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발 강풍과 철 스크랩 시장의 4가지 키워드

- 일본산 수입가격 급상승 중...유통업계 수익성 극대화 전략 수정 중 - 제강사 수입 가격과 재고 변화에 이목 쏠려 ... 생철류 가격 변화도 주목

2020-08-20     손정수 기자
한국의 철 스크랩 가격이 미궁 속에 빠졌다. 일본발 가격 폭등이 강타하면서 한국 철 스크랩 업체들의 가격 전망도 바뀌기 시작한 것.


- 일본산 수입가격 급등 가능성 생겨

철 스크랩 유통업체들은 당초 톤당 4만 원 ~ 5만 원 정도 오르면 단기 고점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에 남부는 3만 원 ~ 4만 5,000원, 수도권은 4만 원이 오르면서 단기 고점에 근접했다는 전망이 많았다.

유통업체들은 이번 주 후반이나 다음 주에 추가로 1회(약 1만 원) 정도 오르면 단기 고점에 진입하고 유통량도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했던 것. 이에 따라 재고 회전을 준비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러나 일본 간토철원협동조합의 낙찰 가격이 예상보다 높은 2만 7,216엔(H2 FAS)에 결정되면서 한국 도착으로는 톤당 3만 500엔 정도의 가격 지표가 형성됐다. 원화로는 톤당 34만 원 정도이다.

지난해 간토철원협동조합의 평균 낙찰 가격은 H2 FAS 기준 톤당 2만 8,300엔이었다. 한국 제강사의 H2 FOB 수입 평균 가격은 톤당 2만 7,800엔으로 간토철원협동조합 낙찰 가격보다 500엔 낮았다. 올해 1월~8월 간토철원협동조합의 평균 낙찰 가격은 H2 FAS 기준으로 톤당 2만 3,900엔이다. 같은 기간 한국 제강사의 H2 FOB 수입 평균 가격은 톤당 2만 3,200엔으로 간토철원대비 톤당 600엔 낮았다.

과거 패턴으로 본다면 19일 낙찰 가격 급등으로 한국 제강사의 철 스크랩 수입가격도 상당히 오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 제강사 재고 부족은 더 큰 문제

유통업체들이 일본산 철 스크랩 가격 급등 가능성보다 더 주목하는 것은 국내 제강사의 재고다.

국내 제강사들의 감산이 이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재고가 역대 최저로 떨어진 것. 또 제강사의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유통량도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부지역의 경우 단기간 톤당 3만 원 이상 올렸지만 입고량은 좀처럼 제강사의 목표 수량에 못 미치고 있다.

반면 가끔 대량으로 수입돼 국내 시장의 열기를 식혀주었던 미국산 대형모선도 이달 말 동국제강 인천 북항에 입항 예정인 3만 5,000톤을 끝으로 준비된 것이 없는 실정이다.

동국제강 납품사 관계자는 “대형모선이 입항할 예정이지만 120톤 전기로 재 가동 등을 생각하면 공급부족이 완화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유통업체들 시각에선 시중 재고도 제강사의 재고도 모두 적은데다, 소방수 역할을 해 왔던 수입도 많지 않아 시장이 상승 기대감을 꺾을 요인이 많지 않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유통업체와 제강사 관계자는 “최대 변수는 국제가격이다. 국제가격이 하락세로 전환이 국내 유통업체들의 기대감을 꺾을 가장 확실한 카드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생철이 시세 끌어줄까?

유통업체들이 주목하는 또 한 가지는 생철이다. 올해 생철은 중량 혹은 중량류 이하로 시세가 형성될 정도로 가격이 쌌다. 이 때문에 생철을 경량류와 섞어 중량으로 만드는 작업이 성행했을 정도였다.

생철 가격 급락의 배경이었던 세아베스틸과 포스코의 구매 중단이 풀리고 구매 정상화 길을 걷기 시작한 것. 현대제철이 당진 A 열연 전기로를 폐쇄했지만 생철류 시세의 중심에 있는 판재 특수강업체들의 잇단 구매 정상화로 생철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반면 발생량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생철류가 중량류에 비해 더 많이 올라 전체 가격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세아베스틸은 시장에 복귀하면서 4만 원째 가격을 올렸다. 영남권 철근 제강사에 비해 톤당 1만 원 정도 더 올린 셈이다. 특수강용과 제강용의 가격 분화가 시작될 가능성을 엿보기 시작한 것.

유통업체 관계자는 “생철이 중량류에 비해 3만 원 높았던 적도 있다. 세아베스틸과 포스코의 구매 정상화는 3만 원까지는 아니더라도 2만 원 격차가 벌어질 요인”이라고 전망했다.

- 유통업체, 수익성 극대화만이 살길

유통업체들을 더욱 고민스럽게 하고 있는 것은 수익성이다. 국내 철 스크랩 발생량이 크게 줄어 재고 확보 기간이 길어진 것. 그만큼 고정비가 늘어나 목표 마진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발생량이 감소해 과거에 비해 재고 비축 기간이 30~50% 정도 늘어났다. 그만큼 비용이 증가해 톤당 마진도 더 많이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과거와 같은 마진 구조로는 생존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 때문에 고점 매도 전략을 가져가겠다는 유통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시장에 잠기는 물량도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유통업계, 잇달아 목표가격 수정 중

철 스크랩 유통업체들은 국제가격의 하락 조짐이 없고, 국내 제강사의 수입 준비가 덜 된 데다 재고도 적어 당분간 강세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기 시작한 것. 목표가격에 근접했지만 목표가격 수정을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 번 더’를 외치던 유통업체들이 매도 시점을 관망하기 시작했다. 작게는 2만 원, 많게는 4만 원까지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목표 가격의 편차가 크다는 것은 아직 시장의 컨센서스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유통업체들은 추석 전 단기 고점을 맞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추석을 전후해 가격이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제강사들은 오른 만큼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유통업체들은 제강사의 재고도, 시중 재고도 적어 단기 조정 후 다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 시작했다.

일본발 가격 급등으로 철 스크랩 유통업체들이 타깃을 다시 조정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