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홈쇼핑 시대 막 열리나 (下)

- “제품보기 전에 입금?” 거래 여신 여전히 큰 부담 - “고객사의 고객 상대?” 철강 유통 구조 이해해야

2020-10-30     유재혁 기자
● 거래 · 관리 편리성 대체 불가능

전자상거래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가격적인 메리트를 갖고 있는 제품을 주문에서부터 결제까지 한번에 진행하고 빠른 시간내 배송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 아니었을까?

철강제품의 일반적인 거래 방식은 고객사 주문시 생산 및 가공을 거쳐 적게는 2주에서 많게는 2달 이상의 소요시간이 걸려 배송이 이뤄졌다. 최근 재고 판매의 경우 바로 배송이 이뤄지기도 했다지만 이는 극히 일부 재고에 제한돼 있던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각 철강제품별로 다른 업체에 주문해야 하는 것은 물론 특정 강종의 경우 주문 최소 물량이 채우지 못하면 마냥 기다리게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구매 대금 결제는 어떤 방식이었을까? 대체로 이달말 주문마감이 되면 익월말 입금이 기본적인 거래 구조이다. 길게는 두달에서 짧게는 한달까지 입금이 지연되면서 적지 않은 거래 부담을 판매업체가 떠안아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필요한 제품을 한곳에서 장바구니에 담고 주문할 수 있는 원스탑 쇼핑이 가능해진다면 편의성은 두 말할 필요성이 없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바로 결제가 이뤄질 경우 자금 유동성과 거래 안정성면에서 탁월한 선택일 수 있다.

특히 이전 불특정 다수의 고객사를 방문하고 관리하며 투입될 수 밖에 없는 영업인력과 비용 측면에서의 절감까지 고려한다면 철강부문에서도 전자상거래는 어쩌면 앞으로 당연히 선택해야만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 자료사진 : 포스리자료

● 전자상거래 활성화, 걸림돌은?

그러나 이 같은 탁월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아직 철강부문에서의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무엇보다 바로 결제하는 방식에 있어서의 부담이 가장 큰 장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 비대면 거래에 대한 거부감과 제도적 보완장치 역시 미비하다는 점도 철강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두에 언급했듯 국내 철강업체 대부분의 결제 방식은 제품을 주문하고 입금까지 길게는 2개월, 짧게는 한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여기에 적지 않은 금액이 오가는 만큼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지 않으면 구매한 제품을 배송받기도 전에 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주문 제품에 대한 결제 역시 단납을 요구하는 일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서는 대금 결제일에 맞춰 자금이 운영되고 있는 국내 대부분 기업들의 관행 역시 즉시 결제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각 업체들이 아직 비대면 영업과 거래에 대한 거부감도 여전히 전자상거래 활성화의 허들이 되고 있다. 방문이나 전화 혹은 팩스로 이뤄지는 주문 방식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데다가 이를 바탕으로 한 가격 협상 등에 대한 선호도가 아직 높은 것이 현실이다.

가격비교에 이은 경쟁력 있는 가격. 어쩌면 전자상거래에 있어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가격적인 메리트 확보 역시 숙제다. 현재까지 국내 철강 전자상거래의 대부분은 재고 거래 중심이었으며 가격 공개라는 부담 때문에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실시하기가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다.

구매자 입장에서 가격적인 메리트가 없다면 굳이 전자상거래를 통한 거래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는 것이다. 또한 경쟁력있는 가격에 공급이 어렵다면 외주 등 다른 업체와의 계약을 통한 가공 서비스 역시 타계책이 될 수 있으나 이는 자칫 철강제품의 가격을 하향평준화하고 수익 저하를 촉발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객이라 할 수 있는 타겟층이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다소 한정적일 수 있고 고객사의 고객사가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자상거래의 가장 큰 특징이 될 수 있는 불특정 다수의 고객사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숫자가 한정적이고 결국 한정적인 고객사 역시 유통업체의 수요업체이거나 기존 고객사일 수 있다는 점은 전자상거래 시장 자체를 크게 확대시키기 어려운 요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 자료사진 : 포스코인터내셔널

● 타겟 확대 · 반품 등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철강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타겟 고객 확대와 함께 거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장치, 그리고 반품을 비롯한 고객사 보호장치 등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격정책의 투명한 운영과 더불어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비함으로써 고객층을 한층 확장하는 것은 물론 높은 거래 대금이 오가는 만큼 금융권을 통한 거래 안전성 확보 방법과 반품 등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기본적인 제도적 기준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사가 필요한 제품이 무엇이고 언제쯤 다른 제품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미리 구매를 제안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 역시 전자상거래를 통한 거래 물량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조업체의 유통 및 가공업체간 재고 데이터 공유와 이를 통한 계획적이고 안정적인 생산 및 납품 스케쥴 관리 등이 본격적으로 시스템화 된다면 각종 비용의 절감과 더불어 전자상거래에서 한층 더 발전된 탄탄한 거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물론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거래를 유지함으로써 지속 성장을 가능하게 만드는 열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재고 처리 및 영업 비용 절감을 위해 또는 단순히 비대면 시대를 맞이해 전자상거래 판매가 철강에서도 확산되지 않겠느냐는 다소 안이한 생각으로 관련 사이트를 오픈하거나 플랫폼만 런칭한다면 실패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철강업체들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하나의 또 다른 효율적인 마케팅 툴로써 철강제품 전자상거래가 탄탄한 성장을 이어나가기 위해 그 어느때보다 철저한 준비와 고민이 필요해진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