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예상과 다른데"·10월 초 스크랩 시장 대체 왜?

- 유통량 예상밖 빠른 증가 - 국제가격 약세 · 제강사의 많은 재고 · 소비 부진 3박자 - 유통업계, 시중 재고 조정 · 저조한 발생량에 기대

2020-10-08     손정수 기자
제강사와 유통업체들의 철 스크랩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엇갈리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10월을 강세장으로 보고 톤당 약 3만 원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중 재고 조정이 마무리 됐고, 시중 발생량이 적어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 유통업체들은 다음주 정도에 가격이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세아창원특수강이 스타트를 끊어 유통업체들의 기대감도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제강사의 생각은 다르다. 재고가 충분하고 입고량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유통업계가 생각하는 것처럼 긴박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 또한 수요가 적어, 입고량이 줄더라도 당분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제강사는 가격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고, 상당수 제강사는 동결에 무게를 싣고 있다. 10월은 전통적으로 약세장이고, 하순으로 갈수록 공급과잉이 심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시간이 갈수록 약세장 분위기가 강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 철 스크랩 수급은?

10월 첫째 주 수급은 공급부족에서 수급 균형으로 넘어가고 있다. 당초 유통업체들의 가격 상승 기대감 확산과 시중 재고 조정 마무리로 공급 부족이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추석 이후 상황은 유통업체들의 기대 이하이다.

국제가격 약세와 함께 유통량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특히 전기로 제강사의 10월 철근 감산이 예상보다 규모가 큰데다, 9월 가격 하락기에 쌓아둔 재고도 많아 주요 제강업계는 수급 불균형 우려를 덜었다.


- 업체별 수급 불균형에 주목해야?

수도권은 공급과잉 분위기까지 감돌고 있다. 현대제철이 인천공장 70톤과 80톤 제강공장 보수가 오는 22일부터 시작된다. 내달 25일과 26일 마무리 되지만 압연공장 합리화가 12월 중순까지 이어질 예정이어서 추가 휴동 가능성이 남아 있다. 현대제철 120톤 공장이 완전 가동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인천공장의 수요 감소는 불가피하다.

동국제강 인천제강소와 환영철강의 주력 품목인 철근은 소비 부진으로 감산의 강도가 강해지고 있다. 수도권 시장의 철 스크랩 소비가 연말까지 바닥권에 머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제강사 관계자는 “수요 여건을 고려하면 가격을 내려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제강사는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부지역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예상보다 많고 재고도 많은 편이다. 9월말에 예상했던 것과 수급이 다소 차이가 있다. 대한제강과 와이케이스틸의 재고는 3만 톤 중반 수준이다. 양사 모두 2,000톤~2,500톤 정도 하루 입고량이 유지되면 수급 균형으로 전환됐다. 10월에는 수입도 1만 5,000톤~2만 톤 정도 업체별로 준비돼 있어 납품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면 양사가 수급을 걱정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한국철강은 재고가 6만 톤이나 있는데다 철근 감산이 10월에도 강하게 이어지고 있어 하루 철 스크랩 소비량이 2,000톤 남짓에 불과하다. 이미 입고량이 소비량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동국제강 포항공장은 추석 연휴 가동으로 재고가 줄어든 상태다. 동국제강은 부족한 재고를 수입을 통해 해소할 예정이다. 국내 철 스크랩 시장을 자극하지 않더라도 수급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제철도 영남권 수급 불안에 대비해 수입을 집중 배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특수형강과 세아베스틸, 세아창원특수강, 포스코는 공급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특수형강의 10월과 11월 철 스크랩 구매량이 8~9만 톤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정비 절감을 위해 빌릿 수출을 늘리면서 소비량이 덩달아 늘어난 것. 한국특수형강은 지난달까지 월간 5~6만 톤 구매 체제를 유지해 왔다. 당분간 한달에 2만 톤 정도 더 구매를 해야 할 상황이다. 최근 재고는 2만 톤대 중반 정도로 전해지며 하루 입고량은 2,000톤을 다소 밑돌고 있다. 하루 소비량보다 1,000톤 이상 적다. 수입도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세아베스틸은 하루 약 1,000톤 정도 공급 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다. 수입이 얼마나 준비됐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수입 계약량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포스코는 생산량 증가와 함께 수입을 상당히 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광양제철소 야드 포장공사로 적재 능력이 25%가 줄어든 점은 수급에 변수로 떠올랐다.

수급은 당초 예상했던 수준의 공급부족은 아니다. 다만 일부 제강사의 수급 불균형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따라 시장의 기대감과 기대감에 따른 방향성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 중량류 부족 현상은?

남은 시장의 또 다른 변수는 중량류 부족 현상이다. 공급부족 업체들의 대부분이 고급 철 스크랩 소비 업체들이고, 대부분 중량류 부족 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재고가 많은 철근 제강사들도 중량류 수급은 빠듯하다.

중량류 이상 A급 철 스크랩의 수급 상황은 가격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의 중량 등급과 유사한 일본산 HS에 대한 현대제철의 비드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제철의 일본산 HS와 H2 비드 가격 차액은 지난 2월 2,500엔에서 4,000엔으로 벌어졌다. 최근 수개월간 같은 가격에 비드됐던 슈레디드보다 500엔 비싸다. HS가 필요하다는 것이 가격에 묻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중량B와 중량A의 가격 격차가 줄어드는 등 중량류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다.

한 제강사 관계자는 “재고는 충분하지만 중량류는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한국철강이 중량B만 지난달말에 올린 것도 이러한 수급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중량류 부족현상은 코로나19로 산업활동이 위축된데다 철거 등도 줄었기 때문이다. 중량류 부족현상은 단기간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판재특수강업체들의 구매가격에서도 드러난다. 판재특수강업체들은 감산과 휴동 등으로 수요가 줄면서 올해 중반에는 철근 제강사 수준까지 구매가격이 하락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약 2만 원정도 구매가격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9월말 철근 제강사의 가격 인하에도 판재특수강업체들은 구매가격을 동결했다. 타이트한 수급을 반영한 가격 정책을 편 것이다.


- 국제가격 약세

일본산 철 스크랩의 한국행 수출 가격은 H2 FOB 기준 2만 7,000엔 정도이다. 제강사들은 일본 내수가격이 약세로 전환돼 2만 7,000엔 붕괴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본 내수가격을 고려할 때 하락은 제한적이다. 약 2만 6,500엔 정도를 시황 가격이라고 할 때 원화 기준 도착 가격은 31만 원을 소폭 상회한다. 국내 경량A와 1만 원 정도밖에 차이가 없다. 지난해 경량A와 H2 수입가격(도착 기준)간의 평균 차액은 6,000원 정도 H2가 비쌌다. 일본산 철 스크랩의 수입 시황가격만 놓고 보면 국산 철 스크랩 가격 상승 요인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터키의 철 스크랩 가격도 약보합 국면을 이어가고 있고 철광석 시세도 하락 중이어서 국제가격이 상승 동력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

분수령은 오는 9일 예정된 간토철원협동조합의 수출 공동 입찰 결과 가능성이 높다. 하락이 예상되지만 이미 고가로 계약해 놓은 물량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큰 폭의 하락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낙찰 가격이 예상보다 높거나 혹은 예상보다 낮다면 시장은 반응을 할 가능성이 있다.


- 다음주 방향성 드러날 듯

제강사들은 10월 국내 철 스크랩 가격을 횡보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하락 가능성도 언급하기 시작했다. 반면 유통업체들은 톤당 3만 원 이상 상승을 기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장은 아직 유동적이지만 유통업체들이 생각하던 상황과 다소 차이가 있다. 납품량은 예상보다 많고, 제강사의 재고와 수입도 예상보다 많다. 반면 철근 감산은 생각보다 크다.

국제가격은 약세 혹은 약보합 국면을 보이고 있고, 국내가격과의 격차도 크게 줄었다. 또한 원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도 국내 철 스크랩 가격의 상승 동력을 희석시키고 있다.

다만 변수가 있다면 일부 제강사의 공급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고, 중량 등 특정 등급 부족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일부 제강사가 공급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가격 인상이라는 강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국내 철 스크랩 시장은 아직 유동적이다. 다음주에 방향성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제강사가 공급부족으로 가격 인상에 나서 시장 가격이 상승으로 방향을 틀어도 국제가격을 고려할 때 상승폭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유통업계에서는 3만 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지만 원화 약세와 국제가격 하락 등으로 국내 가격의 저평가는 상당히 해소됐다. 국내 가격이 한국 철 스크랩 가격이 고평가 구간에 진입해 제강사의 저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제강사의 기대처럼 인하를 할 경우 한국 철 스크랩 가격의 저평가가 본격화 되면서 유통량 감소와 함께 그나마 유통되던 물량의 잠김 현상에 대한 우려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선 제강사와 유통업계 모두 시장의 방향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시장은 반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