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H형강 반덤핑규제를 둘러싼 ‘세 가지’ 시각

2020-11-02     김영대 기자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국내 H형강 생산업체들이 중국산 H형강 반덤핑규제 연장에 사활을 걸었다. 과거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H형강 산업을 위태롭게 만들었던 중국산 H형강이 다시금 활개 치게 둘 순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생산업체는 물론이거니와 수입업계, 최종 소비자인 건설업계도 연장여부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산 H형강 반덤핑규제를 둘러싼 진행배경과 각 업계의 상황을 정리해봤다.

막아야 산다···생산업체
중국산 H형강 반덤핑규제를 두고서 사실상 국내 생산업체의 규합은 어느 때보다 끈끈한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무역규제가 시행되지 않았던 2015년 이전 중국산 H형강 수입량은 작금의 상황과는 크게 달랐다.

시행 직전인 2014년만 하더라도 연간 73만 7,000톤이 수입됐으며, 지난 2007년에는 81만 3,000톤이 수입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 베트남, 바레인,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수입되는 총량을 모두 합쳐도 50만 톤이 되지 않는 최근의 분위기와는 확연한 차이가 들어난다. 국내 생산업체 중 하나인 동국제강의 연간 내수판매량이 약 80만 톤~90만 톤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중국산 H형강은 국내 생산업체 한 곳 만큼의 영향력을 가졌던 셈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기가 위축되고 대량의 H형강이 투입되는 대형 건축물 수주가 줄어들어 H형강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생산업체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보호무역주의의 화산으로 수출 판로가 줄어들고 갈수록 내수 집중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현 상황에서 중국산 H형강이 다시금 수입될 경우 국내 산업이 입을 피해는 막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생산업체들의 입장이다.

일단은 중립기어···수입업계
수입업계는 중국산 H형강 반덤핑규제 연장에 대한 찬반의견이 명확하지 않다. 중립적인 위치에서 해당 이슈를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얼핏 생각해서는 수입 H형강 공급처를 더욱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산 H형강 반덤핑규제 연장을 반대해야하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수입 H형강 시장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는 게 업계 대다수의 반응이다.

달리는 기차나 자동차에도 관성이 있듯 제품을 사용하거나 수입하는 데에도 관성이 작용한다. 수입업계 입장에서 중국산을 배제한 기간이 자그마치 5년이다. 수입 거래처를 다시금 확보하는 데에는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특히 2018년부터 도입된 신KS는 중국산 H형강 메이커들이 다시 한국 시장을 두드리는 데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H형강이 가지는 가격경쟁력이 과거와 비교해서는 많이 약화됐다는 점도 수입업계가 중국산 H형강 수입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중국은 무역규제가 시행되는 기간 동안 급격한 성장을 거듭하면서 제품의 가격경쟁력으로만 승부를 하던 나라에서 완전히 탈피했다.

실제 무역규제가 시행되기 전인 2014년 말 기준 중국 H형강 내수가격은 466달러(이하 중국 상해기준), 당시 환율을 고려해 계산해보면 한화로 약 50만 7,000원이다. 같은 기간 국산 H형강 시중 유통가격은 77만 5,000원으로 약 26만 8,000원의 가격차를 보였다.

반면, 10월 셋째주 기준 중국 H형강 내수가격은 555달러, 한화로 약 63만 6,000원으로 최근 국산 H형강 시중 유통가격인 75만 원과의 격차는 11만 4,000원에 불과하다.

대체재 대환영···건설업계
건설업계는 중국산 H형강 반덤핑규제 연장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대체재로써 중국산 H형강 수입을 반색하고 있다. 공급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최종 소비자인 건설업계 입장에서 공급처가 많아지게 되면 보다 안정적인 수급상황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아울러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에 따라 다양한 공급처들이 가격 경쟁을 하게 되면 더욱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높은 시장 지배력을 가진 국내 생산업체를 견제하는 수단으로써의 기능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시각이다.

한편, 중국산 H형강 AD관련 무역위원회는 지난 1월 국내 생산업체의 신청을 받아 지난 4월 초 재심사 조사를 개시했다. 관세법상 덤핑방지관세 부과기간 연장 여부 등의 결정을 재심사 개시일로부터 1년 이내에 결정하게 되니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결과가 도출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오는 11월 13일 국내 H형강 생산업체와 중국 측 관련업체 국내 지점 대리인뿐만 아니라 산업에 관계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해 반덤핑규제 연장 타당성을 논의하는 공청회가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