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하락 ‘덕’ 봤다! · 함께 웃은 냉연단압 3社

- 열연코일 등 원재료 값 하락 효과 톡톡 - 코로나 여파에도 컬러강판 수익성 견고

2020-08-19     최양해 기자
국내 냉연단압 상장사 3개 업체(동국제강, KG동부제철, 포스코강판)가 올 상반기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가 최근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3개사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개선된 영업이익을 올렸다. 업체별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른 만큼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올 한해 반환점을 기분 좋게 돈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수익성 개선 선봉에 선 건 ‘컬러강판’이다. 전 세계적으로 번진 코로나19 이슈에도 불구하고 판매량과 판매단가 모두 선방했다. 가전용 컬러강판의 경우 공장 셧다운 여파로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건재용 컬러강판이 뒤를 받쳐주며 피해를 흡수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같은 기간 열연코일(HR) 등 소재가격이 하락한 것도 수익성 개선에 큰 보탬이 됐다. 국내외 고로사가 프로덕트 믹스를 열연 쪽으로 전환하면서 수요 대비 공급량이 늘었기 때문.

실제로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고로사는 자동차강판 수요가 줄어든 하공정 롤의 상당 부분을 열연 쪽으로 돌렸다. 해외 고로사(주로 일본)도 저렴한 값에 열연코일을 밀어내며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특히, 7~8월 선적분 일본산 열연의 경우 중국산보다도 톤당 40달러 이상 낮은 가격에 성약된 바 있다. 저가를 넘어 ‘초저가’ 수준의 판매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열연을 소재로 구입하는 단압밀 입장에선 훨씬 저렴한 가격에 원자재를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이처럼 큰 틀에서 볼 때 올 상반기 국내 냉연단압 3사의 호실적은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한 건재용 컬러강판 판매 선전 △열연코일 등 원자재 구입가격 하락에 따른 스프레드 개선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아래는 업체별 별도 기준 경영실적을 요약한 내용이다.


■ 동국제강, 원부재료 작년보다 9% 싸게 샀다
동국제강은 올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줄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크게 개선됐다.

회사 측에 따르면 동국제강의 2020년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한 2조 2,783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1% 증가한 1,38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229.3%) 증가한 494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 효자 품목으로 꼽혔던 봉형강과 컬러강판을 모두 보유한 만큼 이익 실현에 성공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6.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포인트 상승했다. 동국제강의 냉연도금 판재류는 전체 제품 판매 비중 가운데 40%(컬러강판 35%, 도금강판 5%)를 차지하는 만큼 실적 개선에 상당 부분 기여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당장 제품 가격과 원재료 가격 변화만 비교해도 수익성 개선을 짐작케 한다. 회사 측이 공시한 제품 가격 및 원재료 가격에 따르면 동국제강의 올 상반기 냉연도금 판재류 평균 판매가격은 내수 84만 6,000원/톤, 수출 116만 9,000원/톤으로 집계됐다. 내수와 수출단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한 자릿수 감소율에 머물렀다.

반면, 같은 기간 원부재료 가격 감소폭은 9.4%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 평균 75만 5,000원/톤에 구입했던 원자재를 올해는 평균 68만 4,000원/톤에 샀다. 원자재 평균 구매비용이 톤당 7만원가량 저렴해진 셈이다. 스프레드 개선 분위기가 뚜렷했다.


■ KG동부, 1년 새 영업이익률 4.2%p 껑충
출범 1주년을 앞둔 KG동부제철은 3개사 가운데 가장 가파른 영업이익 신장률을 보였다.

올 상반기 KG동부제철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4배 이상(1337.5%) 증가한 46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한 9,941억원으로 1조원 진입을 눈앞에 뒀으며, 당기순이익은 231억원으로 12년 만에 반기 흑자를 실현했다.
호실적을 올린 배경은 동국제강과 흡사하다. 작년 상반기 평균 61만 9,000원/톤에 구입했던 열연코일을 올 상반기엔 평균 56만 2,500원/톤에 구입했다. 여기에 제품 판매단가가 내수와 수출 모두 작년 수준과 비슷하게 유지되면서 수익성 개선 발판을 마련했다.

영업이익률 변화는 상전벽해에 가깝다. 작년 상반기 가까스로 손실을 면했던 것에서 1년 만에 반전 드라마를 썼다. 올 상반기 기준 KG동부제철의 영업이익률은 4.6%.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포인트 껑충 뛰었다.


■ 포스코강판, 아쉬움 남긴 원자재 수급 구조
포스코강판은 앞선 두 회사보다 소소한 영업이익을 거뒀다.

회사 측에 따르면 올 상반기 포스코강판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한 44억원을 마킹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한 4,153억원,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한 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만 놓고 보면 상장 3개사 중 가장 감소폭이 작았지만, 원자재 수급 구조 측면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강판의 올 상반기 원재료 구입 가격은 평균 74만 7,000원/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4% 감소한 수준이다. 그러나 풀하드(FH)와 용융아연도금강판(GI)를 주로 사용하는 수급 구조 특성상 열연코일을 사용하는 경쟁사만큼 스프레드 개선 효과를 크게 누리진 못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이 기간 제품가격도 원자재 값이 떨어진 만큼 동반 하락하며 발목을 잡았다. 올 상반기 포스코강판의 제품 평균 판매단가는 내수와 수출을 합쳐 톤당 95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전년 동기 대비 7.4% 떨어진 수준이다.