동결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고, 재압연사들도 포스코가 움직이지 않는 한 주도적인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자세다.

이는 유통업계 사정을 고려한 결과로도 풀이된다. 8월과 9월에는 가격이 더욱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에 가수요가 붙으면서 판매가 수월했지만, 10월 들어선 그 기세가 한풀 꺾였기 때문.

냉연 유통업계 관계자는 “9월 한 달 판매량이 많아 비교가 되는 것도 있지만, 10월에는 확실히 판매진도가 더뎠다”면서 “가격 인상분 반영에 주력한 결과 판매 목표치의 20~30%가 빠졌다. 계절적 성수기인 보통의 10월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품목별로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례로 GI(용융아연도금강판)의 경우 유통향 공급이 빡빡해지면서 연말까지도 수급 사정이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 고로사들은 수익성이 좋은 자동차 부문에 물량을 밀어줬고, 재압연사 또한 자사 컬러강판 소재로 투입하는 비중을 늘렸다. 자연스레 유통시장에 풀리는 물량이 줄면서 가격 인상분 반영에 탄력이 붙었다.

반면, 다른 품목의 경우 대체로 매기(買氣)가 잠잠했다. 그렇지만 유통업체가 보유한 재고가 많지 않았다는 점, 중국산 수입재 유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등이 가격 인상 분위기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11월까지 넉 달 연속 가격 인상을 시도하기엔 위험부담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선이다. 일각에서는 10월 가격 인상을 끝으로 4분기 유통가격이 고점에 도달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1월과 12월에는 현재 가격을 유지하는 데 주력해야한다는 것.

그렇지만 메이커들의 제조원가 부담이 높아진 것이 변수다. 당장 11월 가격 인상은 어렵더라도 향후 가격 인상 추진 가능성을 열어 둬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고로사들은 3분기 급등한 가격에 계약한 철광석 및 원료탄을 원부자재로 투입하기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구매 시점과 투입 시점을 두 달여 텀(Term)으로 볼 때 10~11월 제조원가 부담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앞선 8~9월 중국 철광석 수입 가격이 톤당 120~130달러로 초강세를 보였기 때문.

재압연사도 롤 마진 축소가 예상된다. 국내 고로사가 7월부터 11월까지 실수요향 열연 가격을 톤당 13만원 인상 추진한 영향이 크다. 실질적인 가격 인상폭은 이보다 낮은 것으로 파악되지만, 제조원가 부담이 높아진 것만은 확실하다.

재압연사 관계자는 “원가 부담 가중을 고려하면 가격 인상을 고려해야하는 것이 맞지만 GI를 제외하고는 수요가들의 관망세가 지속돼 쉽지만은 않은 분위기”라며 “11월까지 시장동향과 중국산 가격을 유심히 살핀 후 향후 가격 정책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11월 냉연 유통가격은 횡보구간을 지날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한 번 더 보합세가 이어질지 또 한 번 상승세에 올라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