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강사, "철 스크랩 더 이상은~"

- 메탈 스프레드 악화에 제강사 수익성 비상 ... 상승 기대에 강한 저항

2020-09-16     손정수 기자
전기로 제강사들이 철 스크랩 유통업계의 가격 상승 기대감에 난색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제강사들은 향후 철 스크랩 가격의 최대 변수로 제품 가격을 꼽았다. 철 스크랩 가격이 오를 경우 제품 가격에 전가해야 하지만 전가가 쉽지 않을 수 있어 제강사의 저항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제강사 관계자는 “가동률 하락과 철 스크랩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철 스크랩 가격이 더 오른다면 제강사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제강사들의 반발은 이미 시작됐다.

현대제철은 지난주 일본산 철 스크랩 비드로 톤당 2만 8,000엔(H2 FOB)을 제시했다. 직전보다 톤당 1,000엔을 올렸지만 간토철원협동조합의 낙찰 가격보다는 2,000엔 이상 낮은 가격이다. 일본의 낙찰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모두 지불하고 구매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일본 공급사들은 최대 수출 지역으로 부상한 베트남 H2 수출 가격이 톤당 305~310달러(CFR)로 올라 한국으로의 수출 가격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 제강사들은 285달러(H2 CFR) 이상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제강사 관계자는 “일본 철 스크랩 가격이 H2 FOB 기준 톤당 2만 8,000엔 이상은 너무 비싸다. 지금이 단기 고점이다. 더 주고 살 생각이 없다”라고 말했다. 한국 내수가격보다 3만 원 가량 높은데다 제품 가격 동결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에 일본산 추가 인상에 대해 강한 저항을 하는 것이다.

제강사의 철 스크랩 가격에 대한 반발은 국산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제철은 8일에 이어 21일에도 철 스크랩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유통업계는 국제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현대제철이 인하를 발표한 것이어서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통업계는 국제가격과의 국내 가격간의 격차가 큰데다, 동국제강이나 환영철강이 현대제철보다 최장 일주일 늦게 내린 것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철 스크랩에 대한 제강사의 갈증이 있는 판단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국제가격이 급락하지 않는 한 21일 인하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제철이 가격을 내리겠다고 나선 것은 역시 제품 가격 때문이다.

9월 철근 가격은 동결됐고, H형강 가격은 중순 이후 인상이 발표됐다. 9월 철근의 메탈스프레드는 30만 7,000원으로 수익성 악화로 고전했던 지난해 평균인 30만 6,000원과 비슷하다. H형강은 40만 7,000원으로 지난해 평균인 44만 원보다 크게 낮다.

제강사 관계자는 “소비 둔화로 생산량도 적어 고정비가 상승한 것까지 감안하면 지난해보다 수익성이 나쁜 구간으로 진입했다. 철 스크랩 추가로 오르면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제강사의 수익성이 최근 철 스크랩 가격 급등으로 악화된 것 같다. 그러나 주요 철근 제강사들이 상반기에 상당한 이익을 냈던 것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