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용 판매 늘었는데··· 웃을 수만 없는 컬러社

- 납기 지연 및 운송비 증가에 발목 - 가전사와 가격 협상도 쉽지 않아

2020-10-08     최양해 기자
▲ 국내 컬러강판 메이커가 가전사향 판매 호조 이면에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삼성전자)
하반기 가전사향 판매 호조를 맞고 있는 컬러강판 업계가 쓴웃음을 짓고 있다. 판매량 증가가 온전한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진 않기 때문.

가전용 컬러강판 수요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일례로 선두기업인 동국제강의 경우 지난 6월을 기점으로 넉 달 연속 판매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상승세가 시작된 6월과 가장 최근인 9월 판매실적을 비교하면 33.7% 급증했을 정도로 판매 회복세가 가파르다.

컬러강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생산이 지연됐던 가전제품 생산이 재개됐고 각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과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효과 등에 힘입어 수요가 확대됐다”면서 “국내 대형 가전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도 당초 목표했던 연간 생산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설비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상태”라고 전했다.

업계는 큰 변수가 없다면 내년 상반기까지도 이 같은 판매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판매량이 아니라 손익이다. 이연된 주문과 운송비, 제조원가 부담 가중 등이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설비 풀가동에도 빠듯한 수급 상황

일차적으로 컬러사의 어려움을 야기하는 건 빠듯한 수급 상황이다. 그동안 밀렸던 물량과 신규 수요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제때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일이 늘고 있기 때문.

더욱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가전사의 긴급납기 요청에도 빠르게 대응을 해줘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문제는 긴급납기 시 운송수단으로 사용하는 항공편 운임이 해상 운임보다 많게는 500배 가까이 비싸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제품 생산 시 우선적으로 들어가는 필수소재는 긴급오더 대응을 해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생산능력이 100이라고 치면 주문은 120~130까지도 밀려있는 상태”라며 “긴급오더 건에 대한 운임을 가전사와 나누어 지불한다고 해도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 컬러강판 생산 공장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사진=DK동신)

코로나19로 배편 줄고, 운임은 껑충

가전사들의 어려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수출 시 통상적으로 이용하는 해상 운송 과정에서도 부담감이 가중됐기 때문.

일례로 현재 가전용 컬러강판 수요가 급증한 미주 지역의 경우 배편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국내 컬러사들은 대체로 중국에서 한국을 경유해 미주 지역까지 가는 선박에 화물을 싣는데, 최근 중국에서 미주 지역으로 직행하는 배편이 늘면서 갈증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배 한 척을 자사 수출 물량으로 채울 수 있는 고로사는 사정이 다르겠지만, 선적량이 많지 않은 컬러사들은 꽤나 고충을 겪고 있다”면서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노동제약까지 겹치며 배편이 줄어든 것이 확실히 체감된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비용이다. 해상 운임으로 지불하는 비용이 평소보다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가뜩이나 배편이 줄어든 상황에서 미주 지역으로 직항하는 선박이 많아지면서 한국을 경유하는 선박의 운임이 몸값이 치솟았다.

▲ 철강제품이 운송되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포스코)

제조원가는 오르는데 단가는 그대로

제조원가 부담도 좀처럼 해소하기 어려워 보인다. 속칭 ‘갑과 을’ 사이로 통하는 가전사와 철강사의 관계 탓이다.

올 7월부터 10월까지 냉연 재압연사의 제조원가 부담은 꾸준히 확대됐다. 이 기간 국내 고로사가 재압연사에 공급한 실수요향 열연 가격은 도합 10만원이 올랐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철광석 가격과 중국산 열연 가격 동향을 반영한 결과다.

문제는 컬러사들이 늘어난 제조원가 부담을 전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원가 상승에 따른 공급단가 인상을 요청하고 있지만 협상이 쉽지 않다. 가전사 측에선 컬러강판 구매량을 늘렸으니 가격을 동결하자는 대답이 돌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블랙프라이데이 특수도 수익성 측면에선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컬러사의 입장이다. 완제품을 할인가격에 판매하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특성상 소재로 쓰이는 컬러강판 마진률 또한 낮게 책정되기 때문.

컬러업계 관계자는 “가전용 컬러강판 판매가 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면에는 온전한 수익 확보가 어렵다는 고충도 존재한다”면서 “판매 호조세 자체는 내년 상반기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나 가전사와의 가격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